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흐름대로 써보는 HR이야기1

이야기의 시작 & 채용 by Opellie

by Opellie

HR이라는 일은 어찌보면 단순하고 또 어찌보면 복잡합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은 복잡해 보이는 일을 단순화시키려는 노력이라 말할 수도 있습니다. 글을 쓰는 것도 글을 통해 제 생각과 경험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일종의 단순화를 시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리를 하면서 일종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인 셈입니다. 그 여정의 중간에서 무언가 이야기를 써보려 합니다. 말 그대로 '생각의 흐름대로' 써보는 HR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몇 년 전에 혼자 이와 비슷한 시도를 해본 적이 있습니다. 공개된 문서가 아닌 문서로 말이죠. 그리곤 얼마 가지 않아 멈추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고 해야 하겠죠. 그리고 지금 그 때 했던 일을 다시 해보려 합니다. 물론 기존에 제가 했던 이야기들이 중복될 수는 있습니다. 구성만 좀 달라졌다고 해야 할까요. 어느 지점까지 생각을 이어볼 수 있을지도 조심스럽습니다. 어쩌면 중간에 공백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도전이기도 하고 HR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본 글에서는 '인사'라는 단어의 명확성을 위해 'HR'이라 표현하며 인사담당자는 '인담'으로 줄여 표현합니다.


"내가 뭐 잘못한 게 있어요? 인사팀이 왜?"

일전 어느 팀장님께 차 한잔 하자는 이야기를 드리자 저에게 돌아온 답변입니다. HR을 하면서 늘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왜 사람들은 HR을 어려워하고 HR담당자와의 면담을 어려워할까? 제 경험이 말하는 HR은 결국 사람들을 통해 완성되는 영역인데, 따라서 사람들이 HR을 잘 알고 가까워야 하는데 반대로 HR을 어려워하고 일종의 거리마저 두는 것에 대한 고민입니다. HR과 이를 수행하는 인담은 누구나 쉽게 다가와서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HR제도의 이용자는 HR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고, 인담은 제도이용자가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다른 혹은 그 취지를 해하는 이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게임을 만들고 그 게임의 유저와 소통하면서 게임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게임이란 일종의 생활 플랫폼이라 말할 수 있겠죠. 상호간의 '소통'이 HR에서, 그리고 인담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말하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소통이 조직 내에서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어쩌면 우리는 그러한 조직을 일컬어 그들만의 조직문화가 만들어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수평적 조직문화를 추구한다면 말이죠. 조금 엉뚱하다 할 수 있지만 제가 HR을 하면서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 많은 사람들이 HR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조직에서 HR의 역할이 관리나 통제보다는 facilitator역할로 변하기를 바랍니다.


Facilitator로서 인담

Facilitator로서 인담은 일반적으로 facilitator가 갖추어야 하는 '중립성'의 특성과는 다른 면을 가집니다. facilitator로서 인담은 중립성 보다는 균형감이라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해 보입니다. "항상 문제는 올바른 시점에 올바른 양이다. 열 번의 산책, p142, 에디스 홀, 예문아카이브"라는 문장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바른 시점과 올바른 양에 대한 판단을 인담은 늘 고민해야 합니다. HR이 정답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인담으로서 주변의 흰머리가 늘어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주는 에디스 홀의 '열 번의 산책'에 나오는 문구가 어쩌면 인담이 늘 간직해야 하는, 조금 더 나아가면 살아가면서 우리가 간직해봄 직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관대하다는 것은 조용히 용감하고, 자기 충족적이고, 남을 비난하지 않고, 예의 바르고, 신중하고 솔직한 것을 의미한다. p141


본 글들은 한 명의 인담의 경험이기도 하고 동시에 그가 살아온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HR이라는 일에서부터 이와 관련된 철학 등을 이야기하며 HR에 대해 좀 더 많은 분들이 이해하고 생각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데 아주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합니다.


채용Recruting, Pre-HR

개인적으로 채용을 설명할 때 Pre-HR이라는 단어를 언급합니다. 지난 해 어느 기관에서 HR에 대한 제가 가진 생각들을 공유할 때 채용단계를 다른 분께 부탁드렸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채용은 HR이라는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요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을 정하는 단계입니다. 우리가 피스가 많은 난이도 높은 퍼즐을 맞출 때 어느 시작점을 잘못 잡으면 퍼즐을 맞추기가 더 어려워지겠죠. 채용은 그 첫 번 째 조각에 해당합니다. 채용단계에서 어떤 사람을 선발하는가, 어떤 지원자를 모집하는가는 그래서 당연히 중요합니다. 문제는 그 첫 퍼즐을 맞추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지난 번 책소개를 했던 앤드루 그로브의 High output management에서 저자는 면접 당시에는 훌륭한 인재라 주저없이 판단했는데 입사 후 다른 모습에 당황했던 경험을 말합니다. 심지어 그런 당황스러움 속에서도 면접 당시 무엇을 놓친건가에 대해 모른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제 경험을 빌어보면 제가 지원자 입장에서 면접장소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면접을 본 시간만 합쳐서 8시간 정도 면접을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 면접에서 잊지 못하는 말이 있습니다. 면접관 한 분이 한 시간 가량 면접이 진행된 시점에 말하시더군요. "10분 쉬었다가 이어서 합시다" 라고. 지원자 입장에서 보면 합격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렇게 개인 시간을 소비하는 게 맞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제 경우는 그 기업에 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사람을 선발하는 데 정말 신중하게 보고자 노력한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채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들을 합니다. 남들은 어떤 절차로 진행하는지, 어떤 질문을 하는지, 어떤 선발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등은 우리들이 채용과 관련해 항상 궁금해하는 분야입니다. 어느 글로벌 기업에서 사용한 면접 질문지라며 돌아다니는 자료들도 많고, 소위 구조화 면접이라는 이름으로 일정한 구조와 체계를 가진 듯 보이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마다 무엇이 답일까를 찾다가 다다른 어느 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100% 완벽한 선발은 불가능합니다. 죄송합니다. 저도 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앤드루 그로브도 자신의 실수를 이야기하는데 고작 HR만 15년 정도 했다는 담당자가 정답을 이야기하는 건 적어도 제 기준으로는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관점에서 한 사람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이죠. 얼핏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응을 살펴보는 것과 같은 것으로 보실 수도 있으나,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응이라 하더라도 관찰자로서 면접관이 동일하다면 그건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상황에 대한 해석의 기준이 되는 건 여전히 해당 면접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면접과정에 팀원을 참여시키는 방식은 긍정적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최종 의사결정권한은 장으로서 누군가가 가지겠으나 의사결정권자에게는 면접 참여자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의무가 주어집니다.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수렴'을 의미합니다. 만일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중 어느 것에 더 비중을 둘 것인지, 어느 하나의 비중을 높이거나 낮출 때 발생 가능한(소극적 & 적극적) 리스크가 무엇인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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