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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정은 Aug 11. 2020

역시 넌 남이야...

역시 넌 남이야..     

결혼 전에는 “뭐든 다 해 줄께”로 나를 꼬시더니 아이 셋을 낳고 결혼생활 15년차가  

넘어가니 뭐든 “너가해”로 바뀌었다.

모처럼 주말이 되면, 청소기 돌리고 방도 닦고, 빨래까지 널어준 사람이 지금은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소파와 하나 되어 누워있다.

청소기 좀 돌려줘..라고 말하면 “너가해” 나 지금 피곤해..

너만 일하냐? 나도 일한단 말이야..

그럼 주말 아침이라도 차려주던지..라고 말하면 “너가해”

“엄마가 하는 일이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주말엔 “나도 좀 쉬자”라며 한숨을 쉰다.

뭐라고? 나도 쉬고 싶어..라고 말하면 아침밥주고 청소하고 쉬어..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 꾹 참고 청소기를 돌리며 욕한다.

청소기 소리에 내 욕이 들리지 않겠지만, 한번씩 귀에 대고 욕한다.

dog 새끼~~      



결혼을 왜 했냐?

결혼 전에는 하늘에 별도 따다 줄 것처럼 하더니 지금은 별 다방에 커피 마시자고 하면  돈 아깝다고 집에서   

믹스나 먹으라고 한다.

어제는 일찍 퇴근 한 후, 아이들 먹을거리를 사러 집을 나섰다.

신랑도 마침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며 따라 나선다.

사실 혼자 가는 것이 편하지만, 짐꾼이라 생각하며 말리지 않았다.

신랑은 나보다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서 걸으며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는다.

50cm정도의 간격으로 가는 우리는 부부가 맞다.

공원을 지나치다보면 부부가 맞나 할 정도로 다정한 사람들도 보인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저 사람들은 결혼을 늦게 했던지, 불륜이라고 말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위로받고 싶다.

횡단보도에 다다랐을 때, 찻길을 건너기 위해 신랑과 나는 일직선으로 서 있었다.

거기엔 신호등이 없어서 차가 안 오면 그냥 건너면 되는 곳이었다.

근데 신랑은 차가 오지 않자, 잽싸게 뛰어서 혼자 건너 가버린 것이다.

갑자기 뻘쭘한 나는 차 한 대를 보내고 뛰어갔다.

누가 봐도, 각자 모르는 사람이라 생각했을 듯 했다.

길을 건너고 나서 나는 신랑에게 세상에....

혼자 살려고 뛰어가냐며, 잔소리를 했다.

신랑은 어머 못 건넜어?

나는 나 따라서 건넌 줄 알았지.....라며 대꾸한다.

그날 뒤통수에 대고 욕을 해댔다.

dog 새끼~~      




결혼전에는 차가 오면 차를 한손으로 막고서라도 먼저 건너라고 했던 사람이, 지금은 자기 혼자 살려고 뛰어간다.

결혼 전에는 차 문도 직접 열어주며 추울까봐 히터도 미리 켜놨던 사람이, 지금은 내가 차에 타지도 않았는데

출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놀란 나는 잠깐만, 차문도 안 닫았단 말이야....를 외친다.

춥다고 해도 히터 켜면 공기가 안 좋다며 참고 가라고 한다.

아.....이렇게 사람이 변할 수가 있을까?

오늘도 다짐해 본다.

내 목숨 내가 지켜야지..

내가 먹고 싶은건 챙겨 먹어야지..

나 생각해준 사람은 나뿐이구나..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데..

그때 각서라도 받아놨어야 했는데..

인내력 ,정신력, 끈기력 , 지구력을 기르게 해준 결혼생활이다.              

dog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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