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는가와 직무관리, 그리고 다양성
HR을 왜 하는가?라는 질문은 HR을 하나의 직무로 놓고 볼 때 HR의 직무성과로 연결됩니다. HR이라는 일이 사실 굉장히 다른 성격의 직무들이 모여 있는 집합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HR을 직무라 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 HR이라는 직무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어찌보면 직무에 대해 해당 직무를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 특히 해당 조직에서 해당 직무를 리딩하는 사람이 가진 가치 내지 철학과도 연결됩니다. 다만 과거 우리가 경험해왔던 HR은 우리들 인담에게 직무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물어보는 대신 HR을 모르는 일부 리더들의 생각에 맡겨진 경우가 많았지요. 직무관점에서 리더는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들과 같이 특정 직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무리더가 있고 이들 직무의 경계를 넘어 이들을 통합하는 관점의 리더입니다. 후자의 리더는 '통합'이라는 결과물을 위해 직무리더들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직무와 직무를 둘러싼 환경은 계속 변화하고 있고 후자의 리더는 그러한 각 직무에서의 변화에 민감하게 세부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입니다. 일이란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 비로소 '가치'로 연결됩니다. 인담과 통합자의 의도가 제도에 투영되어 구성원에게 메시지로 전달되고 그 제도를 통해 구성원의 직무경험과 조직경험이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는 직무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서 한 가지 재밌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일한 직무경험과 조직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도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위에서 언급한 '왜 하는가'와 연결됩니다. 어떤 이는 일을 하는 이유를 일과 그 일의 수행을 통한 가치로 이해합니다. 반면 어떤 이는 일을 하는 이유를 사람에서 찾습니다.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를 조금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극 중 양호준이라는 의사가 나오는데 드라마의 어느 지점에서 그가 그의 리더에게 이야기합니다. 당신만 바라보고 왔는데 이제와서 당신이 무너지면 자신은 어떡하냐는 말입니다. 그는 의사라는 직무/일을 수행하는 이유를 사람에서 찾고 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출세를 위한 듯한 발언도 하긴 하지만 극 중 마지막에서 '일 안 해?'라는 리더의 말에 '합니다'라는 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는 자신의 이익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사람을 통해 그 일을 하는 이유를 찾는 유형이라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반면 '살린다'라는 직무미션을 가지고 있는 김사부나 서우진은 사람이 아닌 직무를 기준으로 '왜 하는가?'를 이야기합니다.
동일한 직무경험과 조직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가 일을 하는 이유를 사람에 두는지, 일에 두는지에 따라 동일한 경험은 다른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추구하는 방향은 제 글에서 짐작하시듯이 '일'에 그 이유를 두는 것입니다. 질문의 형태를 조금 변형하면 '이 일을 통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까?를 고민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우리는 직무성과라 말할 수 있습니다. 직무성과에는 일을 중심으로 하는 왜 하는가? 에 대한 인담의 고민과 고민의 결과로써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직무관리에서 다양성
직무관리를 이야기하면서 직무분석과 관련해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었던 KPI나 자격요건, 스킬 등을 이야기하지 않고 직무성과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양성'이라 말합니다. 이는 실무자 개인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재량권을 갖게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재량성은 직무성과가 아닌 직무성과를 달성하는 방법론의 영역에서 발휘되면서 실무자 입장에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합니다. '방법론에서 다양성'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방법론이 직무성과와 명확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우리는 중간목표들을 필요로 하게 되며 이 중간목표로서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대상이 산출물입니다. 앞서 워크숍에 대한 이야기에서 이야기했던 그 산출물입니다.
직무역량과 직무역량사전
직무를 이야기하면서 직무성과와 함께 이야기해야 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직무역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처음 직무역량을 만난 건 2008년이었습니다. 이직을 했고 마침 그 시점이 CB-HR의 컨설팅이 끝난 시점으로 입사하자마자 그 결과물을 받아들었습니다. 이제 제도운영을 시작해야하는 시점이라고 할까요. 그때의 경험은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그때의 역량사전을 어느 정도 벤치하는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어느새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역량사전이 말씀드린 다양성을 품어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면서 역량사전에 대한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작성했던 글을 아래에 남깁니다.
제가 경험한 초기버전의 역량사전은 '고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가지는 공통된 행동특성'이라는 개념에 기반하고 있었습니다. 신의성실이나 문제해결과 같은 항목을 역량으로 설정하고 해당 역량을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구체적인 행동들을 나열하는 경우입니다. 사견이지만 사실 이는 기존에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도 이미 하고 있던 모습이기도 합니다. 어느 영업사원이 우수사원으로 선발되어 다른 영업사원 교육에서 본인의 노하우 등을 일종의 Best Practice로 설명하는 모습 말이죠. 초기의 역량사전은 과거 구두로 전달되는 무언가를 문서화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역량정의가 가지는 한계는 다양성을 추구하는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역량의 행동지표들이 외향적인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겁니다. 혹시 기억하시나요? 채용에서 나왔던 주도성의 개념 말이죠
Spencer & Spencer의 역량개념을 감히 제가 수정하겠노라 말하고 싶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위와 같은 방식의 역량에서 흔히 말하는 1%가 부족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으로 만난 역량사전을 고민합니다. 이 유형은 2008년도에 직접 마주했던 시기의 역량형태와 같습니다. 다만 역량의 개념에서 '사람'을 '직무'로 바꿔봅니다. '고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가지는 공통의 행동특성' 대신 '고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공통의 직무특성'이라고 말이죠. 이로서 역량을 도출하는 대상이 '사람'에서 '직무'로 전환되고 말 그대로 '직무'에 집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무자로서 이 정도가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기준으로 무난한 형태라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여기에 더해 시도하는 약간은 변화된 모습은 직무역량을 일종의 성장경로로 이어보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스킬이나 기술이 필요하니 배워라가 아니라 해당 역량을 키우기 위해 직무수행자가 스스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계획하고 이행하는 과정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기준점으로서 직무역량을 의미합니다. 초기버전의 직무역량이 특정 행위를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했다면 최종 버전의 직무역량은 사람이 해당 직무역량을 기준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행동을 만들어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동적 존재에서 주도적 존재로의 이행이라 할까요. 정해진 대로 해라가 아니라 직무성과를 합의하고 그 과정에서 방법론은 다양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직무관리 마무리
배치관리라는 단어는 개인적으로도 14년 남짓 들어온 단어임에도 가까워지지 않는 단어인 듯합니다. 누군가를 채용하고 그 채용된 사람을 배치하고 직무를 수행하고 그 수행과정과 결과를 평가하고 경우에 따라 방출관리를 행하는 일련의 흐름으로 보면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배치관리는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하는 게 무엇인가? 에 대해 명확한 무언가를 전달하지 못한다고 할까요. 그래서 사견임을 빌어 적어도 실무자 입장에서는 배치관리보다 직무관리가 좀 더 적절한 단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담입장에서 직무관리는 직무성과와 직무역량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프로세스 설계 및 운영 전문가로서 역할을 주로 수행합니다만, 해당 기업에서의 가치체계를 알고 있다면 프로세스 운영자에 더해 콘텐츠에 대한 개입도 가능합니다. 프로세스 전문가로서는 일반적인 퍼실리테이터로서 역할이라 할 수 있고, 콘텐츠에 대한 개입을 하면서는 중립적인 퍼실리테이터가 아닌 가치 지향적인 퍼실리테이터라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의 조직에서 인담으로서 일을 시작하는 초기에는 프로세스 전문가로서 역할을 주로 수행하겠으나 해당 조직과 그 조직 내에서 수행되는 직무에 대한 이해를 확보해 나감으로서 우리는 중립적인 프로세스 전문가에서 가치지향적인 프로세스 전문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인담의 한 명으로서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생각의흐름대로써보는HR이야기 #Opell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