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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Oct 17. 2020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가기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써

세상은 변한다고 말을 합니다. 사실 이 말에 대해 "아니야! 세상은 변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분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당히 단적으로 말하는 건 이러한 변화를 우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날의 비대면 과정이 그렇고 이미 충분히 우리들에게 익숙한 스마트폰이 그렇습니다. 무엇이 먼저 변하고 다른 것이 나중에 변하는 시간적 차이가 그 대상 등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으나 아무튼 변하는 것 자체는 달라짐이 없습니다. 다행스러운 건 오늘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세상이 바뀌어있는 그러한 변화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준비하고 발을 맞춰갈 수 있는 시간이 그것이 충분하든 혹은 부족하든 간에 주어지긴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사람을 놓고 보면 세상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도 결국 사람인데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사람이라는 존재가 변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조금 더 하고 있습니다. HR을 하면서 사람들에 대해 조금 더 바라보고 생각해온 한 명으로서 느낌입니다. 조금 직접적인 예를 들어보면 코로나 시대가 가속화한 비대면 교육과정이 그렇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저는 정통 HRD-er가 아닙니다. 크고 작은 기업에서 당장의 필요에 의해 HRD를 수행하기도 했으나 무언가 체계적인 HRD를 해왔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HRM을 하는 입장에서 HRM을 오래 해오면서 HRM과 HRD를 분리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는 나름의 일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기에, 그리고 어쩌면 HRM의 메인이라 말할 수 있는 성과관리 혹은 인사평가가 보상의 도구가 아닌 성장의 기초가 되기 위해 성과관리 혹은 인사평가가 HRD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에 HRD에 조금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수준이지요. 아무튼 연초에 세운 모든 오프라인 교육계획이 무산되면서 콘텐츠를 믿고 비대면 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오프라인 교육을 보고드릴 때와 같은 과정을 비대면으로 보고드렸을 때의 온도 차이가 확연히 느껴졌습니다. 보고를 받는 입장에서 비대면 과정을 이해하실 때 기존의 온라인 과정으로 이해하는 듯했지요. 사실 기존의 일방향 온라인 강의와는 분명히 다른 형태임에도 비대면 과정에 대한 경험이 없는, 여기에 그러한 기존에 경험하지 않은 새로움을 마주하길 주저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기존의 경험을 기준으로 이해한 셈입니다. 어쩌면 그런 생각 방식을 통해 비대면 교육에 대한 경험이 없는 분들은 자신이 모르는 분야가 없다고 스스로의 심리적 상태를 다독일 수는 있겠으나 확실한 건 그분들은 비대면 과정이라는 것 자체를 영원히 알 수 없을 거라는 점일 겁니다. 


사실 경험이 많아지면서 그 경험 안에서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이는 건 사람으로서 우리들에게 주어진 영원히 반복되는 숙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표현을 조금 달리해보면 경험이 많아지면서 우리 스스로 우리가 지나온 경험에 가두려는 행동을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기존의 경험이 주는 익숙함에 끌리고, 그 익숙함이 주는 심리적 편함에 끌리기 때문입니다. 혹여나 새로운 생각을 말하는 팀원이 있고 그 팀원의 생각을 상급자가 하지 못했다면 마치 상급자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 혹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경험은 누군가의 새로운 생각을 누르기 가장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경험에 가두면 그 사람은 더 이상의 변화를 하기 어렵게 됩니다. 변화란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면 기존의 경험이 일종의 사전지식으로서 작동할 수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기존에 우리가 경험한 것에 포함된 것이 아닌 까닭입니다. 만일 그가 리더라면 그 리더와 함께 일하는 구성원 역시 리더의 경험에 갇힐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조직 내 변화를 이야기할 때 리더를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업에서 비대면 워크숍 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정을 고민하고 비대면으로 진행을 결정하면서 담당자로서 가지고 있던 숨은 의도 중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비대면 과정을 경험하게 하기"입니다. 경험하지도 않고 온라인이나 비대면, 별도의 교육장소가 아닌 집이라는 이유로 교육의 질이나 몰입도가 떨어질 거라는 선입견이 선입견일 수 있음을 직접 경험해보자라고 할까요. 아직 2차수가 남아 있긴 하지만 교육의 시작을 알리는 1차수 교육에서 설문결과가 나쁘지 않습니다. 어느 분은 비대면이 더 몰입 측면에서 좋았다는 의견을 주시기도 했지요.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야기할 때 성악설과 성선설을 이야기합니다. 어느 것이 답이라고 말할 수 없는 그것입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생각은 성선설에 기반합니다. 다만 그 성선설의 기본이 어떤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따라 구체적인 행태가 달라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기에 저에게 경험이란 중요합니다. 단순히 누군가에게 내가 경험이 많음을 알리기 위한 경험이 아니라 우리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요소로서 경험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경험을 하려하지 않는 건 지금 당장의 단기적인 관점에서 효용을 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새로운 경험이라는 input이 더 이상 없다면 우리는 멈춰버리게 된다는 점일 겁니다. 만일 우리가 리더라면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 판단에 영향을 받는 다른 이들에게도 멈춤의 영향을 주게 될지도 모릅니다. 


감사실에 첫 출근을 한 날을 기억합니다. 책상 위에 서류를 놓고 그 옆에 공학용 계산기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사실 저는 사회대생이라 계산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었거든요. 계산기 두드리는 속도가 느렸고 덕분에 뒤통수를 한 대 맞았습니다. 세게는 아니구요. 살짝. 그리고 1년 뒤에 인사팀으로 발령을 받아 부서를 이동합니다. 인사팀으로 이동하고 어느 순간부터 감사실의 과장님이 메신저로 저를 종종 부르곤 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이제는 계산기보다 엑셀을 더 사용하는데 기본적인 함수들을 모르셨던 까닭입니다. 물어보는 게 부끄럽기도 하니 데리고 일했던 저를 조용히 불렀던 셈입니다.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계산기에 묶여서 엑셀을 하는 신입사원에게 계산기 두드리는 속도를 탓하는 모습과 변화의 경험을 스스로 만들어가며 그 변화를 새로운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모습 중에서 말이죠. 결국 우리의 선택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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