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lie Jul 12. 2016

인사(HRM)의 선순환 모델

한 명의 HR-er가 생각하는 HRM에 대한 Private Model

교차로가 있습니다. 여느 교차로와 마찬가지로 출퇴근 시간이면 제법 많은 차량들이 북적이지요. 몇 년 전 출근길에 신호에 걸려 기다리다가 횡단보도 옆에서 교통신호제어기에 손을 얹고 있는 교통경찰관을 보았습니다.

교통경찰관 vs. 교통신호제어기 , 둘 중 누가 더 정확할까?

이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던 개념은 '객관성'에 대한 정의였습니다. 인사평가라는 제도를 놓고 객관성에 대한 불만이 있었던 까닭에 그 객관성이 흔히 생각하는 사전적 의미의 객관성이 아닌 '주관적 합의'로 이해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이 구조가 당시의 인사평가라는 제도의 영역에서 인사관리라는 전체를 이해하는 원리로 조금 범위가 넓어졌지요.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우선 교차로의 상황에는 운전자와 교통경찰관, 그리고 교통신호를 보내는 장치들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일련의 상호작용을 하면서 "원활한 교통의 흐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죠. 100%의 완벽함은 아니지만 나름의 최선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 달성 과정에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첫 번 째 요소는 '정보'입니다. 빨간불이면 멈추고 파란불이면 진행하라는 신호라는 걸 운전자와 교통경찰관은 알고 있습니다. (이를 역량의 영역에서는 '지식'이라 합니다.) 그리고 운전자는 그 지식에 기반해 운전을 합니다. 핸들을 조정하고 악셀과 브레이크를 밟습니다. (이를 역량의 영역에서 스킬이라 합니다.)


두 번째 요소는 '공유'입니다. 위의 '정보'를 운전자와 교통경찰관이라는 두 주체가 공유하고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세 번째 요소는 '기대'와 '행위'입니다. 운전자가 갖는 기대는 교통경찰관이 곧 신호를 변경할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교통경찰관은 그가 신호를 변경하면 운전자가 출발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대는 1분 1초의 정확성을 유지해야만 한다기보다는 일정한 범위를 가지고 있어서 그 범위를 충족하면 기대가 충족되었다고 보게 되겠죠.


네 번째 요소는 '순환'입니다. 운전자의 기대와 교통경찰관의 기대가 교통신호라는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각자가 가진 스킬을 활용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경험이 반복되면 운전자와 교통경찰관은 서로의 행위에 대해 일종의 신뢰를 형성하게 됩니다. 경찰관이 1~2분 더 늦게 혹은 더 빠르게 신호를 바꾼다 하더라도 차문을 열고 나와 항의하는 일은 없겠죠.

기업에서 인사(Human Resource Management)에도 위와 같은 선순환 구조가 필요합니다. 정말 쉬워 보이지만 생각만큼 하고 있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죠.  근로자와 기업을 서로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선입견도 그렇고 정보를 움켜쥐고 상대방보다 높은 곳을 가려는 소위 '경쟁'의 모습도 그렇습니다.


물론 모든 기업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정보를 공유하고 노사가 함께 무언가를 하는 기업이 등장했을 때 이것이 기사화되고 누군가는 이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현실이 어쩌면 지금 우리가 아직 앞에서 이야기드린 선순환 고리를 마주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HRM 11년 차에도 여전히 HR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HR-er의 HR을 통해 바라본 '나' '사람' '일' '세상'에 대한 제 나름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