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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Sep 29. 2020

주관적인 글

opellie가 남기는 글들에 대하여

일전에도 몇 번 남긴 적이 있지만 저는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어릴 적부터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머리가 좋지 않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요. 수학을 그리 잘 하지 못했고, 그나마 언어와 사회로 간신히 메꾸며 공부를 했습니다. 사실 그럼에도 제 스스로 자신에게 머리가 나쁘다 혹은 좋다라는 판단을 한 적은 없습니다. 굳이 그런 판단을 해야 할 필요성도 없거니와, 어릴 적 머리가 좋다는 평가를 받던 친구와 서로가 성장한 이후에 마주한 그리 좋지 않은 경험도 있기에 그렇습니다. 다만 스스로 인정하고 말하는 것중 하나가 있습니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이해가 느리다"라는 말입니다. 다행스러운 건 한 분야에서 나름 계속 경험을 하고 공부를 하고 생각을 하고 표현을 하면서 적어도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만큼은 그 "느린 이해"가 어느정도 만회(?)되고 있음을 느낀다는 점일 듯 합니다. 


살아오면서 제가 무언가를 받아들일 때 "이해가 느린"이유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제 답은 "생각하는 구조의 차이"였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A란 B다"라고 말을 했다면 제 머리는 "A는 B다"라고 바로 인식하는 대신 그 두 객체를 입력받은 후 그런데 왜 A가 B인가? 라는 질문을 다시 스스로에게 던지고 나서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다시 이해를 한 후에야 비로소 "제가 이해한 것은 ~"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누군가는 머리가 나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해 저는 "생각구조의 차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어쩌면 그 생각의 구조 덕분에 브런치에 이런 저런 생각들을 남길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speaker로서 누군가가 가진 권위나 사회적 지위 등과 같은 외형적인 권위나 그가 사용하는 단어 자체 등에는 관심을 덜 가집니다. 대신 생각의 구조를 위해 그(그녀)가 말하는 이야기의 흐름에 더 관심을 갖게 되지요. 제가 느끼는 바와 생각의 방향이 같을 수도 있고, 그(그녀)의 말을 듣고 생각의 균열이 만들어져서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듯 생각을 확장시킬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그녀)의 추종자가 되거나 그분의 가르침을 따른다고 저 자신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speaker로서 사람이나 그(그녀)가 말한 가르침 자체가 아니라 이를 제가 조금 더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기회 내지 외적 자극에 더 집중하는 까닭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존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존경'과 '추종'은 다르겠지요. 


이렇게 주관적인 이야기를 말 그대로 '열린' 공간에 남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HR이라는 분야를 경험하고 두 손과 두 발로 마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조금은 다른 관점과 생각을 남겨 보는 것이죠. 그것이 제가 하는 HR이라는 일을 더 풍부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작은 힘이 될 수 있으리라는 믿음도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우공의 산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그리고 스스로 '이해력'에 대해 겸손함을 가지고 있기에 제 방식대로 이해한 것을 검증하려 노력합니다.  앞선 speaker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고, 책을 읽고, 학교를 다니는 것도 그러한 기능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포함됩니다. 제가 가진 경험과 생각의 불완전함을 조금이나마 보완하려는 몸부림입니다. 


결론은, 

그래서 제 글은 언제나 주관적입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0년쯤 전에 어느 기업의 인사담당 한 분이 저에게 제가 하는 HR이 "틀렸다"라고 말했을 때 조용히 웃고 넘어갔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제가 그 분께 하고 싶은 이야기는 동일합니다. "틀렸다가 아니라 다른 것입니다" 라고. 만일 정말 제가 무언가를 잘못했다면 그 이후 10년을 HR을 하고 있지는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 글은 정답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사실 아직 그럴 수준이 안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마 영원히 그럴 거 같습니다. 배울수록 모르는 게 너무 많거든요. 혹여나 주관적인 글로 인해 제 글을 보시는 분들께 다소 혼란을 드린 경험이 있으시다면 양해를 구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남기는 이유입니다. 


감사합니다. 


#Opel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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