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정은 Aug 04. 2020

나에게 특별한 하루

나이팅게일 선서식 때 촛불을 들고 간호사로서 신념과 가치를 다짐했다.

15년이라는 직장 생활 동안 응급실. 인공신장실.

혈액원을 거쳐 지금은 복지관 요양 센터 간호사로 일한다.

119 소리와 응급상황 속에서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과거가 화려했던 사람들, 현재 성공한 사람들,

미래가 보장된 사람들 할 것 없이 누구나 죽음을 피해 갈 수 없다.

어쩌면 이별해서 힘든 순간도, 실패해서 좌절한 순간에도, 아픈 상처도 이 악물고 견뎌야 하는 게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왜 나만 힘들지? 왜 나만 아픔을 안고 살아가지?

왜? 왜? 를 외치며 늘 고민했다.

하루를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밥 먹을 시간 없이 심폐소생술을 했고, 퇴근 시간을 넘겨서 까지 직장에 목메었고,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서 방광염을 달고 살았다.

그러면서 몇 분 차이로 기적처럼 살아나는 사람과  몇 초 차이로 운없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봤다.

우리의 삶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보호자의 통곡소리, 의료진의 허탈한 표정, 피 바닥으로 얼룩진 공간에서 늘 삶의 아픔을 느꼈다.

지금. 현재, 오늘 나는 또 다른 곳에서 삶의 다른 의미를 느끼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 여기가 어디인지, 무슨 일을 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만, 나를 보면서 환하게 웃으며 이쁜 간호사라고 불러준다.

우리의 인생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행복했던 순간이 어느덧 불행으로 바뀌고, 죽음을 선택한 순간이 어느덧 희망이 보이고, 눈물로 채운 하루하루가 어느덧 웃음꽃으로 채워진다.

내게 오늘 하루가 특별한 이유는 삶의 양면성을 알기 때문이다.

늘 울고 싶고, 힘들어 죽을 것 같고, 아픈 순간에 나는 삶에 대해 정의를 내렸다.

삶이란 자신의 하루를 특별하게 가꾸는 과정이라고 말이다.

내게 특별한 하루를 오늘도 살 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작가다 공모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