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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노래하니 어찌 아니 즐거운가

풍악을 울려라(257)

by 봄비전재복



옛날 같으면 뒷방으로 물러나 아들 손주 며느리의 섬김을 받던지, 그런 복을 못 누릴 처지라면 뒷방 늙은이라고 천대를 받다가 하마 산으로 돌아가 있을 나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아직도 할 일이 많고, 갈 곳도 많다. 매니저 없는 연예인처럼 핸드폰 일정표를 스스로 관리하며 꽤나 바쁘게 살고 있다.

농부가 한 해 동안의 농사를 갈무리하고 축제를 준비하듯, 우리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단체와 동아리들의 마무리 축제가 줄을 이었다. 문학상시상 및 출간기념회, 전시회와 공연 등 9월부터 11월까지 얼추 끝났지만, 12월로 미뤄진 행사까지 마치자니 9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주말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일정이 빼곡했다.

뒷짐 지고 싸드락싸드락 마실길이나 다닐 칠십 중반을 가볍게 넘은 사람이, 이렇게 바쁘게 살아도 되느냐고 누가 물으면 나는 아직 경로당에 입학할 나이가 못되었노라 대답할 거다.

자신할 수는 없지만 운전면허를 반납할 때까지는 나의 발이 되어주는 애마 스포티지를 몰고 (시외로 벗어나는 일이야 삼가겠지만) 어디든 기꺼이 달려갈 것이므로. 내 머릿속의 회로가 헝클어져 생각과 말이 몸과 따로 놀기 전까지 나는 어르신으로 분류되기를 사양한다.


엊그제만 해도 한 해를 마무리하며 우리끼리 마련한 축제마당이 그럴싸하게 열렸다.

詩에 노래와 색깔을 입혀 관객과 함께한 시낭송(한국시낭송문화예술원)

젬배라는 타악기를 연주하며 신명 나는 한마당 굿을 펼쳤다.


시낭송을 함께하는 20여 명의 회원들이 펼치는 낭송무대는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쟁쟁한 실력파들이다. 전국대회 등 수상경력들도 빵빵하다. 또한 젬배를 연주하는 팀들 역시 끼와 실력이 만만치 않다.

관객들의 호응과 갈채는 당연한 일일 수밖에!


우리는 젊게는 50대에서 많게는 8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가 한가족처럼 따순 정을 나누며 손잡고 같이 간다.


아직도 가슴에서는 뜨거운 무엇이 꿈틀거리고, 체력의 한계 때문에 내려놓는, 배우고 싶은 것들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안된다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지금 하고 있는 것 그것조차 선택적으로 가짓수를 줄이며 힘에 부치지 않게 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강변한들, 세월을 어찌 거스를 수 있을까?

체력과 정신력이 닿는 만큼만 기쁘게 움직일 것이다.

나는 아직 어르신으로 분류되어 뒷짐 지고 구경이나 하고 싶지는 않다.

내 나이 짱짱한 일흔여섯!

어울려 춤추고 노래하니 이 아니 즐거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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