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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Oct 31. 2020

팀장의 역할: 일을 관리하기

주 52h제의 본격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고민

주 52h 법 개정의 유예기간 만료일이 다가옵니다. 제가 속해 있는 기업도 예외는 아니지요. 사실 저는 근무시간에 기반한 인사관리를 그리 선호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근무시간과 업무성과가 비례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장치기반 산업이 아닌 이상 그러한 비례관계가 더 이상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까닭입니다. 근무시간에 기반한 인사관리를 선호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통제와 자율에 있습니다. 통제란 외적인 힘에 의해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것을, 자율은 스스로의 통제, 즉 내적인 통제를 기준으로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근로시간에 기반한 인사관리는 자율보다는 통제에 더 기반합니다. 그것도 성과와의 비례관계가 갈수록 낮아지는 상황에서, 자율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통제의 강화를 말합니다. 근무시간에 담배를 피러 가는 시간에 대한 통제가 우리에게 불편해지고, 연장근로에 대한 통제가 우리에게 불편해집니다. 근무시간에 기반한 인사관리는 궁극적으로 모두를 불편하고 서로 믿지 못하고 감시하는 방향으로 우리를 움직이게 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시간에 기반한 인사관리를 선호하지 않는, 나아가 조금은 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라는 환경의 영향을 받는 구성원으로서 주 52h제도 법은 지켜져야 합니다. 근무시간에 기반한 인사관리가 개인적으로는 다소 불편하지만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에 대한,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에 의해 감시되고 통제되는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으로서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지지합니다.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주 44h제 하였고 실제 저는 주 48h을 기본으로 일을 했었습니다. 지금 주 40h을 일을 하지만 업무성과나 생산성은 그 당시에 비하면 더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간의 제 경험도 있겠으나 근무시간을 줄인다고 해서 일을 할 수 없다는 말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그 흐름에 맞게 우리가 일 하는 방식에서 어떻게 변화관리를 해나갈 것인가? 에 대한 이야기일 겁니다. 


주 52h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제가 리더, 특히 팀의 리더로서 팀장님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사람을 관리하는 방식에서 일을 관리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입니다. 일을 관리한다는 것, 다시 말해 팀장이 가지고 있는 직무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팀원들의 업무량을 조율하고 판단하는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아닌 일을 관리함으로써 우리는 일의 성과에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단순히 "열심히 해" 혹은 "출근이 늦어"가 아니라 팀원이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팀원이 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insight를 제공하는 역할, 출근이 늦어짐으로 인해서 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는 역할입니다. 이는 일의 성과를 만들어내고 그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팀원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방법입니다. 가장 훌륭한 최고의 방법은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기존보다는 좀 더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어느 분들은 사람을 뽑아놓고 할 일을 찾는다고 말합니다. 저는 일을 정해놓고 사람을 선발하라고 말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선발하는 사람들은 그 분야의 최고가 아니라 그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선발한 후 일을 만드는 건 우리 기업들이 netflix에서 말하는 '인구밀도'가 높은 기업임을 확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적으로 선발했는데 우리의 판단에서 착오로 판단되었다면 퇴직금을 몇 배를 주고서라도 내보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가 답을 해볼 필요가 있음을 말합니다. 


어떤 분들은 리더는 사람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팀장으로서 자신이 실무를 몰라도 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늘 말씀드립니다. 과거에서 나오셔야 한다고. 팀장이 직무 전문성이 없으면 적어도 오늘날에는 팀장을 하실 수 없을 거라고. 이 분들 중 일부는 사람관리를 "내 사람 만들기"로 이어가기도 하고, 팀원들에게 외형적으로 좋은 리더처럼 보이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사람관리라는 단어가 왜곡되기 시작하는 모습입니다. 


제가 만났던 팀장급 리더 분 중 이런 분이 있었습니다. 스스로 인사업무를 2년 정도 해봐서 잘 안다고 말하시던 분이었지요. 이미 제가 인사를 하고 있었던 기업은 이전 몇 년을 포함해 일종의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었고 그룹사에도 미리 보고를 드려서 확인을 해놓은 상황에서 그분이 오셔서 조금은 어긋난 지시를 하셨고 담당자로서 저는 반대를 했습니다. 그분이 하라고 지시한 일을 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그룹에 보고도 완료했고 그 지시한 일을 하기 위해 사전단계로 해야 할 일들이 계획되어 있음을 이야기드렸지만 당장의 성과, 정확히 말하면 그 분만의 성과를 위해 모든 절차를 생략하려 했지요. 저는 그럴 경우 발생할 risk를 이야기드렸으나 결국 무시되었지요.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이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 정도 지나 인사차 방문했을 때 그 팀장님은 저에게 보고서 하나를 보여드렸지요. 보고서에는 제가 이직하기 전에 말씀드렸던 risk들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분에게는 일보다 사람이 중요했습니다. 보다 정확히는 일이 올바르게 되는 것과 관계없이 자신의 말에 Yes를 말하는 사람을 중요시했습니다. 일이 잘 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지 않을까요?


최근 몇 년간 팀장님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될 때마다 드리는 이야기는 "직무관리"입니다. 팀장님들께 직무분석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을 대할 때 제1 기준을 직무, 즉 팀원들이 하는 일을 기준으로 삼으라는 이야기입니다. 주 52h제도의 시행이라는 제도적 환경의 변화를 마주하는 우리들은 단순히 근무시간을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됩니다. 통제라는 환경변수를 자율이라는 형태로 바꾸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 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 & 제가 쓰는 몇몇 글에서는 그 방식으로서 직무관리를 이야기합니다. 직무분석 전문가로서 일이 아니라 우리 팀이 해야 하는 직무가 실제 팀장 및 팀원을 통해서 어떻게 구체화되는가에 대해 팀원 개개인의 일을 관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위해 팀장으로서 리더는 과거 그 어느 시기보다도 더 팀 직무에 있어 전문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단순히 직무경험이 많다가 아니라 팀 리더로서 관리하는 직무에 대한 변화관리를 포함합니다. 이러한 변화관리는 단순히 경험한 것을 정답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 그리고 지나온 시점의 자신의 경험을 현재 시점에서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꼰대"가 아니라 "직무전문가로서 리더"로 존경을 받는 길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직무관리를 통해 우리는 팀이 만들고자 하는 직무의 산출물을 만들어내고 그 과정을 통해 팀원이 직무에서 전문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직무관리를 통해 사람의 '성장'을 이끌 수 있고 동시에 '산출물'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람이 아닌 일을 관리하는 리더로서 팀장을 생각해보는 질문으로서 아래의 질문을 남깁니다.


팀장으로서 현재 담당하고 있는 팀이 수행하는 직무를 10분 내로 설명해야 한다면 어떻게 이야기하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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