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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Jul 18. 2020

팀장(리더)의 역할(2)

김경일 교수님의 TV 프로그램을 우연히 봅니다. "언제 공부할래?"가 아니라 "어디서 공부할래?"와 같이 질문을 다르게 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질문을 받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답변의 주제와 관심을 달리 갖게 하는 질문들입니다. 문득 최근 제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어느 팀장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팀장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경험입니다. 한 직장에서 십여 년 이상 오래 일을 해왔던 팀장님이신데 외부 경력자들이 들어오는 다소 변동성이 있는 조직에서 팀원으로서 어린 친구들에 대해 팀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때 제가 했던 이야기는 팀원을 바라보는 관점을 사람에서 직무로 바꾸어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였습니다. 팀원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경험과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고민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고 사실 팀장으로서 아무리 뛰어나도 팀원 개개인에 대해 모두 다 알 수는 없는 까닭입니다. 대신 팀장으로서 직무를 관리하면 그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게 되고 간접적으로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행동에 대한 메시지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보았던 어느 팀장님은 항상 '태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과 평가를 진행하면서 목표를 모두 달성했거나 초과 달성했음에도 팀장님이 보기에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중간 이하의 평가를 진행했지요. 그 팀장님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에 대해 나름의 옳음을 가지고 있으시겠으나 팀원으로서 그러한 평가를 받는 팀원은 아마도 이직을 준비하게 될 겁니다. 이러한 방식의 평가는 결국 실제 일을 하는 실무자가 일에 충성하는 대신 사람에 충성하게 만듭니다. 일은 잘하는데 태도가 잘못되었다는 말은 과거에 우리가 있었던 조직에서는 통용되었을 논리일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의 조직에서는 그 타당성이 더욱 없는 말이 되었습니다. 


태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Spencer & Spencer의 빙산 모형을 잠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빙산 모형에서는 크게 동기, 특질, 자기 개념, 지식, 스킬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본 글에서 이야기하는 태도는 '자기 개념'의 범주에 포함됩니다. 자기 개념과 관련하여 책의 말을 조금 인용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기 개념: 태도, 가치관, 또는 자기상(self-image)을 의미한다.
가치관은 주어진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나타내는 반응적(respondent) 행동에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예를 들어 리더가 되는 것에 가치를 두는 사람은 리더십 테스트 장면에서 적극적으로 리더의 행동을 나타내려 할 것이다. 관리직에 가치를 두지만 더 깊은 동기 수준에서는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꺼리는 사람은 경영자의 위치에 올라가더라도 성공하기는 어렵다.   
핵심역량모델의 개발과 활용, p20, Lyle M. Spencer & Signe M. Spencer, PSI 컨설팅
'핵심역량모델의 개발과 활용' 책의 내용 중 일부를 그림으로 정리하였습니다. by opellie 


사실 위에서 소개한 '태도'를 지적하는 리더의 경우 대부분 '사람'을 통제의 대상으로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을 통제하기 위해 제도를 활용하고 그 사람이 자신의 사람이 되도록 하기 위해 일이 아닌 다른 요소들, 예를 들면 승진, 평가, 보상 등을 활용합니다. 이들은 평가 피드백에서 다음과 같은 피드백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가 이번에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다음번엔 내가 챙겨줄게" 혹은 "내가 대표님께 말해서 이번에 평가가 잘 되었어"와 같은 식입니다. 이러한 리더들은 제 경험상 대부분 '사람'을 통제하는 데 관심을 가집니다. 


반면 제가 팀장님들께 이야기 드릴 땐 늘 사람이 아닌 직무를 관리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함께 일하는 팀원과 이야기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7월 말까지 A라는 과업을 수행해서 a'라는 산출물을 만들기로 합의를 합니다. 7월 말이 되어 a'라는 산출물이 나왔는지를 확인합니다. 산출물이 기대하는 바대로 나왔다면 더 이상 부가적인 말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설사 그 수행과정이 팀장의 방식과 다르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위법하거나 부당한 무언가가 있지 않은 이상 더 이상의 개입은 불필요합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수행했는지 평소 관찰은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 설명을 요청할 수는 있습니다. 


a'라는 산출물이 나오지 않았다면 여기에서 많은 팀장님들이 그 산출물에 대한 피드백에 집중하곤 합니다. 일종의 판단과 질책의 단어들이 오고 갑니다. 제가 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일단 질책이나 책임을 묻기 위한 면담이 아님을 이야기합니다. 면담의 궁극적인 목적은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것에 있고 지금은 그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왜 안되었는지,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바로잡기 위해 같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합니다. 


직무를 관리함으로써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관리하게 됩니다. 직무란 결국 실무자의 행동을 통해 구체화되는 것인 까닭입니다. 사람이 아닌 직무를 관리함으로써 우리는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그의 일하는 행동, 달리 표현하면 그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태도에 대한 피드백은 설사 그 피드백이 정말 필요한 피드백이라 하더라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개인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태도는 '변화가 가능'은 하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훈련, 심리치료 등의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팀장으로서 우리들은 그러한 훈련이나 심리치료를 할 수 없습니다. 


일 하는 방식에 대한 피드백은 기본적으로 그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개인의 부족함을 탓하고 잘못됐어라고 말하는 대신 A라는 방식으로 일을 해보니 a'라는 기대하는 산출물이 나오지 않았으니 B라는 방식으로 일 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면 어떨까라고 말합니다. 일 하는 방식은 실제 구체적인 행동이나 방법론의 변화를 의미하므로 개인에 귀속되지 않고 피드백의 귀책으로부터 좀 더 자유롭게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합니다. 


그럼에도 간혹 팀장으로서 우리들은 실수를 하곤 합니다. 저도 올해 초에 그런 적이 있었어요. 같이 2년가량 일하면서 그래도 조금은 편해졌노라 생각했었는지 무심코 어떤 이야기를 했었죠. 그 말을 한 순간부터 잠시 머릿속에 제가 했던 말이 맴돌았습니다. 무언가 실수했음을 느꼈던 거죠. 며칠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그 말은 내가 실수한 것이라고. 미안하다고" 그리고 풀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낭만 닥터 김사부 2라는 드라마에서도 비슷한 대사가 있었던 듯합니다. 극 중 우진이 독백에서 돌담 병원과 '미안하다고 말하는 어른들'을 생각하며 '이상한 병원, 이상한 어른들'이라는 표현을 했었죠. 그 드라마를 보면서 그 표현에 공감하고 있었다면 우진이 말한 '이상한 어른들'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어른들이라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직이 커지고 팀원이 늘어나고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조직에 들어옵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보며 팀장들은 선택을 합니다. 어떤 팀장님은 기존에 자신의 방식으로 그들을 다루려 하기도 하고 다른 팀장님는 그들에 맞추고 어울리려 노력합니다. 제 모든 글이 그렇듯 주관적인 이야기들이지만 이러한 현실에서 오늘날의 팀장은 기준 내지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기준 내지 방향성은 전자의 팀장님처럼 자신의 과거 경험을 기반으로 하거나 후자의 팀장님처럼 밀레니얼 & Z세대에 맞추는 것이 아닌 나름의 중립적인 기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으로서 본 글에서는 '직무'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팀장의 역할: 직무에 대한 관리(변화관리를 포함)


과거에서 현재에도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에도 우리들이 일을 하는 이유는 결국 '성과'와 연결됩니다. (여기에서 성과는 비단 단기적 성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행하는 '일 하는 방식'은 달라지는 게 맞을 겁니다. 1970년과 2020년의 일 하는 방식은 당연히 다를 겁니다. 일을 수행하는 구성원들의 경험과 생각과 관점도 달라질 겁니다. 일 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하더라도 팀장님들이 직무를 알고 그 직무에 대한 산출물과 변화관리를 할 수 있다면  팀장의 역할은 달라질 필요가 없습니다.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가 바로 팀장이 되는 까닭입니다. 사람을 통제하는 팀장/리더가 아닌 직무를 관리하는 팀장/리더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부수적으로 어쩌면 우리들이 늘 어려워하는 '혹시 나는 꼰대가 아닐까'라는 고민에서도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이 결국 개개인의 전문성과 협업에 기반한 조직의 성과를 만들어내는 방향에도 부합하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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