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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Sep 30. 2020

일을 미루는 기한 설정하기

일 하는 방식에 대한 개인적인 방법론 

일을 하다보면 가끔 일을 미룰 때가 있습니다. 다만 일을 미뤄도 되는 기한을 미리 설정해놓고 일을 미룹니다. 기업 내 모든 일들이 항상 하고 싶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하기 싫지만 해야 하는 일이거나 무언가 표현할 수는 없지만 내키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말 그대로 '일을 미뤄도 되는 기한'을 설정합니다. 이미 정해진 기한이 있다면 일을 미루는 기한으로 해당 기한보다 조금 더 앞당겨서 혼자만의 일을 미루는 기한을 정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렇다고 해서 일을 해야 하는 기한이 바뀌는 건 아닙니다. 이는 일종의 나 자신과의 심리전에서 이기기 위한 일종의 조삼모사 전술에 가깝습니다. 결국 해야한다는 사실관계는 변하지 않지만 미루고 싶은 심리를 달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습 덕분에 간혹 저를 매우 계획적인 사람으로 보는 분들도 있지만 솔직히 저 자신이 매우 계획적인 사람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기한을 정하긴 하지만 말 그대로 일을 미루는 행위를 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억지를 부린다면 일을 미루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조금은 말이 안되는 듯도 합니다. 조금 달리 보면 일을 미루기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일을 질질 끄는 법에 대한 책을 쓰는 지금이야말로 나 스스로가 일을 질질 끄는 법을 배우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을 질질 끄는 사람들 흉내를 냈죠. 그리고 일을 빨리 해 치운다고 자부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 다음 날 아침에 새벽같이 일어나서 어떻게 하면 일을 질질 끌 것인지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Adam Grant, The suprising habit of original thinkers, 05:08~05:30, TED


TED에서 팀 어번의 "일을 미루는 사람들의 심리"라는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중 panic monstor가 있습니다. 그의 말을 빌면 평소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무언가 일을 해야 하는 기한이 다가오면 나타나서 비로소 합리적 의사결정자가 움직일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일을 미루는 기한을 정하는 제 경우는 panic moster가 등장하긴 하지만 조금은 다른 모습도 있을 듯 합니다. 일단 정해놓은 미루는 기한이 다가오면 일종의 panic monster가 등장합니다. "더 이상 일을 미룰 수 없어. 이젠 해야 해!"라고 말을 합니다. 저에게 있어 문제는 이렇게 panic monster가 등장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긴장감 내지 압박감에 오히려 합리적 의사결정자가 사고를 멈추는 상황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는 점입니다. panic monster가 등장해 일을 하도록 했으나 일을 제대로 못하는 상태가 되는 셈입니다. 제가 일을 미루는 기한을 설정하는 이유입니다. 일을 미루는 기한이 도래하고 panic monster가 등장해 'AAAAAHHHHHHHH!'하고 소리를 칠 때 스스로 말하는 셈이죠. "알았어. 이제 해야지, 할거야. 근데 일을 할 여유가 좀 있으니 너무 재촉하지는 마" 라고 말이죠. 조금 포장을 하면 적당한 긴장감과 적당한 여유를 만나게 하는 행위로서 '일을 미루는 기한'을 활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일을 미루는 기한을 설정하고는 일을 무작정 미뤄놓는 것은 아닙니다. 매일 할 일 목록을 정리하면서 머리 속으로는 언젠가 해야 하는 것임을 인지를 하고는 있습니다. 생각은 하되 실제 행동은 정해놓은 기한까지 미루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애덤 그랜트의 TED 영상에서 "과제를 부여받고 지뢰찾기를 한 후 과제를 수행한 집단"과 "지뢰찾기를 하고 난 후 과제를 부여받아 과제를 수행한 집단" 사이의 차이점에 공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일을 미루는 시간동안 스스로에게 "해야 하는 일"임을 인식시키는 것과 더불어 그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조금씩 생각하게 해서 "하기 싫은 일"을 "익숙한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인 셈입니다. 일을 미루는 건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일을 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기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을 미루는 기한을 설정"하는 건 어쩌면 기한이 없는 일에서 발생하는 기약없는 미루기에서 panic monster가 등장하는 걸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일을 미루는 기한을 설정"하는 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무언가 하기 귀찮거나 내키지 않고 해야 하는 이유보다 하지 않아야 할 수백가지 이유를 대는 상황에서 우리 자신과의 심리전에서 gratification monkey 대신 합리적 의사결정자가 등장하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전술입니다. 일을 할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간이랄까요. 물론 모든 일들이 "일을 미루는 기간을 설정"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기간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현실에서 급하게 해야 하는 일들도 종종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는 gratification monkey이 등장할 시간없이 바로 panic monster가 등장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제 경우 불편함을 느끼지만 일단 생각나는대로 일을 처리해야 하겠죠. 


일을 미루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그리 나쁘다고 보진 않습니다. 일을 하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아서 끙끙대는 것보다 일을 머리 속에 둔 채 동네를 한 바퀴 돈다거나 퇴근길이나 샤워할 때 일에 대한 실마리가 떠오르는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일을 미루는 방법에서 우리 각자에게 편한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전에도 몇 번 소개드린 적이 있지만 그래서 간혹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 팀 어번의 영상과 애덤 그랜트의 영상을 추천하곤 합니다. TED에서 검색하면 바로 확인하실 수 있지만 링크를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Opel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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