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말을 올바르게 말하기
HR을 오래하면서 말을 많이 하기 시작합니다. 하는 말이 많아지기도 했고, 말을 해야만 하는 상황도 좀더 많아졌습니다. 과거에는 뒤에서 준비만 하면 되었다면 지금은 직접 말과 글로 전달하고 오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설명하고 프로세스를 직접 진행하는 일들이 많아진 이유도 있습니다. 역할의 변화에 따라 말의 수도 늘어난 셈입니다.
제법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말하기는 할 때마다 늘 어렵습니다.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미리 대본을 작성하고 어떨 땐 달달 외우기도 하는데 그렇게 해놓고 실제 현장에서 말하기를 할 때면 외운대로 하지 못합니다. 현장의 상황과 청자의 반응 등은 제가 연습할 땐 완벽하게 예상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매번 사전준비를 합니다. 스스로 사전준비를 하고 현장을 대응할 때와 준비 없이 현장을 대응할 때 제 자신이 느끼는 심리적 변화를 경험했기 때문일 겁니다. 말하기에 대한 교육 등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대신 제가 하는 말들을 최대한 인지하려 노력합니다. 쉽게 뱉는 말이 아니라 나름 생각을 한 결과로써 말하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이런 면에서 평소에 하는 이런 저런 생각들은 이후 언젠가의 말하기에 제법 도움을 제공합니다. 오랜만에 하는 책소개는 '대통령의 말하기'입니다. 관심은 있었으나 이런 저런 핑계로 못읽었던 책 소개를 시작합니다.
도서명: 대통령의 말하기
저 자: 윤태영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말과 글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수단이다.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이야기만 하는 것은 진정한 '말하기'의 세계가 아니다. 노 대통령처럼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주장하고 전개하는 것이 말 잘하는 사람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p19
HR을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말을 하고 해야 하는 역할이 늘어나는 듯 합니다. 인담으로서 '성장'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고 있고 얼핏 외형적으로 보면 좋은 말로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성장'을 실제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는 조금은 귀찮고 불편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 움직이고 스스로 배우는 과정, 기존에 해본 적이 없거나 굳이 하려 하지 않았던 것들을 해야 하는 상황이나 당위성을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들로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HR을 담당하는 이로서 기업구성원에게 HR이 가지고 있는 방향성을 말과 글로서 전달하는 건 HR이 '올바른 일'을 '올바르게 하는' 첫 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솔직함은 최고의 감동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p27
솔직함은 최고의 감동으로 가는 지름길임과 동시에 단순하지만 강력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제가 HR을 할 수 있었던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솔직함에는 그 사람이 담겨 있습니다. 그 사람을 왜곡하거나 포장하기위한 노력이 없지만 그 어떤 말하기보다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을 가집니다. 거듭 말하지만 솔직함은 최고의 감동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그리고 책은 이야기합니다.
정치적 술수에서 최고의 단수는 투명한 것입니다. (중략) 솔직한 것입니다. (중략) 선의를 갖고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p31
가장 훌륭한 글은 결국 글쓰기 고수가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가 생산하는 것이다. p91
저는 실무를 강조합니다. 리더들에게도 실무를 모두 다 하지 않더라도 실무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을 합니다. 실무라는 건 그 일을 하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contents입니다. contents가 없이 포장하는 말과 글은 처음에는 그럴 듯해 보이더라도 결국 드러나게 됩니다. 제가 지나온 시간에 상급자분들 중 말을 잘 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너무 말을 잘 하니 쉽게 혹하기도 하지만 조금만 깊게 일과 성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그들이 하는 말을 채우는 contents가 빈약함을 마주하게 됩니다. 많은 경우 이 부분을 지적하면 되돌아오는 건 그리 좋지 않은 말들이 돌아오곤 합니다. 그들은 그들이 가진 약점을 말로 포장을 하고 있었지만 그 포장이 내용을 채워주지는 못한 까닭입니다.
화약을 땅 위에서 터트리면 집이 안 무너지는데, 그놈을 땅을 파서 묻어 가지고 터트리면 집이 날아갑니다. 이렇게 화약은 묻지 마라. 제가 5년간 내내 이야기한 겁니다. 제가 그걸 왜 덮어요. 제도 개선하면 되는 거지. p273
HR을 하지만 조금은 그 영역을 넓게 보고 움직이면서 구성원분들과 이야기를 할 때 종종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무언가 현재와 바람직한 상태의 차이로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야기하고 같이 해결하면 된다고. 감추면 나중에 가서는 해결하기 더 힘들어진다고. 사실 이는 제가 HR을 하기 전에 감사실에서 일을 하면서 했던 경험이기도 합니다. 사회생활 초년에 실수를 했고 바로 보고를 하지 못했거든요. 다행히 잘 정리되었지만 그 때 경험은 문제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확실한 기준점이 되었지요. 우리는 '개선'을 하기 위해 문제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문제 해결은 안중에 없고 책임질 사람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이지요. 이런 관점의 일과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오늘날엔,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p274
"이렇게 HR을 할 수도 있네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애초 저는 주류는 아니었고 지금도 그렇지요. HR에서 "성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평가와 보상의 연결을 느슨하게 한다거나 정해진 평가등급 비율을 그대로 지키지 않고 유연하게 적용한다거나 HR을 사람과 조직과 직무라는 요소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그래서 HR이 단순히 관리나 통제가 아니라 경영의 관점을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등을 보면 다소'이상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다만 개인느낌이지만 몇 년 전에 비하면 실무를 하면서 혹은 HR이나 경영을 고민하면서 생각의 방향성이 늘어나고 그 방향성으로 구체화하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올바른 방향'이라 생각하기에 주변에서 어느 순간 부정적인 말들이 들려도 그 방향을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시나브로 그 모습들이 만들어지리라 생각합니다.
대화체 연설은 잘하면 한 편의 수필과도 같은 느낌을 전달할 수도 있다.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다. 그런 만큼 연설에 대한 집중도도 높아진다. 그렇다고 대화체 연설이 무조건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말하기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보게 된다. 그냥 원고를 읽었다면 듣지 않았을 "그 사람 말 되게 못하더라"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p246
무언가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주어지면 그 상황 전에 저는 말하기 연습을 합니다. 사실 일종의 대본도 작성하기는 하는데 대본을 작성해도 실제 현장에서 그 대본대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무언가 의도해서가 아니라 현장에 있을 때와 현장없이 혼자 말할 때의 차이라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가급적 혼자 말하기 연습을 할 때면 실제 스스로 현장에 있다는 생각을 하려 노력합니다. 혼자 말하면서 대화체로 말을 하고 혼자 말하면서 마지 청중의 반응이 있는 것처럼 웃거나 대꾸를 해보기도 합니다. 말하기를 워낙 어려워하기에 그 말하기에 익숙해지기 위한 나름의 노력입니다. 익숙해지면 조금은 더 편해질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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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말하는 걸 참 어려워했습니다. 제 기억에 워낙 수줍음을 많이 타서 반 강제로 웅변학원을 다녔던 기억도 있지요. 말하기 보다는 글쓰기가 좀더 편한 사람이지만 일을 하는 경험이 많아질수록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더 늘어납니다. 말하기를 잘못하면 꼰대가 될 수도 있고, HR을 통제나 권력부서로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제가 하는 말하기는 그냥 솔직하게 말하기 입니다. 제가 가진 생각이나 일에 대한 방향성을 현실을 피하기 위해 왜곡하거나 아닌 것처럼 말하는 걸 하지 못합니다. 솔직하게 말하기 위해 더 배우고 생각하고 정리하고 돌아봅니다. 솔직하게 말하기 위해 제 생각을 스스로 돌아보고 부족함을 인식하고 이를 채우기 위한 배움을 추구합니다. 제가 하는 말하기의 핵심은 솔직함과 배움이라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