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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ul 26. 2020

나를 나답게 하는 것

그의 이름은 '일'

『나를 나답게 하는 것』
브런치의 공모전 주제가 눈에 들어옵니다. HR을 하면서 종종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기에 생각나는대로 낙서를 시작합니다. 주제를 보고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오랜만에 만난 선배와 대화 중 선배로부터 "깜짝 놀랐다"는 말을 듣습니다. 대학시절엔 말이 없는 아이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말을 잘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또 다른 후배는 HR을 하고 있다는 저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아무래도 이상하답니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던 그 후배가 알고 있는 HR의 이미지와 학교에서 보았던 제 모습이 잘 연결이 안되었던 듯 합니다. 그분들은 opellie다움에 대한 그들 나름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저는 스스로에 대한 '나다움'을 학창시절엔 갖고 있지 못했습니다. 돌아보면 대학시절은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기 시작한 시기였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나다움'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만들어왔고 만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HR을 하면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나를 아는 것'입니다. 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저는 우리가 아는 다른 단어로 '삶'이라 말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이 곧 우리가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입니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주체는 언제나 '나'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릴 적부터 '나'보다 '남'에 더 신경을 쓰며 살아왔어요. 옆집 영희와 철수는 우리 삶에서 우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 있었죠. 그렇게 우리는 '나'가 아닌 '남'을 아는 과정으로서 우리들의 삶을 채우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짐작하시는 바와 같이 이러한 방식은 우리가 우리를, 나를 나답게 만드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HR을 하면서 제 글에서는 경쟁보다는 협업을 강조합니다. 얼핏 보면 경쟁은 나를, 협업은 타인을 기준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발 더 들어가 바라보면 다른 모습들이 있습니다. 경쟁은 '남'을 이기기 위한 목적인 반면, 협업은 내가 하는 일을 잘 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거든요. 경쟁에서는 '남'이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하지만 협업에서는 '내(나)'가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합니다. 내 자신이 제대로 하지 못하면 협업이 잘 이루어지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협업을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나를 아는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잘 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에 대해 이해하고 솔직하게 다가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HR영역에 대한 나름의 지식과 경험은 있으나 회계나 재무영역으로 다가가면 급 긴장모드에 돌입하는 것처럼 말이죠. 


내가 무엇을 잘 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직접 해보는 것입니다. 주어진 일 혹은 일을 만들어서 직접 행동으로 구체화해보는 것입니다. 제가 MBO방식의 성과평가제도를 처음 만났을 때가 그랬습니다. 사실 그 전에 이미 책이나 다른 회사의 사례, 여러 세미나 등을 참여하면서 MBO라는 이름에 대해 어느 정도 익숙하고 알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실제 MBO방식의 sheet를 작성하고 구성원에게 제도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비로소 제가 MBO에 대해 온전히 모르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산출물을 목표로 잡고 어떻게 할 지를 예측해보고 실제 행동하면서, 우리가 머리 속으로 그렸던 그림 중 실제와 달랐던 부분은 무엇인지, 실제 행동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좀 더 쉽고 편한지 등을 알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들, 조금은 익숙한 느낌이 들지는 않으신가요? 우리들이 하루 중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남은 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함께 하는 '일(working)'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HR이라는 제가 하고 있는 일을 통해 저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어느 새 15년차 인담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나를 알아가는 과정'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비단 제가 HR이라는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 일의 종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일을 하면서 나를 이해하고 좀 더 나다운 방식으로 일을 만들어가는 것일 듯 합니다. 일전 어느 글에서 소개드렸던 일화처럼 저는 빨리 혹은 서둘러서 일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특히 기업이라는 곳에서 생각이 많고 빠르지 않음이 플러스요인은 아닐 겁니다. 게다가 잡다한 생각들이 많아지면서 생각정리에도 제법 시간을 잡아먹지요. 만일 옆 동료의 '빠름'을 따라가려 했다면 저는 아마도 계속 '일을 못하는 아이'로 낙인이 찍혔을 지도 모릅니다. 일을 하면서 저는 제가 일을 서두르면 높은 확률로 실수가 발생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미리 준비하는 것'이지요. 일의 결과와 과정을 미리 그려predict보고 미리 준비하는 것을 말합니다. 경쟁에서 남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저 자신에게 적합한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를 나답게 하는 것으로서 '일working'


그래서 나를 나답게 하는 것에 대해 제가 드리는 답은 '일'입니다. 일은 구체성을 가지고 있기에 그 구체성을 기반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을 주어진 것으로서 바라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주어진 것으로서 일은 이미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방식을 포함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다만 일을 처음 시작하는 시기에는 주어진 것으로서 일을 이해할 필요는 있습니다. 다만 과거에 이렇게 해왔으니 이렇게 하면 된다 대신에 과거에는 왜 이렇게 했을까?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주어진 것으로서 일을 바라보셨으면 합니다. 그 왜를 이해한다면 그 다음은 그 이해를 기준으로 우리들에게 적합한 방식으로서 일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나를 나답게 하는 것'으로서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를나답게하는것 #일 #opellie #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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