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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Jun 23. 2024

*솔밭길 맥문동은 푸르르고

-서천갯벌을 마주했네 (167)


비단구름(나운동) 글벗들과 함께 강 건너 송림을 찾았다.

오랜 시간 해풍에 근육질을 키운 소나무들은 풍성한 맥문동 초록잎새로 발목을 두르고,

저마다 울끈불끈 근육자랑이 한창이다.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 뿜어내는 소나무들의 싱싱하고 향긋한 냄새!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햇살은 눈부신 빗살무늬를 그려내고, 맥문동 초록이파리 위에 쏟아져 아지랑이처럼 번지는 소나무들의 건강한 콧바람!

그 자리에 머무는 것만으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것 같았다.

햇빛과 서해 바닷바람이 거들고, 울창한 나무가 쏟아부어주는 피톤치드 샤워를 하며 내게 온 이 순간이 너무너무 고맙고 행복했다.


건강한 소나무들이 만들어준 그늘 아래 구불구불 맥문동 사잇길을 한참 걸어서 갯벌과 

가장 가까운 정자 하나를 만났다.

먼저 자리하고 계신 남자 한 분이 계셨지만, 정중하게 양해를 얻고 정자에 올랐다.

준비해 간 시와 산문을 낭독하고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가만가만 노래도 같이 불렀다.


옛 선비들이 풍광 좋은 곳에 정자를 짓고 벗을 불러 풍류를 즐겼다던데,

오늘 우리 일곱 글 친구들이 바로 그런 시간을 즐기고 있지 않은가!


썰물로 드러난 갯벌에는 우리와는 다른 행복을 줍는 또 다른 사람들이 그들 나름대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두어 시간 우리가 머물던 갯벌엔 썰물의 시간이, 점심을 먹고 돌아올 때는 밀물의 시간으로 자리이동을 하고 있었다.

문득, 

서두르지 않고  슬쩍슬쩍 밀고 당기는 저들의  몸짓이, 오래 묵은 진득한 사랑의 몸짓이었구나!

깊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아름의 고운 풍경을 가슴에 품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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