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흐름대로 써보는 HR이야기5

직무정보도출, 그리고 왜 일하는가?

by Opellie

*화단에 꽃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빨리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왜 하는가?라는 질문을 생각했을 때 2017년의 직무분석은 일반적인 프로세스로는 무언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우리는 KPI나 자격요건 등의 기술서 및 명세서 항목을 원하지 않았고 R&A라는 인식의 거리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직무분석의 필요성에 대한 출발점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생각했던 건 R&A는 일종의 인식의 문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합의'와 '협업'을 하려면 무언가 논의를 위한 공통의 출발점이 되는 기준이 필요한데 직무분석을 통해 그 기준점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여기에서 중요한 구체적 결과물은 '산출물'과 '직무성과'가 되었습니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산출물이라는 구체적이고 실무자들에게 익숙한 대상으로 삼았고 이야기의 마무리는 직무성과 내지 가치라는 추상적인 문장이 됩니다. 그 문장을 만드는 데 실무자를 참여시킴으로써 직무성과에 대해 주관적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목적입니다.


만일 직무분석을 'KPI 등의 기술서와 명세서의 요소들을 도출하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제가 하는 방식은 직무분석이라 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명확합니다. 우리가' 현재 시점에서 필요로 하는 직무에 대한 정보를 도출해내는 작업'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간혹 직무분석보다는 직무를 다룬다거나 직무정보를 도출한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실무자로서 제가 가진 경험과 지식, 사고가 뒷받침해주는 범위 내에서 일을 하기에 직무분석을 100% 완벽하게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직무분석에서 직무정보의 활용

제가 바라보는 직무분석에서 그 결과물은 직무를 수행하는 실무자의 행위를 제한하거나 그들의 다양성 내지 창의성을 제한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물론 기존의 항목들이 그러한 영향을 주었는가? 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적어도 '정답'문화와 '책임으로부터의 도피'라는 의식들은 상하의 의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다양성이나 창의성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용되었을 가능성이 좀 더 높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와 관련해 '정답'문화가 항상 나쁜 것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겠죠. 사고를 위해서는 일정 지식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정답문화는 이러한 지식이나 경험을 빠른 시간 내에 확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이렇게 주입된 지식과 경험이 외형적 힘에 의한 강제력을 만나고 상급자의 익숙함에 기대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정답문화가 우리에게 주었던 긍정적인 힘을 다양성이나 창의성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활용하게 합니다. 정답문화를 부정하고자 함이 아니라 그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직무분석을 통해 도출된 정보들 역시 이와 같습니다. 자격요건을 규정했다면 반드시 그 자격요건에 국한되어야만 한다거나 정해놓은 프로세스대로만 수행해야 한다는 식의 제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장 좋은 건 우리가 일을 처음 시작할 때 이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과 경험을 가져보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부분이 현실적으로 적어도 아직까지는 흔하지 않기에 직무정보를 통해 우리가 하는 구체적 일들이 어떻게 가치를 만들어내는가를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보는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다른 모습의 직무정보 도출 예시

2017년도에 진행했던 워크숍은 이러한 내용을 기반으로 진행했던 예입니다. 워크숍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직무성과의 도출이고 다른 하나는 직무간 연결성에 대한 이해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 두 목적의 지향점에는 R&A 갈등의 해소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부연하면 R&A의 해소를 '여기까지는 A 업무영역이고 여기부터는 B 업무이다'라고 인사팀이 선을 긋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하는 과정에서 실무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합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SME를 선발하거나 직무에 대한 가분류작업을 하는 등의 절차는 동일하나 자격요건, KPI와 같은 항목들을 도출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위에서 다양성이 발현되는 것을 지향하는 관점과 그 맥을 같이 합니다. 간단히 그 진행 흐름을 소개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직무를 임시로 분류합니다. 가장 편한 건 대부분의 기업들이 단위 조직들로 기능을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각 단위조직 중 하위, 즉 팀 정도 단위조직을 하나의 직무로 구분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에서 하부 단위조직의 기준은 공식적인 조직도를 기준으로 합니다.
2. 각 직무별 SME를 선발합니다. '선발'이라는 표현이 좀 거창해 보이지만 편하게 해당 직무에 대해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어느 정도 '설명'을 할 수 있는 실무자를 선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SME로 하여금 해당 직무에서 산출물 리스트를 작성하게 합니다.
4. 산출물 리스트를 기준으로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각 직무별로 진행하며 해당 산출물을 기준으로 해당 산출물에 대한 이해관계자 리스트를 작성합니다.
5. 이해관계자 리스트에 이어 그 다음으로 산출물이 각 이해관계자들에게 제공하는 가치 리스트를 작성합니다.
6. 산출물 - 이해관계자 - 가치의 조합으로 문장을 만듭니다.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만들어 봅니다.
7. 만들어진 가치명제를 유사한 내용들로 그룹핑합니다.

위와 관련해 최근에 소개드렸던 아웃퍼포머 라는 모튼 한센님의 책의 문구를 소개드립니다.

'남들에게 주는 효용'이란 내 부서에 기여하는 것을 뜻할 수도 있고, 내 사무실, 동료, 회사, 고객, 의뢰인, 혹은 공급자에게(심지어 공동체나 환경에) 기여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아웃퍼포머, 모튼 한센, 김영사 p78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소개하는 '열 번의 산책'의 문구도 관련하여 소개드립니다.

모든 예술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처방은 간단하다. 성공을 목표로 하는 모든 연극, 시, 회회, 조각 작품은 관객/독자/청자에게 즐거움이나 유용한 뭔가를 제공해야 한다. (중략) "내가 그것을 즐겼는가?"라는 질문은 중요하다. 그러나 "내가 그것으로부터 뭔가를 배웠나?"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부정적이라면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에 물음표가 남을 수 밖에 없다.
열 번의 산책, 에디스 홀, 예문아카이브, pp256-257

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다른 동료 혹은 부서 혹은 기업 전체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어떤 효용을 가지고 있고 누가 왜 내가 하는 일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해 우리는 늘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에 대한 생각이 정리된다면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왜 하는가? 즉 직무가 추구하는 가치로서 직무성과에 대해 우리 나름의 정의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왜 일하는가?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과 노력

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왜 일하는지에 대해 말하는 분들을 만나기란 제 개인적으로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한 번은 HR모임에서 만나 다른 소모임을 했던 분들과 모여 이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왜 HR을 좋아한다고 말하는지, 왜 HR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말이죠. 그 때 제 이야기의 시작은 대학시절 자원활동을 하던 때의 경험이었습니다. 돌아보면 대학 4년을 주로 아이들과 함께 했었는데 공부방 선생님으로 활동을 할 때 마음 속에 자리잡은 단어가 '도움'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첫 사회생활에서 시작했던 감사업무는 1년동안 일을 하면서도 무언가 괴리감 같은 게 있었습니다. 개선이 아닌 적발을 위한 감사를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HR을 만날 때 익숙함을 선택하려 했던 건 익숙함이라는 게 참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공부방 시절에 들었던 조언이 있습니다. "네가 마음만으로는 아무도 도울 수 없다."는 말입니다. HR은 적어도 HR제도가 적용되는 기업이라는 물리적 범위 내에서는 그 요소들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 생각은 10여년의 경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나름의 방향성을 더하여 '성장'이라는 단어로 이어져 있습니다. 제가 HR을 이야기하면서 '성장'이라는 단어를 종종 사용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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