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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Nov 01. 2020

인담으로서 방향성

Feat. 인담으로서 모습을 생각해보기

다른 업무도 그렇겠지만 인사업무를 하다보면 가끔 약간의 허탈감 같은 게 올 때가 있습니다. 완벽한 인사제도란 불가능하겠으나 인사담당자로서 할 수 있는 고민과 나름의 최선을 다하지만 매번 남는 아쉬움이 그렇습니다. 이 경우가 발생하는 원인 중에는 제도의 불완전성도 있겠으나 이것을 왜 하는가? 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부족해서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나름 추구하는 방법 중 하나가 인사담당자로서 가지고 있는 방향성을 미리 & 기회가 될 때마다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신규 입사자 안내를 하거나, 전사 교육을 하거나, 상급자와 이야기를 하거나 보고를 하는 경우 등에도 기회가 되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인사담당자로서 가지고 있는 방향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방향성을 이야기한다는 건 자칫 위험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인사담당자가 경영진과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그렇고, 당장 마주하고 있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말하기를 하는 경우가 그렇고, 그저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있어빌러티'를 위한 말하기를 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런 경우들은 대부분 이후의 다른 상황에서 반대되는 이야기를 하는 상황을 만들게 되고 이는 인사담당자 및 인사팀에 대한 신뢰 내지 일관성의 이슈로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건 그래서 쉽게 할 수도, 쉽게 해서도 안되는 일이기도 하고 이러한 방향성의 제시를 위해서는 그 이전에 인사라는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고민과 우리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 등을 고려한 조금은 넓고 조금은 깊은 고민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사라는 일을 왜 하는가에 대한 담당자로서 우리 나름의 답을 찾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방향성이란 누군가의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성장'의 방향성도 그렇습니다. 적어도 인사라는 일을 해왔고, 단순히 일을 했다기보다는 일을 좀 더 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고, 그 일이 올바른 일이 되기 위해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를 고민해 온 시간이 가리키고 있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조금은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방향성의 설정은 방향성이 가지고 있는 주관성이라는 성격 덕분에 모든 구성원을 만족시키는 제도를 만드는 일을 조금 더 요원하게 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예를 들어 '성장'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다면 이미 일정 경력을 가진 분들 등의 경우 '성장'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테니까요. 개인적으로는 경력이 많다고 해도 '성장'이라는 단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합니다. 인사업무를 15년째 하고 있는 제가 대학원을 다니고 책을 보고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한편으로는 그렇습니다. 무엇이든 간에 스스로 원하지 않는 것을 강요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겠지요. 어쩌면 앞으로 제가 조금 더 많이 해야 하는 일은 최대한 '소통'을 많이 하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설득을 한다기보다는 생각의 접점을 찾는다는 관점에서 말이죠. 


실무를 진행하면서 3년 단위의 방향성을 잡고 있습니다. '성장'이라는 장기적인 방향성을 만들어가기 위한 일종의 징검다리로서 단기 방향성입니다. 이는 모래 위에 성을 쌓지 않기 위함 이기도 합니다. 기반이 튼튼할수록 성은 온전히 제 기능을 할 겁니다. 지난 3년의 방향성은 '기본을 만들기'였습니다. 실제 기업 내에서 상호작용을 하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일들에 대한 기본 프로세스를 공통으로 인식하는 과정입니다.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이렇게 하는 게 좋으리라는 상호작용의 결과로써 말이죠. 앞으로의 3년 방향성은 '개별화'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구성원 개개인의 일과 생각과 경험과 지식 등을 글자와 숫자로 구체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인별 코칭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 역시 구성원분들과의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는 '소통'이라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렇게 따라가다보면 인사담당자로서 제 모습도 조금씩 구체화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방향성과 어떤 행동을 하는가에 따라 프로세스 전문가로서의 모습일 수도 있고 조직의 맥락을 이해하고 다루는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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