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여 목소리를 낮춰요..

by 천정은


“하나 둘 셋 빨리 가라

습관이 되어버린 말이다.

육아를 하면서 하나 둘 셋이라는 말을 달고 산다.

엄마 말을 잘 들으면 오죽 좋으련만..

아이들은 들어도 모른 척,, 엄마가 농담하는 줄 알고 모른 척,, 하기 싫어서 모른 척..

마지막에는 비장의 무기처럼 하나 둘 셋 빨리 해라..라고 외친다.

다정한 엄마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했건만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나는 어느덧 목소리가 우렁찬 아줌마가 돼버렸다.

우렁찬 목소리는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옆집 윗집 아랫집 아줌마들이 하는 목소리가 다 들린다.

방음이 잘 안된 탓도 있겠지만 유독 아줌마들의 목소리는 우렁차다.

오늘도 옆집 아줌마는 아이에게 빨리 해라.. 너... 웅성웅성 뭐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랫집에서는 목욕 안 한다는 아들에게 엄마가 뭐라 뭐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윗집은 오늘도 새벽부터 일어나 쿵쿵 발 망치를 하며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저씨보다 아줌마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는 말을 많이 하기도 해서이지만, 대부분 악역은 아줌마들이 담당하기 때문일 거라 추측해 본다.


우리 집도 악역은 내 담당이다.

아이 성적표를 보면서도 엄마는 공부 좀 해라.. 응?

반면 아빠는 다음에 잘하면 되지... 수고했다..

당연히 아이들은 엄마를 잔소리 꾼이라 생각한다.

옛날에는 여자가 감히..라고 했다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여자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고, 똑똑한 인재도 여자가 많다.

집 앞 커피숍이나 식당만 가도 삼삼오 모여있는 아줌마들을 볼 수 있다.

마침 전세라도 낸 듯 웃음소리 또한 요란스럽다.

그리고 남편 욕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들이 살아온 세월의 흔적을 들을 수 있다.

남편들이여 아줌마가 수다 떨며 욕하는 것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라.

그들은 하루 종일 살림하고 육아하다 보니 지친 것뿐이라고..

풀 때가 수다 밖에 없으니 죽치고 욕하는 거라고..

남편이 정말 싫어서가 아니라고..

정말 내편인 남편을 욕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아줌마들은 답답하고 속상하고 의지하고 싶은 소통의 장을 수다로 푸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하루는 후배가 언성을 높이며 자신의 남편을 욕했다.

남편이 말이 없다고...

나는 순간 말이 많은 것보단 낫지 않냐고 반문했다.

말이라는 건 많을수록 손해다.

내 경험상 그렇다.

말은 많이 할수록 실수할 가능성이 크고 목소리 큰 사람이 손해다.

몇 년 전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부당한 일이라 생각하며 열을 내고 내 주장을 말했다.

내 목소리를 높이면 나를 쉽게 보진 않겠지..

내 성질 건드리면 너희들 가만 안 둬..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며칠 지난 후 나는 후회가 되었다.

무슨 일이든 목소리 큰 게 손해라는 걸 알았다.

가만히 그 상황만 지켜보면 해결될 일이었는데 말이다.

그 후부터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쉽게 말을 하지 않는다.

같이 욕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돌아오는 건 내 흉이었다.

누군가 목소리를 높이며 남을 평가하거나, 자신을 내세운다면 그 사람은 멀리하는 게 좋다.

남을 자주 욕하는 사람과 가까이하지 말라 는 말은 사실이다.

당신 뒤에서는 당신 욕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줌마라서 목소리를 높이기보단 목소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

고생한 세월의 흔적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외면의 목소리를 높이기보단 내면의 아픔을 보살필 줄 알아야 한다.

요즘 아이들에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물론 한 번씩 하나 둘 셋이라며 협박을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불친절한 사람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지만, 그 상대방이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나 보네..라고 이해하려고 한다.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단 상대방을 높여주는 게 삶의 지혜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한 번은 운동할 때 입을 반바지를 사기 위해 스포츠 매장에 갔다.

두벌쯤 입어봤는데 점원이 인상을 쓰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사이즈 없어요.. 이건 안 맞아요..

순간 불친절하네..

바로 사지 않아서 화가 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웃으며 제가 정리해 놓을게요..

힘드시죠..라고 말했다.

순간 그 점원은 아닙니다.

제가 정리할게요..라고 말했다.

나는 그 점원의 수고를 봐서 반바지 한 개를 구입했다.

요즘은 서비스직이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객이 왕이라지만 목소리만 높이는 고객은 상대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목소리를 낮추고 이제는 세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주위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내 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나의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겠다.

말은 내가 하는 게 아니라 들어주는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 볼륨을 줄여보자.


최근 커피숍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옆자리에 아줌마들 3명이 앉았다.

그 아줌마들은 더 이상 내가 책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수다를 떨었고, 이내 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같은 유치원에 보내는 엄마들인 듯했고, 반복된 말을 되풀이하면서 손뼉을 치며 웃었다.

옆의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은 채 얼마나 떠드는지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보낸 그 시간은 그들에게 얼마나 값진 시간일까?

그들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일까?

품격 있는 아줌마가 되기 위해선 우리는 오늘도 목소리 볼륨을 줄일 필요가 있다.

아줌마라고 다 똑같은 사람은 아니라는 걸 그날 느꼈다.

당신은 어떤 아줌마가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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