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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정은 Aug 02. 2020

나는 작가다 공모전

나를  나답게 하는 것

나를 나답게 하는 것     

직장인 15년차 나는 오늘도 가면을 쓰고 출근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는 아부라는 가면으로 인정받는 반면, 나는 솔직함이라는 가면으로 미운털이 박혔다.

아부라는 가면을 쓰고 일하는 동료는 일도 대충한다.

눈치는 엄청 빨라서 선배들의 커피도 척척 타온다.

웃음소리는 엄청 커서 리액션이 크다.

시도 때도 없이 과장님들과 선배들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석한다.

솔직함 이라는 가면을 쓰고 일하는 나는 일만 한다.

자기네들은 손이 없어? 왜 일하는 내가 커피까지 타야하나?

가식적으로 웃을 줄 모른다.

과장님들과 선배들 모임에 가지 않기 위해 일부러 거짓말을 한다.

가면을 적재적소에 잘 바꿔 써야 하는데 직장인 15년차인 나는 아직도 서툴다.

오늘도 정시 퇴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이 셋의 엄마가 되다 보니 직장에서 퇴근 후 한가로이 수다 떨며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다.

집에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혔다 을 반복했을 아이들 생각에 오늘도 땡 하면 뛰쳐나가야

한다.

“수고하셨습니다.”를 외치고 나가는데 내 뒤통수가 따갑다.

애들보고 알아서 저녁 차려 먹으라고 해.

날마다 어떻게 엄마가 다 해주니?

독립심을 키워야지..

혼자서 잘하는 아이들이 커서도 잘되더라..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진정하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옆에 있던 아부의 가면을 쓴 동료의 마지막 한마디가 들린다.

저는 오늘 늦게 간다고 말했어요.

오늘은 제가 저녁으로 짬뽕 쏠께요..

정말? 역시..달라...오늘 우리 신나게 놀자.

간만에 스트레스 좀 풀자.

하하 호호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나는 신발을 갈아 신고 허겁지겁 차로 달리면서 욕한다.

많이 쳐 먹어라..

참..가식적으로 사는 너도 피곤하겠다. 라고 말이다.

직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내가 배운 거라곤 아부 잘하는 사람이 인정받는다.

줄 잘 서야 한다.

돈을 잘 써야 한다. 였다.

구역질나게 가면을 바꿔 쓰고 살았던 지난날이 생각났다.

일도 안하고 하루 종일 사적인 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자신이 누군 줄 아냐며 배만 퉁 내밀고 다니는 상사들..

커피 사다 나르는 동료들...사이에서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혼자를 택했다.

내 줏대를 가지고 살 거야..라는 생각을 말이다.

머리 아프게 이쪽저쪽 눈치 보며 살고 싶지 않았다.

내 시간 소비하며 남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직장이라는 곳이 나를 필요로 해서 고용했듯이, 나 역시도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퇴근 후, 주말 시간까지도 동료, 선배라는 이유로 내 시간을 소비할 필요는 없었다.

무리에 끼지 못하더라도, 나는 소신껏 살고 싶었다.

더 이상 가식적인 말과 행동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아이 셋을 키우는 엄마가 되다 보니 어느 날 부터 나는 가면이 벗겨졌다.

결혼 전 까지는 구역질나게 가면을 바꿔 쓰며 살았는데 말이다.

세상에서 “엄마가 가장 강하다”라는 말을 절실히 실감했다.

아이 셋을 키워보니 무서울 게 없었다.

내 속도 모르는 선배들은 이렇게 말한다.

애들은 자기 스스로 다 크게 된다.

집안일 너무 잘할려고 하지 마..

남편보고 좀 도와달라고 해..

해보지도 않는 선배들이 뭐를 안다고 나에게 이런 충고를 한다.

결론은 자기들하고 술도 마시고, 골프도 치고, 돈 좀 쓰고 하라는 뜻 이였다.

나는 속으로 말한다.

너희들이 애 셋 키워봤니?

독박육아 해봤니?

가슴에 돌멩이 하나씩 넣어봤니?

애들 셋 밥과 반찬, 간식 챙겨봤니?

니들이 뭘 알아? C~~발

나 좀 건들지 말아라..응?

이 말을 하고 싶지만 오늘도 속으로만 말했다.

이러다가도 실제상황은 또 가면을 쓰고 이야기 한다.

애 셋 키우느라 제가 정신이 없습니다.

시간되면 골프도 배우고 하겠습니다.

과장님 배려 덕분에 애들 입학식도 갈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엄마라는 역할이 다 그렇죠..뭐..

내면의 나와 실존의 나는 달랐다.

그래서 우울증이 올 지경이다.

내편이 한명도 없는 냉혹한 직장의 세계에서 말이다.

몇 날 몇 일 잠도 안 오고, 고민에 빠졌다.

나이 들기 전에 직장이라는 출구에서 빠져나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간다는 게 무의미했다.

그렇게 새벽 5시부터 독서를 하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작년에 책 한권이 출간되었고, 조금씩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내 책을 내준 출판사가 책이 왜 안 팔리냐고 안달이였다.

책만 출간하면 승승장구 할 줄 알았는데..

직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줄 알았는데..

평탄한 길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다.

이쪽 세계에도 광고비, 홍보비 등을 투자해서 책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만 했다.

나처럼 무명작가들은 홍보는커녕 내 책이 안 팔려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씁쓸했다.

어디든 존재하는 인맥, 빽, 줄타기..

서점에 가도 앞에 진열된 책들은 그만큼 돈을 들인 거라는 출판사의 말에 나는 또 한번 욕을

내뱉었다.

C~~발

도대체 어디에든 자기만의 편이 있고, 빽 과 운을 먹고 사는 사람들 뿐 이라고 말이다.

그날부터 나는 더 이상 남의 눈치 보며 가면을 쓰지 않기로 했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걸 절실히 느낀 것이다.

빽 과 운, 인맥, 학연, 지연 등을 핑계로 사는 삶이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한 삶으로 살게

되었다.

독서와 글쓰기는 나를 나답게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되었다.

책이 출간 되서 유명세를 타면 좋겠지만, 나는 글쓰기를 통해 내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 세상에 대한 원망, 직장에 대한 불공평함, 등을 글쓰기를 통해 치유가 되었다.

나를 나답게 하는 글쓰기와 독서를 통해 오늘도 평범하지만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가 존재한 이유가 분명 있을 테니 말이다.

지금은 새벽 5시..나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가장 나를 위한 나다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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