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힘은 무엇일까
TED에서 영상을 보고 눈에 띈 책입니다. 동기부여에 있어 어쩌면 오래된 논쟁이기도 하고 어쩌면 우리가 모두 알고 있기도 하지만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애써 외면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죠. 새롭지 않지만 언제나 새롭게 다가오는 동기부여에 대한 댄 에리얼리 교수님의 책입니다.
도서명: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들
저 자: 댄 에리얼리 Dan Ariely
출판사: 생각정거장
삶을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것은 환경이 아니라 의미와 목적의 부재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행복이 아닌 의미를 찾는 능력이 필요하다. - 책 도입부, 첫 장을 넘기며
HR을 하면서 종종 '환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인간이란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자연환경보다 누군가가 만들어 낸 환경은 좀 더 엄격함을 인간에게 요구하기도 합니다. 의미와 목적을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으로서 HR system을 만들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의미와 목적을 만들어갈 수 있는 환경으로서 HR system은 어떤 모습일까요? 제가 찾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는 질문들입니다. 이들이 저에겐 의미와 목적이고 그래서 일에 집중하고 일을 고민합니다.
어떤 대기업은 조직의 위계질서를 매우 중시한다. 그래서 직원 모두에게 사원 번호를 부여해 조직체계 내 위치를 파악하고 회사 연락망으로 사용한다. (중략) 이 조직의 구성원은 누군가에게 연락할 때마다 그의 업무 능력이나 기여도가 아닌 조직 위계에 따라 대화의 톤을 정하게 된다. p55
저 역시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에서 제법 오랜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위계질서가 얼마나 일을 비효율적으로 만드는지를 알고 있고, 수직조직에 익숙해있음에도 수평적 조직을 이야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전히 직급으로 상대방을 판단하고 직급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듯이 이러한 외형은 그가 가진 전문성과 인과관계가 없습니다. 우리가 직급을 경력년수나 나이가 아니라 그가 가진 전문성을 기준으로 설계하고 검토하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같은 연극에서 같은 역할을 수도 없이 반복해야 하죠. 그러나 그 와중에도 나는 뭔가 다르게 할 궁리를 해요. 손끝을 처리하는 미세한 동작, 들어가고 멈추는 타이밍, 대사에서 강조하는 단어나 어구, 캐릭터에 대한 접근 등을 조금씩 바꿔보죠. 일종의 실험이에요." p59
일상에서 제가 함께 일하는 친구에게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사람이고 사람은 늘 불완전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하는 일에는 언제나 완전한 상태로 가기위해 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중요한 건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일이겠지요. 책임으로부터 (회피가 아닌)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할 겁니다. 이를 보다 습관처럼 할 수 있는 방식이 '성찰'이라는 개념일 겁니다. 제가 HR을 하던 첫 해의 어느 경험이 있습니다. 직무분석에 대한 외부 HR세미나를 전날 저녁에 듣고 와서 다음 날 점심을 먹으며 함께 일하는 대리님께 이야기를 드렸지요. 당시 제가 속한 기업에서는 일종의 업무매뉴얼이라는 걸 전사 차원에서 관리하고 매년 업데이트하고 있었거든요. 제 생각에 그 매뉴얼의 양식에 칸을 하나만 추가해도 직무분석에서 정보들을 관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매뉴얼 양식에 한 칸을 추가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의견을 드렸지요. 그리고 대답은 바로 돌아왔습니다. "그건 대기업이나 하는 거고 우리는 안돼" 혹시 지금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요?
의미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우리가 땀 흘려 노력할 때 비로소 의미는 생겨난다. p87
개인적으로 이 말에 100% 공감합니다. 의미란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수능시험처럼 정답이 있는 영역이 아님을 말합니다. 1차로는 우리 개개인들에게 의미가 있어야하고, 2차로는 그 의미가 공유되었을 때 그 의미에 다른 사람들의 의미가 부여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개인과 공동체로서 의미가 연결되고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말하는 조직문화의 한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핵심은 이것이다. 좋은 관계란 거래가 아니고 거래 비슷한 것도 아니다. 좋은 관계란 거래의 대척점에서 거래와는 정반대로 작동한다. 관계에 대한 우리의 욕구는 장기적 관점에 근거한다. 연인, 상사나 동료, 아파트 등 대상이 무엇이든 우리는 단기적 관계에는 굳이 에너지를 쏟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계에는 더 많은 사랑, 신뢰, 에너지와 시간을 쏟고자 하는 동기가 생긴다. p117
조직 내 협력관계는 단순한 거래관계가 아닙니다. 물론 주고받음이 있겠으나 상대방이 얼마를 주었으니 내가 얼마를 주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님을 말합니다. 그보다는 조직 내 가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을 이해하고 이러한 공동의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objectives를 이해하고 이의 달성을 위해, 달리 말해 이 목표를 향해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도구로서 key results를 활용하는 방식으로의 일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신뢰와 선의의 교환은 인간 동기의 가장 중요하고 내재적인 부분이다. (중략) 신뢰가 없는 사회는 사회가 아니다. 서로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일 뿐이다. p124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 당연한 것을 생각보다 우리는 주저하고 있습니다. 인사담당자가 HR팀이 구성원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그들은 인사담당자가 아니라 인사라는 직무의 특성을 활용해 구성원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에서 신뢰란 무조건 상대방에게 좋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신뢰란 그러한 인담의 누적된 행동을 통해 비로소 만들어질 수도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동기부여,
오래되고 어려운 주제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답을 알고 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기업과 근로자, 동료와 동료 사이의 관계에 있어 재정립이 필요합니다. 조금 덜 일하고 더 많이 받고 조금 덜 주고 더 많이 일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 서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로서의 정립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근로시간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근로기준법이 오늘날 일에 있어 가지는 한계점을 이야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사용자와 근로자, 내 옆 동료와 나, 그리고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가볍지만 진지하게 읽어볼 수 있는 책,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들 / 댄 에리얼리 / 생각정거장"을 소개드립니다.
책과 직접 관련은 없으나 댄 에리얼리의 볼 만한 TED영상 링크를 남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