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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함께

도란도란 글마실(255)

by 봄비전재복


*도란도란 글마실



올해도 우리는 끈끈한 정으로 마음의 글밭을 가꾸었다. 아직 풋풋한 20대의 막내부터 내년이면 90이 되시는 인생 대선배님까지 열일곱 명의 가족 같은 문우들과 땀 흘려 한 해를 경작했다.


물론 이 중에는 봄학기부터 3학기를 완주한 문우가 대부분이지만, 2학기부터 합류하여 3학기까지 동행한 분도 두어 분 계신다.


올해도 약속대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글모음집을 발간했다.

봄이 채 도착하기 전 쌀쌀한 2월 어느 날, 설레고 두렵기도 했던 강의실에서의 첫 만남, 조심스럽던 첫걸음을 우리는 함께 기억한다.


평생학습관에서 이야기와 글로 만나는 수강생분들에게 나는 글쓰기를 가르치려 애쓰지 않는다.

다양한 연령층, 다양한 사회경력, 다양한 삶의 이력을 쌓아오신 분들에게 내가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나는 다만 마을 사랑방처럼 편안한 자리를 펼쳐놓고, 따뜻하게 군불을 지피고 딱 한 걸음만 앞서서 글 안내를 해드린다.

가능한 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많이 꺼내서 들려주기를 기다린다.

처음엔 서먹거리고 주저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스스럼없이 자기들의 속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오랜 친구처럼 마음의 거리를 좁혀가기 시작했다. 젖는 줄 모르게 젖어드는 '는개비'처럼 자기도 모르게 젖어드는 모습에 나는 소리 없이 환호한다.


지역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학습 교육과정은 글쓰기전문가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다. 물론 평생학습관에서 운영하는 6~70여 개의 프로그램 중에는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돕는 과목도 많다.

그러나 대부분 건강한 취미활동으로 중장년에서 노년으로 이어지는 삶의 질을 높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특히나 글쓰기지도는 처음에 내걸었던 주제처럼 '다시 쓰는 인생노트'이다.

누구에게나 몇 권 분량의 소설 같은 이야기는 있다. 그걸 꺼내고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일,

때로는 시가 되고 수필이 되고 눈물과 기쁨이 되기도 한다.



올해는 열일곱 명의 회원들이 정식으로 <글마실>이라는 동아리등록까지 마쳤다.

짧은 어휘들이 모여 서툰 문장을 만들고, 그 문장들이 탄탄한 글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12월 8일 올해의 글모음집 <글마실>을 나눔 하고, 한 뼘씩 깊어지고 넓어진 마음의 지평을 서로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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