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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Feb 23. 2024

*'당산제'를 아시나요?

추억 속의 이름 '당산제'(137)

*추억 속의 이름 '당산제'

2월 23일(음 정월 열나흗날) 11시 '중동당산제'를 지낸다는 안내문자를 받았다. 이번에는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도 군산문화원 주관으로 열리는 행사안내를 더러 받았지만 이상하게 다른 일과 겹치기도 했고, 한편 사람이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 별나라를 가는 세상에 '당산제'니 '용신제'라는 말이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옴직한 이야기여서 코웃음부터 나왔었다.

향토문화유산의 계승발전이라는 명분이야 머릿속으로 이해하지만, 제를 올리고 축원을 드리는 행위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수많은 공연 중의 하나일 뿐이지 싶기도 했다.


예닐곱 살까지 나는 제법 너른 들과 나지막한 산이 길게 뻗어있는 '평유'라는 농촌마을에서 자랐다.

설을 지내고 나면 동네 어른들이 풍물을 치고 고샅을 돌며 지신을 밟았다. 집집마다 들어가 그 집안의 안녕을 비는 고사를 지내주었다.

집주인은 성의껏 돈이나 곡식을 내주었고 그렇게 보름이 될 때까지 모아진 돈과 쌀 등을 가지고 동네 아주머니들은 음식을 장만하였다. 그러고는  정월 열나흗 날 온 동네 사람들이 동네 당산에 모여들었다. 당산나무에는 울긋불긋 휘장을 두르고, 제관이 된 마을 어른들이 정성을 다해 제를 지냈다.

쥐불놀이 달집 태우기 같은 놀이가 그 무렵에 있었는지 너무 어려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크고 환한 달 아래 동네 어른들이 경건하게 행하던 당산제의 모습과 풍물패의 흥겨운 가락과 춤사위들은 어린 내 가슴에 선명한 조각그림으로 남아있다.

남녀노소 온 동네사람들이 모여 천지신명과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고목 혹은 큰 바위)에게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빌고, 사람들의 결속을 다지며 축복하는 자리였던 것 같다.


고살매농악단의 흥겨운 풍물놀이로 여는 마당
의관을 갖춘 제관들이 경건하게 제를 올리고 있다.


70년 이쪽저쪽 그렇게 아득한 추억 속의 단어인 '당산제'가 저녁이 아닌 오전 11시에 시작된다 했으니, 30분 전에는 도착할 요량으로 서둘렀는데도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풍물패의 흥겨운 가락과 몸짓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200여 년을 이어온 중동 당산제는 군산시 중동의 옛 전통시장이었던 '서래장'을 지켜준다는 서래산(중동 돌산)을 당산으로 제를 지내오다, 석재 채취로 인해 서래산이 헐리면서 주민들이 '당우'를 중동 경로당으로 옮겨 이어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군산시가 혁신도시 가꾸기의 일환으로 당제를 지내는 제각을 따로 짓고, 주차장까지 확보하여 진포천변 지금의 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날씨가 흐리고 찬바람이 불어서 외부행사를 하기에 좋은 조건이 아니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당산제를 보러 모였다.


1부 의식은 참석한 관계자와 시민들에게 당산제의 유래와 경과보고를 하고, 정상호 문화원장이 참석한 귀빈을 소개했다. 선거를 앞둔 때문일 테지만 표를 얻으려는 철새무리들의 날갯짓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다.

2부에서는 의관을 갖춘 제관들이 축문을 읽으며 엄숙하게 당제를 지냈다.


문화원에서는 참석한 사람들에게 오곡밥 한 덩이씩을 나눠주었다.


군산지역에 남아있는 소중한 향토문화유산인 '중동당산제'  기복신앙의 의미는 퇴색되었을지라도, 조상들의 삶의 모습, 자연을 경배하는 순박한 마음이 후세까지 보존되고 잘  전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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