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아줌마 비켜요..

아줌마라니...

by 천정은


한때는 나도 잘 나갔다.

뽀얀 피부와 통통한 몸매 , 그리고 귀여운 외모까지 어딜 가나 주목받았다.(쑥스)

세월이 흘러 아줌마가 되었는데 나는 아줌마라는 단어가 익숙하지가 않다.


집 앞 횡단보도에 서있는데 내 뒤에서 아줌마, 아줌마, 비켜요.. 라며 큰소리가 들렸다.

설마 나를 보고 그러겠어?

라는 생각에 앞만 응시하고 있었다.

아줌마, 거기 아줌마..라는 계속되는 소리에 도대체 누구한테 그러는 거야?

라며 뒤를 돌아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길에서 공사하는 분이 나를 째려보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거기,, 거기 아줌마.. 비키라고요..

그제야, 나는 저요?

저 말이에요?

제 뒷모습이 아줌마 라니..

아줌마.. 맞죠..

그런데... 너무 하잖아요...

아줌마라는 말이 왠지 기분 나빴다.

어디를 봐서 내 뒷모습이 아줌마라는 거야?

나 혼자서 괜스레 흥분했다.


요즘은 뒷모습 보고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긴 생머리에 훌쭉한 허리의 뒷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예쁘다...라고 감탄할 때가 있다.

그런데 앞모습을 본 순간 나는 착각이었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내 아는 지인은 하루의 일정이 운동으로 짜여 있다.

필라테스, 요가, 헬스, 만보 걷기. 당연히 몸매가 최고다.

군살 없는 몸매에 세팅한 머리에 누가 봐도 뒷모습만 본다면 20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거에 비하면 나는 뒷모습만 봐도 아줌마가 맞다.

뒤에서 보나 앞에서 보나 옆에서 보나 아줌마다.

꽉 낀 청바지에 엉덩이는 축 처졌고, 상의는 흉 할 정도로 불룩불룩 솟아나 있는 살들과, 머리는 똥머리를 고집한 지 오래다.

다만 아줌마를 인정하기 싫었을 뿐이다.


그 일이 일어난 후 나의 후유증은 오래갔다.

아줌마,,, 맞지..

나는 과거의 귀염둥이가 아니지...

멋쟁이 커리어 우먼이 아니지....

커피숍에서 바닐라 라테를 들고 7cm 구두를 신고 키홀더를 들고 뻣뻣하게 고개를 쳐들고 출근하는 게 엊그제 같다.

지금은 집에서 텀블러에 커피를 들고 슬리퍼를 신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간다.

아줌마.. 맞는 말인데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든다.

밖에서 훌쩍훌쩍 텀블러에 있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아줌마라서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었을 때는 마냥 내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지금의 나는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어딜 가나 눈치보기 바빴다.

인생은 살수록 편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시간이 갈수록 불안하고 그 불안감은 어느덧 책임감으로 이어졌다.

어느 날 시장에 가서 이것저것 장을 보는데 아줌마,, 이거 정말 싼 거예요..

사 가지고 가세요..

지나치는 나를 세우기 위해 아줌마,, 아줌마,, 불렀다.

순간 그래 나 아줌마 맞다. 아줌마라는 명함으로 가족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러니 아줌마라고 불러도 고개 들고 당당히 말할 것이다.

이걸로 주세요...라고 말이다.

그분들은 한 개라도 더 팔기 위해 애타게 아줌마를 불렀을 거다.

이제는 아줌마라는 단어에 익숙해질 때가 되었다.

자존감을 바닥 치는 아줌마지만 오늘도 나는 씩씩하게 세상에 맞서고 있다.

그래 나,,, 아줌마야..

내 몸매가 이러고 싶어서 이런 줄 알아?

나도 관리하면 20대의 몸매로 돌아갈 수 있어...


아이들 남긴 음식이 아까워서 내 입에 넣었을 뿐...

유통기간이 임박해서 내 입으로 들어갔을 뿐...

집안일하다 보면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했을 뿐...

피부 관리는 사치라서 집에서 샘플 스킨 발랐을 뿐...

미용실에서 파마하기가 아까워 똥머리로 묶었을 뿐..

내 몸에 맞는 옷이 없어서 남편 티를 뺏어 입었을 뿐...

지금의 나는 내 인생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정당방위하는 중이다.

나도 숍에 가서 피부관리하고 세팅 말고 살 빼고 예쁜 옷 입으면 연예인 못지않게 예쁠 거야..

혼자 상상했다.

다만 경제적인 이유로 허리띠를 졸라 매야만 했다.

집 대출금 갚아야지..

아이들 학원비 내야지..

관리비 식대 공과금 까지..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게 현실이다.

아줌마가 할 일은 더 이상 새는 돈을 막고, 최대한 아끼고 아껴서 살아야 된다.

그래서 오늘도 커피숍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보단 내 텀블러에 아메리카노를 타서 마셨다.

최소한 커피 갑이라도 아끼겠다는 생각에 말이다.


아줌마... 그 누가 뭐래도 나는 대한민국의 아줌마 맞다.

이제는 누군가 아줌마.. 아줌마.. 부르면 나는 저요?

라며 웃으며 대답한다.

어색한 아줌마라는 단어가 지금은 익숙한 말이 돼버렸다.

그리고 아줌마이기에 더 악착같이 사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값을 깎기도 하고, 웃으며 여유를 부르기도 하고, 정리의 달인이 될 수 있었던 건 아줌마 덕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늘도 나는 아줌마로서 최선을 다한다.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 가는 길에 휘파람을 불면서 말이다.

뒤에서 저기.. 아줌마... 비켜주세요..라고 하면 네.. 죄송합니다.

라고 웃음으로 대답하는 여유를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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