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흐름대로 써보는 HR이야기4

'배치관리'대신 '직무관리', 직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by Opellie

조금 오래 전에 봤던 장표 중에 HR을 일련의 순서대로 그려놓은 일종의 흐름도가 있었습니다. 대략 기억을 더듬어 보면 채용관리 - 배치관리 - 평가관리 - 보상관리 - 방출관리의 모습이었던 듯 합니다. 각 단계중에서 인담으로 일을 하면서 항상 애매했던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배치관리 입니다. 비유하자면 일종의 계륵鷄肋이라 할 수 있습니다. 채용 다음엔 당연히 배치가 되어야 하는데 배치라는 단어가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되는가에 대해 스스로도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할까요. 물론 공채를 진행할 때는 최종 선발과 부서배치 사이에 입문교육이라는 과정이 길게는 한달 가량 있었고 부서에 배치된 시점에도 멘토링이라는 인사팀의 연결고리가 있긴 했지만 그것만을 이야기하기엔 채용이나 평가와 같은 다른 단계들에 비해 인담으로서 실질적인 비중이나 역할이 크지 않았던 까닭입니다. 배치관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실무를 하면서 마음 한 켠에 두면서 자라나 생각이 머무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직무관리'입니다.


직무에 대한 개념을 머리 속 기준으로 삼기 시작하면서 거리를 두기 시작한 제도 중에 '순환보직'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순환보직'은 제가 HR을 만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당시만 해도 HR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HR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고, 심지어 HR부서에 가기 싫다는 면담을 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제 머리 속에는 일, 즉 '직무'에 대한 개념도 경험도 그 어떤 것도 없었고 사회생활 1년이라는 시간동안 익숙해진 그 '익숙함'에 안주하려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큰 실수를 할 뻔한 기억입니다.


HR에서 직무의 역할

인담으로 일을 하면 할수록 직무는 HR에서 중요한 기준이고 기준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HR을 이야기하면서 HR의 3요소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요. 직무는 그 중 하나입니다. 특이한 점은 직무라는 요소가 사람이나 조직이라는 다른 두 요소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직무는 사람과 조직을 연결하고 그 연결을 통해 사람과 조직이 성장하게 하고 동시에 환경변화에 따라 스스로를 성장시켜가는 요소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변화하는 매개체라고 할까요. 동시에 직무는 외부환경변화에 가장 민감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 환경변화 등은 기존의 직무 필요성을 줄이거나 없애기도 하고 반대로 그 필요성을 증가시키기도 하며 때로는 기존 직무에 대해 다른 역할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매개체로서 직무는 사람과 조직에 영향을 미치고 사람과 조직에 직무의 변화에 따른 변화를 요구하게 됩니다. 달리 말하면 직무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면 사람과 조직의 긍정적인 변화, 제가 이야기하는 '성장'이라는 방향성으로 함께 가져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의 문제를 만나게 됩니다.


직무분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직무분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터넷이나 책등을 통해 우리는 생각보다 직무분석에 대한 많은 자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직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지만 저도 직무분석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하기는 늘 조심스럽습니다. 인담 15년차를 보내면서 이제야 이렇게 생각을 조금씩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이고 여전히 배우는 입장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다만 실무자로서 외부 도움없이 직무를 다루어야 하는 상황을 몇 번 마주하면서 나름의 시도들을 해보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면서 만들어진 직무에 대한 생각들을 조금 남겨보려 합니다. 우리가 흔히 찾을 수 있는 직무분석의 프로세스와 같지만 조금은 다를 수도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직무분석에 대한 경험 하나

직무에 대한 결과물을 직접 처음 만져본 건 2008년 여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미 컨설팅을 통해 다 만들어 놓은 산출물만을 접했기에 제가 직접 직무를 다루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 때의 경험과 인상이 제가 이야기하는 직무를 어떻게 다룰까?의 기본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2013년도에 어느 IT계열사 인사팀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발령을 받고 대락 3개년 정도의 HR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3년차가 된 2015년에 직무역량을 만들어 놓는 것이 구체적 목표였지요. 2년 정도 기업과 직무에 대한 정보들을 모으고 2015년 초 SME설명회를 시작으로 나름 1인 project를 시작했습니다. 외부 컨설팅 등의 지원이나 해당 프로젝트를 위한 별도의 시간분담도 없이 시작한 project이기도 하고 동시에 2013년에 제가 그렸던 HR의 모습을 그리기 위한 일종의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목적이기도 했습니다. 어찌 보면 다소 무모한 도전처럼 보일 수 있었음에도 몇몇 반대의견 등을 들으면서도 진행을 할 수 있었던 건 당시 2년동안 모아두었던 자료들과 더불어 직무분석을 통해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비교적 명확히 설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무엇이란 일종의 구체적 산출물을 말하며 그 산출물은 직무역량사전이었습니다.


왜 하는가? 그리고 기준으로서 산출물의 설정

일반적으로 직무분석을 하면서 그 결과물로 직무명세서나 직무기술서 혹은 이 둘을 합한 형태의 산출물을 말하곤 합니다. 이 산출물들은 직무미션, 직무스킬과 지식, 자격요건, KPI 등을 담고 있습니다. 2015년도에 진행했던 직무분석은 직무가분류와 SME선발과 설명회 등의 절차는 동일하게 진행했으나 그 절차를 통해 도출하고자 하는 산출물은 직무역량이었기에 직무역량을 도출하는데 필요한 절차들만 진행을 했고 결과론으로 외부의 물리적/시간적 지원 없이도 제가 그렸던 역량사전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직무분석을 하고자 하신다면 가장 먼저 생각하셔야 하는 것으로 '직무분석을 왜 하고자 하는가?' 를 말하는 이유입니다. 간혹 직무분석을 굉장한 마법도구로 바라보는 경우를 만나곤 합니다. 왠지 있어보이기도 하고 무언가 전문가스럽기도 하고 말이죠. 개인적으로 직무분석은 우리가 HR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라 말합니다. 직무분석을 하기만 하면 HR이 획기적으로 좋아지는 게 아니라 분석된 직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연결되어야 함을 말합니다. 여기에서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위에서 언급한 '왜 하는가'와 연결됩니다. 위에서 제가 역량사전을 만들었던 목적은 한 가지였습니다. 평가제도에서 역량평가를 '성장'관점으로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우리 실무자는 항상 실무를 마주하고 있기에 모든 것이 완벽한 결과물을 한 번에 만들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저처럼 기업에서 이를 위한 지원을 해주지 않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야 합니다. 일종의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위의 경험에 이어 2년 정도 지난 시점에 다른 지향점을 가진 직무에 대한 분석을 다시 하게 됩니다. 당시에 구성원 간에 R&A에 대한 이슈가 있었고 그 R&A에 대한 표면적 갈등을 해소해달라는 요구가 직무분석 수행의 필요성으로 공식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했던 반응은 이랬습니다.

"직무분석으로 해소될 수 없을 듯 합니다"

기업은 각 직무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완결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구조인데 그 연결고리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그 갈등을 인위적으로 제3자가 나눈다는 건, 더욱이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는 기업의 성과에 도움이 안되고 해서도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당시에는 좀 더 제 생각의 흐름대로 워크샵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저도 조금은 걱정을 했었습니다. 제가 무언가 워크샵을 리딩하는 경험이 많지 않았고 기존에 검증된 방식보다는 제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process를 짜고 운영을 했던 까닭입니다. 어쨌든 이 작업에서 직무분석의 최종 산출물은 더 이상 직무역량사전이 될 수 없었습니다. 직무분석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직무분석의 출발점: 왜 하는가?

그래서 우리는 직무분석을 하고자 함에 있어 가장 먼저 "직무분석을 왜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5년의 저처럼 인담의 필요성에 기인할 수도 있고 2017년의 모습처럼 구성원의 요구에 대한 반응이 될 수도 있고 좀 더 흔한 경우로서 경영진의 지시에 의해서일 수도 있지만 "왜 하는가?"에 대한 생각/고민이 직무분석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함은 분명할 듯 합니다.


#생각의흐름대로써보는HR이야기 #Opel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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