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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비

견우와 직녀의 노래(240)

by 봄비전재복

오늘이 일 년에 한 번, 은하수의 동쪽과 서쪽에서 서로를 안타까이 그리던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에서 만난다는 칠석이래요.

전에 만들었던 견우, 직녀의 사랑을 노래한 '사랑비' 찾아 올립니다.

https://youtube.com/watch?v=TVCQ_jyKLbs&si=9C2s-oIHKmOddNew


사랑비(七夕雨) / 詩. 낭독 전재복

<견우의 노래>


삼백예순 닷새

동쪽 강둑 풀들은 서쪽으로만 누웠소

아련한 그대 모습 좇아

한쪽으로만 향하던 발자취라오

늙은 뿔도 빠진다는 모진 더위에

탈각한 뿔 하나 손톱으로 갈아

그대 고운 머리 빗겨줄

빗 하나 만들었소

초승달 맑은 빛 빗살에 담고

애끓는 내 마음 오롯이 새겨

닳아질까 겁이 나 신을 수 없던

삼단 같은 머릿털로 삼아준 미투리는

오늘도 허리춤에 달랑거리오


<직녀의 노래>


삼백예순 닷새

쉼 없이 짤깍대던 베틀에서

오늘은 비단피륙 내립니다

서쪽 강둑에 볕 바라기로 펼쳐서

은하물 따라 구김살을 폅니다


한 자락 차르르 끊어내어

옷 한 벌 지을 수야 없지 않지만

하냥 그리움에 목메던

머리털 한 움큼 뭉텅 자릅니다

그리운 당신께 드릴

신발이나 삼으려오


열 손가락 손톱마다 피멍 들도록

지성으로 깎아주신 애끓는 빗은

내일도 동쪽 창에 걸어만 두겠지요

아까워 바라만 보는 달빛 같은 빗

<<2중창>>


우리의 하루가 천년 같아서

우리의 하룻밤이 찰나 같아서

돌아서는 걸음마다 눈물 내려요

꾸욱 꾹 눌러 심는 사랑비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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