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비전재복 May 24. 2024

*군산시립예술단 발전에 관한 시민공청회

뜨거운 열기, 험악한 분위기(162)



어제 문학동인 나루 단톡방에 꼭 읽어보고 설문에 응해달라는 문자가 먼저 떴다.

공청회에도 참여해 달라는 후배의 은근한 압력(^^)도 같이.


젊은 후배들이 앞장서는 것으로 보아 뭔가 뜻있는 일인 듯싶어 설문조사에 재빨리 응답하고,

도대체 무슨 일인가 궁금하기도 해서 오늘(5월 23일 오후3시) 맘먹고 시간을 냈다.

10여 분 여유 있게 도착했는데도 이미 시립도서관 주차장은 만차가 되어 들어갈 수가 없다.

인근 상가로 빠져나와 간신히 주차를 하고 도서관으로 다시 갔다.

도서관 입구부터 사람들이 웅성거리더니, 건물 현관에서는 모 방송국에서 나와 인터뷰를 하느라 사람들이 한 무더기 모여있었다.

빠르게 그곳을 지나쳐 지하에 있는  새만금드림홀을 향해 계단을 내려가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복도에 긴 줄로 사람들이 늘어서있고, 양쪽 벽을 따라 아주 편안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 이미 홀 안쪽은 자리는커녕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앞문은 일단 패스하고 뒷문 쪽으로 가서 무조건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뒤쪽 의자에 앉은 여자분에게 양해를 구하고 의자팔걸이에 엉덩이 한쪽을 걸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나마 자리를 얻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좌석은 물론 가운데 통로와 양쪽 통로 그리고 복도까지 바닥에 앉거나 서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뜨거운 열기!

이런 풍경이 익숙하지 않은 나는 그저 놀랍기만 했다.

무슨 연예인 콘서트도 아니고, 유명정치인의 선거유세도 아닌데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다.

전해 듣기로는 근래에 군산시의회와 예술단의 갈등이 심각한 모양이었다.

이번 공청회와 토론 등을 통해 예술단 운영과 관련한 여러 문제점과 예술단의 현실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좋은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오늘 주제가 <군산시립예술단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 하니 뭔가 좋은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발제자, 좌장 :김수관(前 군산대학교 교수, 문화예술교육사)

*토론자

ㆍ서동완(군산시의회 의원, 행정복지위원)

ㆍ이진배(민노총 운영위원, 군산시립예술단원)

ㆍ김진아(한국예총군산지부 청소년분과 사무국장)

ㆍ김정은(군산 예그리나 통기타 동호회대표)



*발제(김수관)

시립예술단의 과거, 시립예술단의 현재에 대해 준비한 책자를 관객에게 배포하고 자료를 바탕으로 요약설명이 있었다.

예술단은 합창단이 1983년 3월 25일 창단되었고, 교향악단은 1990년 8월 28일 창단되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다, 2008년 봉급체계를 수당제에서 호봉제로 변경하고, 단원의 신분을 비상임에서 상임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2009년 8월부터는 전체 예술단원에게 공무원연금을 적용하여 문화예술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사기진작을 위해 애써왔다고 했다.

발제자의 주제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단원들의 처우문제가 언급되자 객석 여기저기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우선 패널들의 토론을 들어보고 질문시간을 주겠다고 했지만, 객석에서는 발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니 당장에 시정하라고 (아마도 노조원들인 듯) 여기저기서 고함을 쳤다.

발제자가 좌장이 되어 토론을 이끌어가려 하자 좌장을 거부한다고 다소 듣기 거북한 고함도 튀어나왔다.

어쨌거나 겨우겨우 토론을 이어가는데 분위기가 뜨겁다 못해 험악해져서 공청회가 제대로 끝날지 살짝 불안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진배 예술단노조위원은 발제내용이 사실과 많이 다르다.

연간 50여 회 공연을 하고 어린이와 청소년, 시민들에게 꿈과  희망 위안을 주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예술단은 수익사업을 하는 단체가 아니다. 우리가 예산이나 낭비하며 놀고 있는 줄 아는가?

시설에 나와서 하는 것만이 연습이 아니다. 예술단원들은 몸의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끊임없는 연습과 수련으로 자신을 연마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서동완 시의원이 마이크를 들었다. 공청회에 임하는 단원들께 격앙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려 달라고 당부를 했다.

예술단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시의회와 예술단 간에 가장 첨예하게 상충되는 것이 단원들의 근무시간과 임금금문제인데 타 지역 예술단의 임금과 비교할 때 나쁘지 않다. 일한 만큼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맞다.

(서동완 시의원의 발언은 제대로 들을 수가 없을 정도로 발언하고 있는 중에도 고성이 난무했다.)


이런 토론이 정당한 방법인지, 도대체 이렇게 목소리만 높여서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지...!

이러다가는 싸움구경만 하다 말 것 같았다. 겨우겨우 다음 토론자에게 마이크가 넘어갔다.



*김진아

서로에게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예술가와 일반 근로자가 작업하는 것이 같을 수 없다. 나도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예술단원은 시설을 벗어나서도 연습해야 한다. 직종별 근무시간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다시 마이크를 잡은 예술단 이진배 단원,

예술단 직원들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목소리로 연주를 하거나 악기로 연주를 하거나 근무시간 외에도 몸의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 연습을 놓지 못한다

하루를 쉬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당신이 알고, 사흘을 쉬면 모두가 안다고 말을 맺었다.



첨예하게 날을 세우고 있는 시의회와 예술단이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내기를, 그리하여 아름다운 하모니로 시민들의 지치고 힘든 일상을 위로하고 밝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작가의 이전글 *내친김에 대마도까지 달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