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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Oct 23. 2020

다양성으로 바라보기

인담으로서 마음 비뚤어지지 않기

인사평가의 시즌이 다가왔습니다. 지금의 기업에서 인사평가의 시작은 작년부터 시행한 다면평가입니다. 많이들 어려워하고 인담으로서 저에게도 물리적으로 & 심리적으로 많이 부담이 되는 작업입니다. 다면평가의 시행을 알리는 사전공지를 진행했습니다. 작년에 나타났던 제도 운영상의 아쉬움들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변경점이 반영되어 있지요. 그리고 관련 문의들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조금 흥미로운 패턴이 보입니다. 저에게 다면평가와 관련하여 문의를 주시는 분들이 99.9% 다들 스스로 경험과 경력이 많다고 말하는 분들이라는 점입니다. 이제 경험을 만들어가는 단계의 구성원분들은 오히려 별도의 문의 없이 제가 공지한 글을 보고 다면평가 진행을 위한 평가자 및 평가대상자 선정에 대한 응답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이런 모습을 마주하면서 제 머리 속에 남는 단어는 "왜곡" 혹은 "생각의 다양성"입니다. 제가 기본적으로 공지, 특히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사전공지를 할 때면 항상 공지글에 담는 내용 중 하나가 "왜 하는가"이거든요. 왜 하는가?를 남기다 보니 메일 내용이 조금 많아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왜 하는가?를 공유하는 것은 제도를 움직이는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반드시 기록을 합니다. 팀원급에서는 제가 작성한 "왜 하는가"를 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반면 저에게 문의를 주시는 경험과 경력이 많은 분들은 있는 그대로의 문장을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공지한 왜 하는가?는 표면적인 것이고 그 표면적인 것 내부에는 또 다른 의도가 숨어 있을 거라는 왜곡된 관점이지요. HR을 하면서 제가 나름의 싸움을 하고 있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물론 싸움의 방식은 일관되게 숨겨진 의도가 없음을 실제 HR을 하는 과정을 통해 보여드리는 방식입니다. 지난 2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노라 생각하지만 한번 형성된 인식을 바꾸는데는 경험이 많을수록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듯 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인식의 변화란 그만큼 어렵기에 HR팀은 더욱 제도의 설계와 운영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반복해서 이야기드리는 것처럼 인사제도는 리더를 포함한 구성원분들이 그 제도를 그 제도의 취지에 맞게 활용함으로써 완성됩니다. BSC를 도입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적 쪼기 용도로서 인식이 되어 버린다면 그 제도는 더 이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는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제도가 됩니다. 제도를 시행하면서 그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제도가 그 취지에 맞게 활용될 수 있을 가능성"은 확연히 줄어들 겁니다. 정작 이용자가 왜 하는가를 모르니까요. 


이를 조금 다른 말로 표현하면 '다양성 관리'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HR이란 그 제도를 활용하여 조직 내 존재하는 다양성을 관리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여기에서 다양성 관리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와 같이 인사담당자와 인사제도가 가진 취지와 다른 해석을 하는 경우를 포함하여 그것이 왜곡이든 혹은 인사담당자가 미처 확인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든 간에 최대한 많은 HR과 제도에 대한 의견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하는 것으로서 '다양성 확장'관점의 관리입니다. 이와 관련해 기존에 남겼던 인담의 역할에서 코치coach의 역할을 이야기했었습니다. 서로의 생각에 '균열'을 만들어 냄으로서 일종의 균형점으로서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내는 과정입니다. 다양성 관리의 또 다른 측면은 이렇게 수면 위로 드러난 다양성을 기업이 추구하는 '성과'라는 방향으로 수렴하는 것으로서 관리입니다. 


조직 내 다양성은 앞서 소개드린 이야기처럼 부정적인 모습으로도 긍정적인 모습으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걸 "왜곡"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혹은 "다양성"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온전히 인사담당자에게 주어져 있지요. 만일 다면평가 사전공지에 대한 의견을 인사담당자가 "왜곡"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로서 조직 내 다양성은 위협을 받을 수 있고 제 스스로 '선입견'을 가지고 HR이라는 일을 대하는 모습이 될 겁니다. 반대로 '다양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거나 태도 등을 보임으로서 이분들의 의견을 제도의 취지에 맞게 연결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너무 잘 아는 것처럼 우리 인사담당자들도 사람이지요. 의도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마도 '선입견'을 가지는 HR이 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에서 '왜곡'이라는 단어를 쓴 저에게도 역시나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의도적 연습"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글은 저 자신에 대한 반성의 글이기도 합니다.)최대한 선의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의도적인 노력과 우리가 인사담당자로서 지켜야 할 기준의 균형을 맟추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나쁜 일은 놔두면 자연스레 발생하지만 좋은 일은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다시금 되새기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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