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혼 전까지 46kg을 넘지 않았다.
작은 키에 약간 통통할 정도였다.
다이어트를 한적도 없고 운동이라고 해봤자 병원 다닐 때 저질 체력을 극복하고자 요가 6개월 하는 게 전부다.
엄청 예쁜 외모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났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주위에서 귀엽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정말 내가 귀여운 줄 알고 살았다.
아이 셋을 낳고 나는 알게 되었다.
아줌마들은 결코 뱃살이 빠질 수 없다는 것을...
엉덩이는 절대 업 될 수 없다는 것을..
세 명 다 모유수유를 했던 내 가슴은 원상 복귀될 수 없다는 것을..
등 살은 울룩불룩하다는 것을..
오늘은 육퇴를 일찍 해서 한잔..
혼자 독박 육아한 게 억울해서 한잔..
신랑이 야식 차려준다고 해서 한잔..
불금이라고 한잔..
이런저런 핑계에 핑계를 더하다 보니 아줌마들의 몸매는 거의 비슷비슷하다.
물론 엄청 관리를 잘한 몇몇 소수의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일컬어 우리는 독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온갖 유혹을 이겨낸 건지..
죽으라 운동을 하는 건지..
타고난 몸매인 건지..
알 수는 없으나 소수의 몇몇을 빼고는 대부분의 아줌마들의 몸매는 비슷하다.
여자들만이 겪는 출산의 고통을 내 몸이 적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배를 꼬집어 봐도 잇몸 일으키기를 해봐도 한번 쳐진 배는 회복이 안된다.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우리 집 식비가 만만치 않다.
중학생들이 먹는 삼겹살의 양은 식비를 상승시키기에 충분했다.
온갖 잡다한 소스들이 있어야 밥을 먹는 딸아이를 위해 오늘도 비빔장 소스를 샀다.
엄마가 만든 것은 맛이 없다나...
괜찮다.. 요즘은 만능 소스가 있기 때문에..
요리 꽝손인 엄마는 위로가 된다.
막내는 오늘도 냉장고를 열었다 닫쳤다 한다.
아이들이 먹고 남은걸 버려? 먹어?
몇 번씩 고민하다 비싼 건 먹고 싼 건 버린다.
최근에 비싼 망고가 먹고 싶다고 졸라서 어쩔 수 없이 망고 4개를 샀다.
망고씨는 고스란히 접시에 남고 경쟁이라도 하듯 속살만 눈 깜짝할 새에 없어졌다.
망고 씨에 붙은 살들을 먹으라고 해도 다들 거절한다.
이걸 버리기엔 아까운데... 망고가 얼마인 줄 알아?
잔소리를 하며 싱크대 앞에서 망고 씨를 발라 먹었다.
이러니 내가 살이 빠지겠어?
구워준 고기 몇 점이 남으면 나도 모르게 내 입으로 들어간다.
요즘 고깃값이 얼마인 줄 알아?
오늘도 나는 아이들의 간식을 입으로 주섬주섬 집어 먹는다.
버리기 아깝잖아..
만두 한 개를 남기냐?
다 먹어...라고 말하지만 아이들은 자기가 먹고 싶은 만큼만 먹는다.
내 뱃속에서는 그만 먹으라고 말하지만 나는 차마 그만 먹지 못한다.
이거 하나 더 먹는다고 달라져?
정답은 달라졌다.
내 몸매는 정말로 달라졌다.
속상한 마음에 거울을 보는데 신랑이 뒤에서 한마디 한다.
엉덩이 너무 쳐진 거 아니야?
그럼, 내 엉덩이가 업되길 바라냐?
내가 아이 셋 키우랴 당신 내조하랴 얼마나 힘든데.. 그런 말이 나와?
다음날 나는 아파트에 있는 헬스장을 갔다.
두고 봐.. 내가 다이어트해서 깜짝 놀라게 만들 테니..
첫날 러닝머신에 오른 나는 30분도 안돼서 헉헉 거리며 내려왔다.
운동도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구나...라고 느끼면서..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한소리 했다.
앞으로 음식 남기지 마라..
엄마 다이어트할 테니..
아이들은 놀라며 나에게 이런다.
엄마, 다이어트는 아무나 한 줄 알아?
엄마는 못할걸...
두고 봐,, 엄마 살 빼고 달라질 거야..
각오는 대단했지만 실천은 미비했다.
아이들이 먹는 과자를 보며 옆에서 한 개만 먹어보자..
치킨 냄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딱 한 조각만 먹어야지..
너무 맛있는걸.. 딱 한 조각만 더.. 딱 한 조각만 더..
저녁 굶으면 되지..
이렇게 나는 오늘도 먹고 후회를 반복하고 있다.
헬스장을 가기 위해 몇 번의 유혹이 있지만, 많이 먹었다는 죄책감에 내 몸에게 반성하기 위해 러닝머신에 올랐다.
다이어트는 아줌마들의 영원한 숙제라는 걸 나는 절실히 느꼈다.
이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많아도 너무 많다.
오늘도 두 공기씩 밥을 먹으며 밥심이 있어야 엄마가 집안일도 하는 거야..
스스로 합리화했다.
집안일하면서 열량 소비가 다 될 거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피자 광고가 눈에 딱 띈다.
방문 30% 할인..
애들아 피자 먹을래?
엄마.. 다이어트한다면서..
오늘까지만 먹지..
내일 열심히 러닝머신에서 달리면 되지..
바로 피자를 시켰고 혼자서 3조각을 먹었다.
먹는 즐거움에 나는 살아가는 아줌마라는 걸 오늘 절실히 느꼈다.
내 살들이여...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