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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Nov 12. 2020

HR에 대한 Self Q&A

생각을 다른 양식으로 표현해보기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CCC크리에이티브 준지 타니가와 님의 인터뷰 기사를 만났습니다. 지적자본론 이후 츠타야 서점은 늘 궁금했던 곳이기도 하기에 조금 더 흥미롭게 인터뷰 기사를 보았던 듯합니다. 그러나 인사담당자로서 종특(?)을 발동해보기로 합니다. HR을 하면서 HR이라는 렌즈를 통해 일과 사과 세상을 바라보고자 하기에 인터뷰 기사를 보면서 그 질문들 중 몇 가지를 인사에 대한 것으로 바꿔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죠.

원 질문. CCC크리에이티브는 CCC그룹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바꾼 질문. HR은 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물론 제가 무언가 대단한 사람이라거나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진 않습니다. 다만 HR에 대해서는 나름의 경험을 가지고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 생각을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정리해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 HR은 기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opellie의 생각. HR은 HR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그 역할의 범위가 매우 많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HR 담당자가 HR을 바라보는 관점과 경영진이 HR을 바라보는 관점을 모두 포함합니다. 좁게 본다면 HR은 일종의 운영업무가 될 수 있습니다. 정해진 프로세스와 기존에 해왔던 제도를 그대로 '운영'하는 과정으로서 모습입니다. 반대로 넓게 이해한다면 HR은 '경영'의 영역을 다룬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다루고, 직무를 다루고 조직을 이해하는 과정으로서 HR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HR은 자연스레 조직문화의 영역으로 연결됩니다. 제가 추구하는 HR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전자는 후자의 HR을 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기본이라 할 수 있지만 그것만을 HR이라 보는 관점에 대해서는 늘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Q. 경영과 조직문화로 연결되는 HR이란 어떤 것일까요?

opellie의 생각. HR은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사람이 담당하는 직무를 이해해야 하고, 사람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이해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에게 필요한 것들, 공동체로서 서로가 지켜야 하는 것들에 대한 개입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람이 모여 만들어가는 기업이라는 조직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과거 HR은 간접부서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습니다. 경영이란 가치를 만들어내는 활동입니다. 다시 말해 HR도 간접부서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이들은 결국 기업의 단위조직, 개인들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됩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 가지는 공통의 함으로써 조직문화로 연결됩니다. HR의 성과는 멋진 제도가 그려진 보고서가 아니라 최선의 제도가 구성원의 활동을 통해 구체화되는 과정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발생하며 그러한 구체화 과정이란 결국 가치를 만드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Q. 짐 콜린스의 Goot to Great 등의 책에서 보듯이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을 종종 접합니다. 사람에서 직무나 조직, 제도 등으로 그 중심이 이동한다고 보아야 할까요?

opellie의 생각. 사람을 위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사람을 위해서 직무, 조직, 제도에 더 신경을 쓴다는 표현이 맞을 듯합니다. 이는 직무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조금 이해가  편합니다. 기업과 사람이 있습니다. 직무는 이 둘을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둘 사이의 관계를 만드는 매개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직과 제도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제약입니다. 울타리를 치고 이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게 한다고 할까요. 조직과 제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설계하고 운영하는가에 따라 그 조직 내에 서 제도를 활용하는 구성원의 조직과 제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들 인식은 시간의 누적을 통해 암묵적 동의로 이어지고 이는 자연스레 조직 내 공통의 인식으로서 조직문화로 연결됩니다. 하나의 조직 내 사람들이 신나게 일을 하고 있는지,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이 되는지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람을 위한다면 그 사람의 개인사를 챙기는 것보다 직무와 조직, 제도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더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누군가의 개인사를 챙기는 것과 누군가의 생각과 감정에 공감하는 것은 다른 개념입니다. 


Q.HR에 대한 생각 내지 기준, 철학 등을 어디서 배웠는지 궁금합니다. 

opellie의 생각. 가장 기본이 되는 건 경험입니다. 단순히 '해봤어'가 아니라 '해봤더니 어떤 건 좋았고 어떤 건 조금 이상하고'에 대한 일종의 '성찰'이 포함된 경험입니다. 성찰은 우리의 경험을 더욱 가치있는 것으로 만드는데 도움을 줍니다. 경험이 기본적으로 과거, 즉 지나온 시간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면 성찰은 그 경험이 다가올 미래에 더 잘 발현될 수 있도록(가치의 관점에서) 경험을 더욱 풍부하고 의미있게 만들어줍니다. 성찰은 배움의 과정으로 연결됩니다. 기존의 경험을 풍부하게 하기위한 일종의 활동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경험과 성찰, 배움의 과정들이 일종의 선후관계라기보다는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동시에 일어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보다 나은 경험과 배움이 가능하게 도와줍니다. 이런 관점에서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HR에 대한 생각들은 지나온 시간의 저에 대한 자기성찰이기도 합니다. 


Q. HR담당자로서 감각을 유지하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opellie의 생각. 2018년부터 중소기업에서 인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현재 기업에서 입사 당시 질문을 하나 받았는데 인사기획과 인사운영 중 어느 쪽을 더 선호하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제 대답은 이랬습니다. 인사기획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인사운영을 알고 있어야 하고, 인사운영이란 시나브로 변화가 존재하므로 인사운영을 아예 놓고 흔히 과거에 이야기하는 '관리'만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팀장으로서 모든 실무를 다 할 수도 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모든 운영을 맡겨놓고 보고만 받고 관리만 한다면 직무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직무전문성이 없는 HR담당자를 HR담당자라 말할 수 있을까요? HR담당자로서 전문성을 가지려면 HR의 현장을 늘 가까이해야 합니다. 팀장이든 팀원이든에 관계없이 '현장'을 아는 것, 경우에 따라 그 현장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HR담당자로서 감각을 유지하는 노하우는 결국 일을 하고 느끼는 과정이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Q. 술담배를 안한다고 들었습니다. HR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진 않은가요?

opellie의 생각. 이 질문을 예전에도 참 많이 들었습니다. 술도 마시고 담배도 하면서 구성원 이야기도 듣고, 그런 자리에서 조금은 비밀스러운 이야기도 나온다고. 그런데 술과 담배를 하는 이유가 정말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솔직하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면 술과 담배만이 이를 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인가?라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기업에서 구성원분들과 면담 등의 형태로 이야기를 자주 하려 노력합니다. 말 그대로 솔직하게 저도 이야기를 하고 있고 나름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구성원의 정보를 캐내는 것이 아니라 고민을 듣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인사가 가지고 있는 기준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맨 정신으로도 서로가 이야기할 수 있다면 굳이 술기운을 빌릴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그 질문을 많이 들었음에도 여전히 제가 HR을 하고 있음이 술담배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HR을 할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질의응답 형식을 빌어 생각을 정리해보면서 사실 내용은 기존에도 여러 글들에서 이야기했었지만 조금은 다른 측면에서 생각의 정리가 된다는 느낌도 듭니다. 종종 생각들을 이렇게 정리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인담으로서 제 이야기들이 모든 경우에 항상 들어맞는다는 이야기를 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HR이라는 일에 대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 누군가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저도 다른 분들도 조금은 편하게 글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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