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쓰담쓰담

연말정산서(262)

by 봄비전재복



아직은 흥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고개를 젓고 싶지만, 전에는 쉽게 올라오던 마음속 우쭐거림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다.

언제부턴가 마음속에 불쑥불쑥 일던 너울이 조금씩 잦아드는가 싶더니 사방이 고요하고 편안하다.


점차 바깥으로의 관심이 줄어들고 기억력도 현저히 떨어졌지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순리지 싶다.

어쩌면 내 안에서는 진즉부터 조금씩 조금씩 나를 둘러싼 고맙고 귀하고 아까운 것들과 정을 떼어내는 연습이 시작되고 있었는지 모른다. 자의식이건 무의식이건...


세월 따라 나이를 포갠다는 것은 관심과 애착을 끊어내고 가벼워지는 과정을 겪는 일인 것 같다. 나무도 고목이 되면 속이 비어버리지 않던가? 사람도 늙으면 물이 밭아서 주름이 자글거리고 뼈는 비어서 바람이 숭숭 드나들지 않던가!

아무리 시절이 좋아 겉모양을 단속한다 해도 술술 새나가는 시간을 막을 수는 없는 일, 아픈 치례도 적당히 하며 나이에 걸맞게 늙어가는 오늘이 차라리 좋다.


해가 바뀌고 새해가 시작된다고 여기저기 인사말을 만들어 퍼 나르던 오지랖도 올해는 그만뒀다. 시작과 끝이 거기서 거긴데... 그저 무탈하게 하루가 저물고 탈없이 아침을 맞는 일, 낯설지 않은 것들과 눈맞춤 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이 고마울 뿐이다.


그래도 어떤 이의 말처럼 한 해 정산은 해야 하지 않을까? 한 해 동안 사용했던 옷가지며 낡은 물건들을 정리하고 청소하는 마음으로!

결국은 제 자랑 아니냐고 입을 삐죽거릴 분은 그래도 좋다.

젊음의 열정이 사라진 자리에 소소한 이룸은 얼마나 기특한가? 이 또한 사라지고 말 마른 낙엽 같은 일 일지라도!


돌아보니 2025년, 나름 뭔가 꼼지락거린 보람도 있었네!


*어반스케치 도전(주민센터 1월~5월 초)

*전국 시낭송대회 입상 (시낭송가 인증서 취득)

*한영시선집('푸른 비를 맞고') 출간

*전국여성문예대전(디카시 최우수상)

*공로상(군산시장, 평생학습관 강사)

°지난해에서 넘어온 기침 2월에 떼어냄

°혈관염으로 곤욕을 치름(2월~5월)

°맨발 걷기로 컨디션 조절

°발가락 부상으로 외부활동제한(7월~9월)


그럼에도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하며, 뭐 그럭저럭 잘 살아온 것 같다. 체중조절은 실패했지만!

입맛이 살아있음에 감사하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