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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Oct 11. 2020

경쟁에서 협력으로

뛰어난 동료가 최고의 복지가 될 수 있도록

간혹 '뛰어난 동료가 최고의 복지'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정말 그럴까?에 대한 제 생각은 Yes or No입니다.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하나마나한 이야기일까요. 이에 대한 생각을 조금 풀어보려 합니다.


지나온 시간 중에 만났던 어느 개발자분이 있었습니다. 인사프로젝트할 때 0.5M/M으로 참여했던 분이었고 프로젝트 기간 중 중간중간 만났었지요. 처음 만나서 우연히 같이 잠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보다 한 살 많았지만 둘이 가지고 있는 커리어의 흐름이 비슷했고, 심지어 일을 대하는 생각까지도 비슷했죠. 저는 HR이고 그분은 개발자이니 매번 만나는 건 어려웠지만 그래도 간혹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고 제가 그 회사를 나올 때 퇴직인사를 하면서 다른 분들은 인사 정도였다면 그 분과는 잠시 산책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하루는 같이 산책을 하면서 이야기하던 중 그분이 다른 기업으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HR을 합니다. HR담당자에게 하는 이야기이지요 :) 그리고 이어서 말합니다. 가지 않기로 했다고.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같이 일하는 리더분이 좋다고 말이죠. 스카웃 제의를 한 기업도 국내에서는 상위권 기업이었기에 물질적으로만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그 분에게 있어서 뛰어난 동료는 최고의 복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저에게 그분은 제가 그 회사를 다니면서 만난 정말 좋은 복지이기도 했습니다. 


뛰어난 동료는 최고의 복지일까?

HR을 하는 입장에서 늘 이 말을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일을 하는 동료가 일에 있어서나 인성 등에 있어서도 워낙 뛰어난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와 함께 일하는 우리들에게 정말 훌륭한 복지일까?라는 질문입니다. 옆에서 같이 일하면서 보고 느끼고 배우는 것들이 있을 순 있겠지만 여기에는 좀 더 생각할 요소가 있습니다. 뛰어난 동료를 포함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으로서 인사제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전에도 말했듯이 제도와 사람 중 제가 조금 더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제도입니다. 물론 궁극적인 귀결점은 사람이 되겠으나 인담으로서 직접 마주하는 것이 제도이기도 하고, 인사제도는 해당 기업에서 구성원의 행동에 일정한 제약을 부여하는 환경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동료가 최고의 복지가 되기 위해 우리는 인사제도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죠. 그 뛰어난 동료와 나 자신이 경쟁을 해야 하는 관계라면, 누군가는 winner가 되고 누군가는 loser가 되어야 하는 구조라면 나는 뛰어난 동료를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 최고의 복지라 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구조를 우리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러 HR제도와 관련되어 있으나 그 중에서도 이미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제도를 바꾼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더디게 움직이고 있는 서열화, 등급제에 기반한 인사평가로 이어집니다. 


경쟁중심에서 협력중심으로

뛰어난 동료가 최고의 복지가 되기 위해서, 뛰어난 동료를 최고의 복지로 인식하기 위해서 경쟁중심에서 협력중심으로 환경과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거나 적어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협력을 통해 뛰어난 동료의 일 하는 방식을 알게 되고 그로부터 배우면서 우리 자신도 성장할 수 있게 되겠지요. 뛰어난 동료를 최고의 복지라 말하는 건 결국 우리 자신이 성장하는 것과 연결되는 까닭입니다. 


RE:뛰어난 동료는 최고의 복지일까?

이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Yes 혹은 No입니다. 뛰어난 동료가 최고의 복지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말합니다. 이러한 제도적 환경은 기본적으로 경쟁이 아닌 협력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항상 상위등급을 받고 누군가는 항상 그보다 낮은 등급을 받아야 하는 환경이 아니라 우리들이 전문가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뛰어난 동료로부터 배우고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뛰어난 동료는 온전히 우리들에게 최고의 복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환경으로서 제도를 탓하거나 뛰어난 동료로서 누군가를 탓하고자 쓴 글은 아닙니다. HR의 대부분의 영역들이 그렇듯이 복잡 다단한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나타나는 현상, 말, 제도 등을 통해 우리는 HR을 만납니다. 뛰어난 동료는 최고의 복지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다만 그 말이 말 그대로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 환경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뛰어난 동료가 최고의 복지라 말하면서 현실적으로 이 말에 대한 저항감을 갖게 하는 제도를 운영한다면 말과 행동이 다른 기업이 될 겁니다. 말로 일하는 HR이 되겠지요. 멋진 보고서가 일의 전부인 HR의 모습 말이죠.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좋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인재들이 조직을 떠나지 않도록 하고 동시에 조직 내 구성원들이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뛰어난 동료는 최고의 복지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인사를 담당하는 우리들 역시 그 성장의 과정에 있는 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말이 현장에서 실제로 느껴질 수 있기 위해 HR이 해야 할 &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담이 해야 하는 일을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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