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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Mar 24. 2023

*허기

    詩가 있는 풍경 (56)

*허기

                                              전재복




왜 밥 안줘?

세 끼 잘 드시고

푸짐하게 내놓으셨다는 노모는

낯익은 아들의 목소리에

제일 먼저 배고프다 이른다

밥 안 먹었다고


아들의 밥을 걱정하던

어머니는 지금 부재 중

먼 먼 생의 뒤안길을

더듬고 계시다


구 십몇 해를 지탱한 뼈마디는

버거운 육신의 무게로

파업 중인데

속없는 밥통

채우지 못한 무엇이

아직도 고픈가 보다


머지않은 저기 어디 쯤

신기루로 뜨는 슬픔이

나는 아닐 거라고  

애써 도리질치다

넘치는 눈물강에 빠지고 만다


***************************************

재작년부터 간혹 의식에 혼란을 겪는 경우가 나타나서 치매검사를 받은 시모님은 경도 치매로 확인되었다.  

뇌 활동을 돕는 영양제도 꾸준히 드시고, 집에서 장남의 극진한 섬김을 받으시는 어머님은 소통에 약간의 불편이 있기는 했지만, 생활이 크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작년 한 해 동안 호흡곤란 등으로 여섯 차례 입원과 퇴원을 했었다. 그리고 올 1월 한 차례 더 입원을 하셨고, 2월에는 대학병원으로 옮겨 심장판막 교체시술을 받으셨다.


퇴원을 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방안에서 낙상으로 고관절 골절상을 입으셨다. 한밤중에 응급실을 거쳐 대학병원에 재입원을 하셨다.

거기다가 코로나 양성반응이 나와서 어머님은 격리병실에서 일주일을 견디셨다.

또한 심장판막 시술로 항응고제를 복용 중이어서 고관절 수술을 미룬 체 열흘 이상을 추가로 입원 중이시다.


그러다보니 심리적으로 극히 불안한 상태에 놓이신 것 같다.

간호사나 요양보호사가 이구동성으로 치매증세가 심하다고 한다. 소리를 너무 질러서 목이 잠기고, 밤에는 소변줄이나 약물 투여 호스를 뽑지 못하도록 손발을 묶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날마다  보이던 아들마저 코로나 확진자가 되어 일주일이나 나타나지 않으니, 당신이 낯선 곳에 버려진 줄 알고 울고불고 화를 내시는것 같았다.

전화로 설명을 해드려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다.

어서 수술을 잘 받으시고 거처를 옮기시면 안정을 찾으시려는지...


고령의 몸으로 신체적 아픔 못지않게 정신이 많이 아프신 어머님이 너무 안쓰럽다.

아예 정신이 없다면 묶이든지 풀리든지 고통이 덜 하시겠지만, 잠깐 생각을 놓쳤다가 제자리로 돌아오시면 얼마나 기가 막히고 답답하고 분통이 터지실까?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힐 것 같다.


어머님의 그 자리가 어느 날 내 자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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