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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Dec 28. 2022

*'영웅'을 보다

     - 쓰담쓰담 나를 응원해(28)

(영화를 보다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도

병이라면 병이겠다.

나도 내 감정벽이 이렇게 헐겁고 약해 빠진 줄 몰랐다.



영화는 화면 가득 설원이 펼쳐지고 남자하나가 거의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남자는 자작나무 숲으로 걸어 들어가고 여전히 눈 밭이다.


장부로 태어나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리라는 비장한 결의를 다지는 장면~ 그 남자와 뜻을 같이 하겠다는 동지들이 같은 자리에서 손가락 한 마디를 자른다.

하얀 눈 밭에 붉게 번지는 피...

혈맹, 피의 약속이었다.


하늘이여 우리를 도우소서 !

장엄한 합창이 천둥처럼 화면을 덮고 나는 뜨거운 것이 목을 타 넘어와 눈시울이 뜨겁게 젖었다.  입술을 물며 감정을 다스리려 애썼지만 이미 눈물샘은 범람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영화는 안중근의사의 투쟁사라는 익히 알고있는 무거운 주제를 끌고 가느라, 곳곳에 웃음 한 꼭지 씩을 숨겨놓았다. 보물찾기를 하듯

옆에서 간간이 쿡쿡 터지는 웃음에도, 나는 암울한 그 시대의 이름없는 영웅들이 이를 악물고 견디는 하루하루가 읽혀져서 맘 편히 웃을 수가 없었다.

영화관람을 하며 웃음 포인트에서 같이 웃지도 않았으니 최소한의 에티켓에도 동조하지 못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그리고 정말 예기치 못한 곳에서 나는 기어이 정말 엉뚱하고 이상한 짓을 하고 말았다. 나도 나에게 놀랐는데 함께 단체관람을 하던 사람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일본인에 의한, 일본인을 위한 형식적인 재판, 일본인들 법대로  일본놈 판사가 안중근의사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절망적인 소식을 접한 고향집의 식구들~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왕왕거리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어머니의 귀에 닿기나 하겠는가?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서라면

펄펄 뛰는 심장이라도 꺼내 주기를 주저치 않을 어머니,

조국을 위해서 죽어야 한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자랑스럽게 가서 죽으라던 어머니,

그 어머니가 넋나간 얼굴로 방문을 열고 들어가 무너지듯 철퍼덕 주저 앉을때, 나는 간신히 붙잡고 있던 통곡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흐느낌을 넘어 터져나온 울음소리를 어떻게든 멈춰보려고 애를 썼지만, 한번 밖으로 터져나온 울음소리는 이미 통제권을 벗어나버렸다.


창피한 생각도 들고, 미안하기도 했지만 맘대로 뚝 멈출 수가 없었다.

이 무슨 주책바가지인가?

영화를 보며  엉엉 소리내어 울다니...

에휴~

간혹 훌쩍이는 소리는 냈지만, 조용히 관람하던 옆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엔딩 자막이 올라가고 영화는 끝났는데도 한참동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이름없는 수많은 영웅들이 피로 지킨 이 나라 !  어떻게 지킨 이 나라인데 오늘날 나라꼴을 이 모양으로 만들고 있단 말인가?

고맙고, 많이 부끄럽고, 슬펐다.


(2022년 12월 27일. '한시예'동지들이 함께 한 단체영화감상! 잊지못할 송년회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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