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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Mar 31. 2023

*검사실에서

    詩가 있는 풍경(60)

*검사실에서  /  전재복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불한당같은 기계에 몸을 내맡긴다

금속성의 냉소가 철컥거리며

주눅 든 몸을 훑어내린다


불가항력의 주술에 걸린 듯

눈까지 감고 누워서 문득

나는 어떤 요리가 되어질까 상상한다

전기오븐에서 맛나게 구워지는

통고기처럼

노릇노릇 익어갈까?

뼈에 숭숭 구멍이 뚫렸다니

따로 칼집을 낼 것도 없이

바삭하게 구워지겠다


드르륵~

차단된 방사선 밖 유리문이 열리고

아슬아슬 외계인의 부엌을 탈출하지만

등판에 찍힌 불량품 판정

한보따리의 약이 양념으로 따라온다


***************************************


머릿속에 숨어든 복병을 찾을 때는 꽤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았다. 가로로 세로로 잘게 구역을 나눠 샅샅이 수색을 하느라 그러나보다 했다.  다행히 제국을 무너뜨릴 만큼 큰 도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위나 대장도 아직은 조심하며 부려먹을 만하고, 갑상샘의 혹들은 주기적으로 지켜보는데 영토를 넓히지는 않고 있는 모양이다.

문제는 골다공증이 해마다 나쁜 성적을 들이댄다.

머리에서 발 끝까지 여기저기 문제가 툭툭 불거지니 가히 종합병원을 차릴 만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것도 나이 듦의 과정이니 안고 갈 수밖에.

다른 건 몰라도 머릿속만 엉키지 않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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