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서 가슴이 뛰는 이유

by 천정은


딱 5kg만 뺄 거야..라는 생각으로 무거운 내 몸을 일으켰다.

편한 반바지에 흰 티를 입고 똥머리를 하고 헬스장 문을 연 순간 딱 한 사람 나와 눈이 마주쳤다.

구릿빛 피부색에 짧은 바지, 그리고 꽉 낀 검은색 나시티 , 탄력 있는 피부를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디를 쳐다봐야 할지 몰랐기에..

나를 쳐다본 건 우연인 거겠지?

아..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더 꾸미고 올걸..

러닝에 오른 나는 앞에 있는 큰 거울로 그분의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30대쯤 보이는 그분은 근력운동을 하면서 연신 땀을 닦았다.

아줌마인 나는 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헬스장 러닝머신 앞에 있는 전신 거울은 그분의 동선을 보기에 충분했다.

결혼은 했을까?

자기 관리를 정말 잘한 몸인데?

얼굴도 잘생겼고...

혼자서 별별 상상을 했다.

남자들이 결혼을 하면 대부분 배가 나오고 살이 찌는데 반해 그분의 탄력 있는 몸은 누가 봐도 매력적이었다.

평상시 30분만 하는 러닝을 그날 나는 50분을 했다.

그분의 동선을 보기 위해선 러닝에서 내려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책맞은 아줌마라고 욕해도 괜찮다.

혼자만의 상상은 즐거우니 말이다.

직업은 뭘까?

목소리는 어떨까?

좋아하는 게 무얼까?

별별 상상을 하면서 그날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


거실에 누워서 과자봉지를 뜯고 있는 신랑을 본 순간, 짜증이 밀려왔다.

밥 먹고 또 과자 먹어?

배고파?

신랑은 짧게 대답한다.

응.. 저녁을 부실하게 먹었나 봐..

뭐? 닭갈비 먹은 게 부실하다고?

배 나와.. 그만 좀 먹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 사람이 헬스장 갔다 와서 왜 이래?

라고 생각할까 봐 입을 다물었다.

몸 관리 좀 해.. 이제 운동도 좀 하고..라고 속으로 이야기했다.


그다음 날 나는 일찍 집을 정리하고 어제와 똑같은 시간에 헬스장을 향했다.

오늘은 조금은 더 나은 복장과 비비크림을 바르고 나서 말이다.

이러는 내가 좀 우습지만, 나름 헬스장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렇게 가기 싫은 헬스장이었는데 말이다.

똑같은 시간에 도착한 후 얼른 주위를 둘러봤다.

그 사람이 없다.

나를 가슴 뛰게 한 사람 말이다.

1시간 동안 운동을 해도 그 사람은 나타나질 않았다.

오늘은 나름 꾸미고 왔는데..

뭔가 힘이 빠졌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신랑은 떡볶이 먹자..

떡볶이 좀 해봐...

순간 나는 그만 좀 먹어..

저녁 먹고 야식 먹으니 배가 나오지..

관리 좀 해...

잔소리를 했더니 신랑은 중년에는 잘 먹어야 해..

이 사람이 떡볶이 하기 싫음 하기 싫다고 하지..

나를 째려보며 애들아 아빠가 만두라면 끓여줄까?

라면 3개를 끓여서 먹는 신랑의 모습에 나는 근육질의 남자가 떠올랐다.

그 후에도 그분을 만나지 못했으나 지금도 러닝 위에서 달리며 생각한다.

다음에 그분을 만날 때는 좀 더 자신감 있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혼자만의 상상으로 오늘도 즐겁다.

처진 뱃살을 보면 한숨이 나오지만 말이다.

헬스장에서 멋진 몸매의 사람들을 보면서 나름 자극을 받았다.

운동이라면 딱 질색인 내가 지금은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있으니...


한때의 내 이상형이 근육질의 남자였는데, 현실은 비실남과 살고 있다.

비실해서 늘 먹는 것만 밝히는 현실 남이다.

운동은 숨쉬기가 전부고, 피곤하다며 소파와 한 몸 돼서 일어날줄 모른다.

심지어 아이들에게 시킨다.

물 좀 가져와... 과자 한 봉지 가져와...

움직이지 않는 현실남 때문에 오늘도 나는 혼자서 분주하다.

과거에는 좋아하는 연예인이 없었지만 요즘은 근육질의 멋진 연예인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저 사람 누구야?

먼저 검색해 본다.

와... 멋지다..

와... 잘생겼다.

혼자서 감탄사를 남발하면서 네이버 검색을 해본다.

아마도 아줌마가 되니 더 이상 멋진 남자를 만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어서 일까?


오늘도 나는 멋진 몸매를 뽐내는 사람들을 보며 가슴이 뛰는 중이다.

특히 남자들이 자신의 복근을 드러낼 때면 환호성을 지른다.

아줌마가 된 후부터는 나의 이상형은 한둘이 아니다.

주책맞을 정도로 연하남도 멋지고 근육남도 멋지고 핸섬 남도 멋지고...

현실은 오늘도 배불뚝이 남편을 보며 헛웃음만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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