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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Nov 05. 2020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인사담당자가 누군가의 성장에 기여하기 위한 여정

사회에 나와서 일이라는 걸 하면서 잠시 머뭇거린 시기가 있었습니다. 무언가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길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드는 순간이랄까요. 내가 맞게 왔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판단이 서지 않는 그런 순간 말이죠. 어릴 적으로 보면 사춘기가 그럴듯하고 제 경험을 기준으로 사회에 나온 지 4~5년쯤 되었을 무렵이 그랬던 듯합니다. 만일 이 시기에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생각을 나눠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러한 시간을 조금은 더 짧게, 그리고 비교적 명확하게 털고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기업 구성원분들과 면담이라는 걸 하면서 종종 느끼는 생각들입니다. 


 새학기가 시작하기 전 예비소집이었지요. 긴 장대를 항상 가지고 다니던 기술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내가 99.9% 너희들 담임이다"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뜨셨지요. 그때 우리들의 심정은 무너졌습니다. 1년 동안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요. 그렇게 한 주가 지나 새 학기 시작 첫날 놀라운 행운이 다가왔습니다. 반이 2 반씩 밀리면서 반이 바뀌었고 이제 갓 부임한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 되었지요. 말 그대로 지옥에서 천국으로 이동이었습니다. 그리고 돌아보면 저에게 사춘기가 큰 일탈 없이 지난 건 그 담임선생님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남자중학교에 초임 여성 담임선생님이셨지만 우리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고 같이 농구도 했고 선생님 자취방과 교무실에서 같이 책을 보고 공부를 하기도 했지요. 


 사회에 나와서도 그랬습니다. 나름 열심히 일하고 배우던 어느 날인가 걷고 있던 발걸음을 멈춘 듯한 느낌이 드는 그런 순간이었죠. 막연함이 머릿속에 가득 차 갈길을 잃었을 때 저는 모임을 통해 알게 된 한 분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어쩌면 조금은 무례했을 수도 있겠죠. 모임에서 몇 번 봤다고 불쑥 전화를 하는 저라는 아이에 대해 말이죠. 그런데 그분은 정말 솔직하고 진지하고 담담하게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는 책 한 권을 사보라는 이야기도 해주셨지요. 대학원 박사과정을 고민할 때에도 그랬습니다. 직장생활을 잠시 접고 전일제로 박사과정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제 이야기를 다 듣고 정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해 주셨어요. 그분의 말은 "이미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는걸"이었습니다. 스스로 잘 알고 있는데 그걸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지요. 


 회사에서 면담이라는 걸 합니다.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경우도 있지만 제가 요청하거나 구성원분들이 요청을 주시는 경우도 있지요. 이제 해당 직무에서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간혹 제가 경험했던 그 막연함을 마주하고 있는 분들이 보입니다. 무언가 해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고 할까요. 이런 경우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에는 한계가 명확하게 존재합니다. 해당 직무를 해본 적이 없고 따라서 직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함이지요. 다만 HR이라는 제가 하는 일의 특성상 조금은 추상적이지만 개괄적인 방향성을 이야기드리곤 합니다. 기업에서 인사팀이 추구하고 있는 방향성과 함께 말이죠. 


개인적인 바램은 각 직무를 리딩하고 있는 공식적 리더분들이 위의 제 경험에서 저에게 생각의 방향을 잡아준 분의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제가 중학교 2학년 시절 담임선생님이나 사회생활의 길을 잃었을 때 그 길을 다시 잡을 수 있게 도움을 준 분처럼 말이죠. 


며칠 전 어느 구성원분과 면담을 했습니다. 2시간가량의 조금은 긴 시간의 이야기가 오고 간 후 퇴근시간 무렵 해당 팀장님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팀원이 아침에 쓴소리를 들어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는데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기분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냐는 말이었습니다. 그냥 있는 대로 대답을 드렸습니다. 그냥 제가 지나온 시간의 경험을 이야기드렸노라고. 지나온 시간 어느 시점에 막연하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자 답답해할 때 제가 느꼈던 감정과 어떻게 지나왔는지 등에 대한 경험들입니다. 물론 제가 대단히 성공했거나 부자라거나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그런 수준은 아니겠지만 제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죠. 


2020년도 어느새 두 달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코로나를 이유로 2020년은 그 전보다 면담을 더 많이 하지 못했던 듯합니다. 그리고 2021년의 계획을 생각하며 HR의 방향을 고민하며 다시금 조금씩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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