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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Sep 06. 2024

마음을 못 따르는 머리, 공부가 어렵다

인문학강의 제2강 (178)

(인문학 강의 두 번째 시간)



내리 5주 동안 매주 목요일 오후, 오고 가는 두 시간, 의자에 붙박아 듣는 두 시간 합쳐 네 시간을 폼나게 쓰고 있는 중이다.

이미 유통기간이 한참 지난 돌머리에 무엇을 담아보려는 것은 애당초 가당찮은 일이어서, 굳은 머리 쪽보다는 아직은 말랑한 가슴에 기대 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 주 <천재들의 스승, 석전 박한영>은 그런대로 들을 만했다.

두 번째 강의가 있는 날, '가람 이병기(무엇이 공부인가?)'를 듣기 위해 아직 열기 탱천한 오후 3시에 군산을 출발했다.

미리 주문한 책도 지참했으니 완전 날라리학생은 아니라고 혼자 흐뭇해하면서.



오늘부터 4주간 강의를 해주실 분은 김사인 시인이다.

전에도 이분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무슨 내용이었는지 특별히 기억에 남아있지는 않다.

아마도 수강생의 불량한 태도 탓이었을 것이다. 잦은 기침으로 집중하지 못했으니까.


지난주에 '꽃심'도서관을 들어서며 누가 지었는지 이름도 예쁘다고 생각했는데(꽃의 중심이라고 생각함) 오늘 김사인 시인의 설명을 듣고 속 뜻을 알게 되었다.

*꽃심(곶심) : 곶고 꼬장꼬장한 심지.

오류를 정정한다.


김사인 시인은 전주사람은 아닌데 한옥마을 상주작가로 전주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지난주 '석전 박한영'을 공부하며 그 수하에 들었던 수많은 천재들 중 이 지역의 가람, 석정, 서정주  등 걸출한 문인들이 있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가람 선생님은 너무 유명한 분이라 자료도 많고, 남긴 이야기도 많아서 새삼스럽게 어설픈 기록을 남기는 것은 의미가 없겠다.


다만 너무 느린 어투의 강사님 말씀을 들으며 졸지 않으려고 짧게 메모한 내용만 몇 자 적어본다.


가람 선생님은

*1891년생. 익산군 여산면 원수리 진사마을에서 연안 이 씨 집안의 12남매 장손으로 태어났다.

*할아버지에게 6살까지 한학을 배웠다.

*국문학자로 수많은 고전문학(시조, 가사, 내간체로 씌어진 고전소설, 판소리 등) 자료를 발굴하고, 설명을 붙여서 정리하고 소개했다.

*주시경선생을 만나 한글운동과 시조부흥운동에도 앞장섬

*육당 최남선, 춘원 이광수들과 같은 시기에 태어나고 활동했다.


*이병기의 부친 이 채는  호남학회에 참여하여 활동했으며, 아들 병기에게 신학문을 접하도록 적극 도왔다

*가람은 할아버지가 지극히 사랑하며 훈육함.  할아버지와 아버지 이 채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17살의 나이에 전주보통학교(지금의 초등학교)에 1년 다니고 졸업.

 관립 한성사범학교에 1910년 초에 입학하고, 한 학기 겨우 마치자 한일합병으로 나라가 없어져서 그만 둠.


*한현샘 주시경(1876~1914)을 만나 국어공부를 제대로 했다.

 주시경선생과 함께 <국어문법>을 1910년에 창간하고, 조선어학회 활동도 했다.

*'주시경선생의 무덤'(1913년에 주시경선생 요절함)이라는 시를 발표함(애통하고 애석해하는 마음)


*봉급의 대부분을 고서를 사들이는데 썼다.

*전북대 문리대 초대학장을 지냈다.

*평생의 일기(1909.4~1966.6)가 남아있다.

*가람전집 15권이 나와 있다.




*김사인 시인: 해박하고 방대한 역사자료의 보고를 방출해 내며, 바다를 쓸어 담을 그물을 짜내려 가는데

에고~~ 도대체 담을 그릇이 간장종지 만도 못한 나는, 높은 하늘 뜬구름 이야기로나 들리니 억지로는 안 되는 일이다.

이 높고 높은 공부의 벽!!


턱없이 작고 굳어버린 이 머리로 무슨 공부가 되겠는가? 그저 한 시대를 지나며 후학들에게 굵고 큰 발자취를 남긴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는 감동이나 챙기는 것이지!


할 말은 많고 시간은 부족한 듯 강사님은 예정된 두 시간을 훌쩍 넘겨 세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끝낼 기미가 없다.

정말 죄송하지만 시간에 쫓겨 끝을 보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7시가 가까워 오니 어느새 사방에서 어스름이 슬금슬금 밀고 들었다.

낮의 시간이 짧아진 것이 확실하다.



집에 도착하니 서울 사는 50 중반의  제자가 추석이 가까워온다고 맛난 흑임자약과를 보내왔다.

매번 고맙다. 후주!


그리고 전북문협행사장에 걸린 시화를 봤다고, 어느 분이 사진을 찍어 보냈다.

나는 정작 가보지도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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