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lie Nov 07. 2020

보통의, 낯선, 이상한

인사담당자로서 살아가기

어두운 고시원 복도에 서서 밝은 빛이 비추는 세상과 그 세상을 오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습니다. 마음속에는 나도 지나는 사람들처럼 그렇게 평범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있었지요. 조금은 어려웠던, 게다가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잠시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던 지나온 어느 시기의 제 모습입니다. 평범함의 의미를 외형으로 보이는 다른 사람들과 같아짐으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군대는 제가 사회생활이라는 걸 마주한 첫 번째 시기였을 겁니다. 그전까지는 가족이라는 특수성, 학생이라는 특수성이 있었다면 군대는 말 그대로 낯선 사람들 속에서, 그것도 상하의 개념이 매우 강한 조직이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군생활 속에서 일이등병 시절 간혹 선임의 잘못된 행동이 그들의 잘못이 아닌 후임들의 잘못으로 포장되는 경우를 만났었습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이유 없이 조인트를 까인 적도 있지요. (요즘 군대는 아니라고 합니다. 저는 제대한 지가 제법 오래되었습니다.) 그 시절 그 순간에 제가 했던 생각은 제가 선임이 되면 그들과 같지 않으리라는 다짐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관행처럼 그렇게 해오던 것들을, 대다수가 그렇게 하니까 동일하다는 관점에서 평범함이라 부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관점에서 저는 그 동일함으로써 평범함을 거부하고 있었다고 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Strange. 낯선. 이상한


Strange. 낯선. 이상한. 

그래서 조금은 낯설고 이상한 인사담당자로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낯설고 이상한 인사담당자로서 나름 오랜 시간 이 일을 하고 있음은 한편으로는 낯설고 이상한 인사담당자인 것만은 아닐 수도 있음을 증명하는 증거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덧붙여 조금 말장난을 해보면 그'이상한 strange' 인사담당자는 사실 늘 '이상 ideal'을 그립니다. 기업과 구성원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 수 있는 제도적 환경으로서 인사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으로서 '이상 ideal'입니다. 수직 계층이 강한 조직에서 주어진 일에 대해 '왜 하는가'를 물어보고, 어느 임원이 하는 이야기가 합리성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되었을 때 그 이야기가 잘못되었을 수 있음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등의 모습들이 나타나는 이유이겠지요. 

다만 한 가지 명확한 건 이러한 행동들이 일부러 평범함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남들과 차별화를 하거나 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의 행동이 아니라 인사담당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수준을 '나'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제가 해야 하는 '올바름'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행동이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조금은 다른, 그래서 낯설고 이상한(strange) 이상적인(ideal)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통의 인사담당자


보통의 인사담당자

우연히 『보통의 OOO』라는 문장을 만났습니다. 잠시 그 문장을 바라보면서 "보통의 인사담당자"에 대해 생각을 합니다. 보통의 인사담당자란 어떤 모습일까? 모든 인사담당자들은 모두 이 일을 좋아할 수 있을까? 보통의 인사담당자들은 원래 해온 대로 일을 하고 있을까? 무언가를 바꾸기 위한 나름의 날갯짓을 하고 있을까? 보통의 인사담당자들은 모두 비슷할까? 혹은 서로 다를까?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는 서로 비슷해지는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혹은 서로 다른 모습이 되는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이들 질문에 대해 답을 할 수는 없겠지만 '보통의 인사담당자'가 위에서 이야기드린 '평범함'과 같은 모습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누군가의 모습을 모방하거나 따라서 함으로써 나를 대중 속에 감추는 방향성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제 생각은 아마도 저는 보통의 인사담당자가 되기 위한 노력도, 반대로 무언가 차별화된 인사담당자가 되기 위한 노력도 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제가 하는 일이 올바른 모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일을 하겠지요. 이는 자연스레 지나온 시간 속에서 간혹 받았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어집니다. 

Q. 5년 후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대학원 졸업 후 되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신가요?
A.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방향성이 있기에 그 방향성을 가지고 지금에 충실하면 지금은 생각할 수 없지만 지금 이 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도 인사담당자로서 하루를 추가합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