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말아요,아줌마

by 천정은


내 머릿속은 온통 걱정거리뿐이다.

우선 반찬 걱정부터가 하루의 시작이다.

돌아서면 점심 저녁 반찬 걱정이다.

오늘 저녁은 내일 아침은?

10만 원어치 장을 봐와도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진다.

달걀 장조림을 저녁 반찬으로 먹는 남편은 오늘 아침이랑 반찬 다를 게 없네.. 라며 한소리 한다.

사실 열무김치 담느라 반찬 할 시간이 없었는데 말이다.

햄이라도 튀겨줘?라고 한마디 했지만 됐어.. 라며 그냥 먹는다.

하루 종일 집안일 한건 난데 뭔가 불만처럼 들렸다.

주말이면 반찬 걱정은 배가 된다.


최근 퇴원하신 아버지 걱정, 백신 접종 후 고열로 고생한 엄마 걱정, 사는 게 퍽퍽한 언니 걱정, 혼자 계신 시어머니 걱정, 직장에 회의감이 드는 신랑 걱정...

둘째 딸이 최근 희귀병 진단을 받은 후부터 나는 걱정이 더 늘었다.

안쓰러운 우리 딸에게 셀프 주사를 놓을 때마다 죄책감이 밀려든다.

행여나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하면 어쩌나.. 사회성이 결여되면 어쩌나..

잠자리에 누워서도 걱정이다.

물론 걱정 없이 숙면을 취하면 좋겠지만, 늘 머릿속에 한두 가지 걱정거리로 잠을 깊이 자지 못한다.


다음날 쓰디쓴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해보지만 몸이 찌뿌둥하다.

하루 종일 걱정거리로 가득한 내 머리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곰곰 생각했다.

내가 걱정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닌데..

그렇다고 내 감정을 속이며 웃을 수도 없는데..

참.. 사는 게 힘들구나..

라고 느꼈을 때 나는 하루 고민은 30분만 하자..라고 다짐했다.

물론 실천이 어려웠지만 최대한 걱정거리는 30분만 하기로 했다.

최근 아는 지인은 중학교 2학년 딸아이의 성적으로 걱정했다.

학원을 옮겨야 할까 봐요.

국어를 못해서 걱정이에요..

아... 아이들 성적도 걱정이구나..

우리 큰아들도 이번에 시험을 봤다.

물론 잘 보지는 못했지만, 나는 수고했다..라고 했다.

열심히 했으면 된 거지..

내가 걱정한다고 성적이 오를 것도 아니고...

나와 반대로 지인은 당장 학원을 알아봐야겠다고 했다.

주위의 엄마들은 대부분 아이의 성적을 가지고 이렇다 저렇다 걱정한다.

이 성적으로 2등급 받기도 어렵다면서..

그런 무리에 있으면 사실 우리 아이들은 더 걱정이다.

학원도 보내지 않고, 그런다고 잘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엄마들의 걱정은 아이들의 성적이구나..라고 생각한 순간 씁쓸했다.

아이 공부하라고 하고 엄마가 대신 미술 색칠 숙제를 해준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선 놀라웠다.

하루 종일 아이 성적으로 통화하는 엄마들을 보면서 저 엄마들이 부러웠다.

아이 성적만 걱정인 듯 보여서...

나와는 다르게 아이 성적 하나만 걱정하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걱정거리가 많아서 아이들 성적은 늘 뒷전이다.


최근엔 막내가 받아쓰기를 봤는데 20점 맞았다며 부모 사인을 받아오라고 했다.

우리 집 막내는 한 번씩 나에게 문자를 보내는데 받침 법이 다 틀려서 보낸다.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무슨 말인지 못 알아먹을 때도 있다.

공부 좀 해야 하지 않겠니?라고 물어보자 막내는 웃으며 말한다.

엄마 나는 수학은 그래도 잘하잖아..

네가?

그래.. 맞다 이번에 수학 70점 맞았지?

라며 같이 웃었다.


하루 30분만 걱정하자..라고 정하고 남는 시간은 다른 것에 신경을 쓰자 라고 생각한 후 내 삶은 조금씩 달라졌다.

그래서 열무김치 담는 법을 터득했고, 장아찌 담는 법도 배웠다.

맛은 보장하지 못하지만 하나씩 배우는 중이다.

해결되지 않는 걱정거리로 시간을 보낼 바엔 차라리 새로운 것 하나씩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지금은 요리 꽝손인 내가 엄마는 요리사로 변신했다.

아이들은 오늘은 새로운 요리네.. 라며 좋아한다.

물론 맛을 본 순간 느끼해.. 별로야..라는 평가도 받지만 말이다.

하루 종일 머리 싸매며 걱정할 시간에 건설적인걸 하나씩 하기로 했다.

아이들 성적 걱정도 엄마가 해봤자 소용없다.

고등학교만 가도 아이는 엄마 말을 더 이상 듣지 않는다.

아이 스스로 하도록 자립심을 키워주는 게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성적이 걱정되거든 아이를 위해 새로운 간식 만들기를 해보면 어떨까?

간식 먹고 힘내서 공부 잘할지 아는가?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면 그 시간만 즐겁다.

나는 수다를 떨다가도 한 번씩 후회할 때가 있다.

내 걱정이라며 말을 했는데 상대방은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게 아닌 듯 보였다.

그리고 내 걱정거리를 소문내는 경우도 있다.

그런 황당한 경우를 당하다 보니 나는 내 걱정거리는 나만 알고 있다.

답답할 때마다 수다 대신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자전거를 타러 나갈 때마다 마주치는 이웃집 아저씨는 연신 담배를 피우며 나를 힐끗 쳐다본다.

자주 마주치다 보니 서로가 느낌으로 안다.

저분도 나처럼 걱정이 많겠지?

답답한 마음에 담배만 연신 피워대고 있겠지..

걱정 없이 두 발 뻗고 잘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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