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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비전재복 Apr 02. 2023

*남편꽃

     詩가 있는 풍경(61)

*남편꽃

                                  전재복



남자의 향기는 간 곳 없고

삶의 무게에 짓눌려

시들어버린 남편 꽃


처진 어깨가 애잔하다


************************************

한때는 그도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착각에 빠져 살기도 했으리라. 허무맹랑한 꿈일지라도  하룻밤에 여러채의 기와집도 지었다 허물었으리라. 젊음이라는 천하무적의 무기로 장착되어 있을 때 이야기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꿈과 현실의 간극은 깊어지고 더 작게, 보다 작게 꿈을 수정해야 했을 것이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 4남매의 맏이로 부모로부터 받는 사랑마저 쪼개고 덜어내고 양보해야 했으며, 남는 것은 의무와 책임감만 부채처럼 쌓여갔다.

어쩌다 어른이 되었고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되었어도, 여전히 맏아들 맏형의 의무와 책임은 족쇄처럼 따라다녔다.


일흔여섯~ 이제 그도 젊음에서 한참이나 멀어진 칠십 중반을 넘어섰다.  그러나 변함없이 그의 책무는 진행형이다.  날이 갈수록 투정만 늘어가는 아흔 몇 살 어머니의 여생을 지키느라 오늘도 숨차게 달린다.


그에게 절실하게 남은 일이란, 남편도 아버지도 아닌 그무엇보다 우선해서 촛농처럼 녹아내리는 어머니를 지키는 일이다.

그런 그를 오래전에 어머니의 아들로 돌려보냈다는 늙은 아내의 쓸쓸한 투정만 조약돌처럼 달그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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