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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Sep 20. 2020

HR을 알아가는 방식

Opellie의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풀어낸

브런치에 글을 쓴 것이 계기가 되어 어느 교육기관에서 잠시 HR에 관련된 과정을 운영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정을 준비하면서 했던 가장 큰 고민은 HR이라는 일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사실 저 스스로도 이에 대한 답은 없었거든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HR은 정해진 답보다 답이 없는 영역 혹은 암묵지 tacit knowledge가 더 많은 영역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과정을 준비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제가 HR을 어떻게 알아가고 있는가?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opellie가 HR을 배워온 방식에 대하여

HR을 만나기 이전에 제 머릿속엔 HR이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순환보직에 따라 부서를 이동할 당시 인사팀으로 발령을 힘들어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는 새로운 대상을 제 나름대로 온전히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입니다. 무엇보다 그 일을 왜 하는지를 포함해 전체의 구조를 그리고 나야 비로소 속도를 내는 유형이랄까요. 돌이켜보면 당시 선임이나 전임자분이 why를 알려주었다면, 그리고 더불어 그 why를 위해 본인들이 해왔던 방식을 전달해주었다면 좋았겠지만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 분이 없었지요. 당시 인수인계기간이 영업일 기준으로 4일 정도 있었는데 제가 받은 건 그분이 얼마나 엑셀을 잘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뿐이었습니다. 사실 당시 저는 '기간제 근로자' 신분이었습니다. 모르는 일을 해야 했고 계약종료든 일을 못해서든 어짜피 나가야 하는 거라면 그냥 제대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후회는 없도록. 일단 노동법 학원을 다녔고, 시간이 날 때마다 참석이 가능한 세미나나 모임 등을 찾아다녔습니다. 루틴한 업무들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인터넷 등을 통해 자료들을 모았구요. 물론 당시 전혀 이해하지도 못하는 자료들이 대부분이었지만요. 사실 가장 재밌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만나고 듣는 모든 것들이 늘 새로웠거든요.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는 '정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리'에는 제 방식으로 HR을 이해하고 제 언어로 표현하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그러한 과정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Why & Why

누군가에게 why 를 말하고 그 why가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는지를 알려줄 수 있다면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합니다. 물론 why 자체도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제가 지나온 경험들이 가리키고 있는 why를 기준으로 말이죠. 과정의 마지막 시간이 끝나고 나서 한 분이 해준 말씀이 있습니다. "HR을 이렇게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말이죠. 제가 받아본 교육들을 포함해 대부분의 교육들은 해당 교육이 유용함을 이야기하기 위해 나름의 답을 정답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좀 더 강사 입장에서 안전한 방법일 수도 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고 할까요. 

Why를 이야기한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자칫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상주의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겠지요. 그나마 다행인건 제가 실무자라는 점이고 그렇기 때문에 실무자로서 제도에 반영하고자 노력하는 부분들을 공유함으로써 제가 이야기하는 why를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순된 상황에서 모순되지 않음을 만들어가는 것

일관성과 상황에 대한 유연성을 동시에 갖추는 것

좋은 말인데 한편으로는 참 어려운 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why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why는 일종의 닻(anchor) 역할을 합니다. 다양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판단의 기준점이 되지요. 많은 직무들이 그러하겠으나 HR은 경험이 쌓일수록 판단의 영역이 훨씬 많아집니다. 5년차에 하던 방식으로 15년차에 동일하게 하고 있다면 적어도 HR에 있어서는 성장했다고 말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그 오랜 시간동안 변화가 없다는 건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이 거의 없다는 걸 의미하는 까닭입니다. 익숙해짐과 성장함은 엄연히 다른 말입니다. 


대학원의 2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학기에 두 과목을 듣고 있는데 하나는 인사전공이고 다른 하나는 기초과목입니다. 두 과목을 바라보면 진행방식이 많이 다릅니다. 기초과목은 지식의 전달이 주를 이루고 간간히 그 지식의 전달을 체크하는 방식이라면, 인사전공은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참여자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배웠습니다"가 아니라 "이렇게 생각합니다"를 말하고 "다른 분들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를 말하는 방식입니다. 


다음 주 (학생 입장으로) 수업 발표자료를 준비하면서 암묵지 Tacit knowledge라는 단어를 만났습니다. 암묵지는 말이나 문서로 표현되기 어렵습니다. Polanyi(1962)는 이를 "한 개인의 독특한 경험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것"으로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Tacit knowledge is tacit, noncodifiable, and is costly for others to understand. Polanyi (1962) calls tacit knowledge personal in that it often reflects an individual’s unique experience.(Alvarez and Barney 2004)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가 가지고 있는 HR에 대한 why와 이를 구체화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들과 산출물들은 opellie라는 어느 실무자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경험이 반영된 개인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어쩌면 "opellie가 가진 독특한 경험"이 반영되어 있을 수 있는 why를 전달하고자 노력했고 그래서 조금은 다른 교육과는 다른 방식을 취했고 그렇게 조금이나마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암묵지가 전달될 수 있길 바랬습니다. 그중 한 분께는 교육 이후 고마운 메시지를 받기도 했기에 조금은 제가 전달하고자 했던 why를 전달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도 할 수 있었습니다.


HR 15년차이지만 저에게 있어 why를 구체화하기 위한 배움과 생각의 과정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제가 HR을 배우고 알아가고 만들어가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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