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그 배우

왕과 함께 사는 남자 ( 265)

by 봄비전재복

일요일 아침 딸과 롯데몰점 시네마에서 <왕과 함께 사는 남자>를 관람했다.

오전 9시 50분 첫 프로임에도 자리는 만석이었다. 딸이 예매할 때 두 자리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니 소문대로 대단한 인기몰이를 하는 영화인 것 같다.

조선왕조 제5대 왕인 문종의 적장자인 이홍위는 열 살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다. 그러나 이름뿐인 유약한 어린 왕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왕권의 공백을 틈타 숙부인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찬탈당한다. 어린 왕은 노산군으로 신분이 격하되어 영월로 유배되었다가 끝내 왕권을 되찾지 못하고 1457년 열여섯의 나이에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다.

단종은 조선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왕으로 꼽힌다.


단종과 수양대군이야기는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여러 번 소개된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승자중심의 서사에서 벗어나 단종의 마지막을 인간적인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냈다.

특히 노산군과 영월의 촌장 엄흥도와의 관계는 왕과 신하를 넘어서 모든 것을 잃어가는 순간에도 서로를 의지하고 버티는 끈끈한 인간애를 보여준다.

기본의 역사적 줄거리에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인 줄 알면서도, 명품배우 유해진과 비운의 왕 단종 역의 배우 박지훈, 한명회 역의 유지태 등이 펼치는 서사는 때로는 웃음과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을 쏟아내게 했다.

오래전 모 드라마에서 칠삭둥이로 조금 못 생기고 왜소한 지략가로 묘사되던 한명회의 역을, 이 영화에서는 잘 생기고 기골이 장대한 배우 유지태가 펼치는데 그의 악역 또한 반전이었다.

"저런 나쁜 놈! 저런 저런!"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먼저 본 사람들의 후기에 손수건을 준비하라는 친절한 당부를 읽고, 딸과 웃었는데 준비하길 잘했다.

특히 단종의 자결에 조력하는 엄홍도의 연기장면에서는 터져 나오는 흐느낌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누군가를 끝까지 지킨다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관계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한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 또한 시대를 넘어서 반복되는 우리의 과제가 아닌가 싶다.


영화를 보면서 몰입을 방해하는 한 가지 흠!

배운 것 없는 촌무지렁이(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죄송)들이 구사하는 언어들이 너무 유식하고 고급지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