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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Nov 21. 2020

내 일은 왜 중요할까?

일의 본질에 대하여 자문하기

저는 HR이라는 일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모든 일들이 다 중요함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제 이야기는 HR은 제가 하는 일이기에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요. 제가 HR을 중요하다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HR이라는 일이 인사담당자 혼자만으로 완성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잠시 전략맵을 생각해보면 나가는 방향의 화살표가 많은 그래서 영향력이 높은 요소, 즉 CSF의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영향력은 그들이 HR을 바라보는 관점과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으로서 인사담당자/경영자가 가지는 방향성과 HR을 다루는 인사담당자의 역량에 매우 큰 영향을 받습니다. 단적인 예를 들면 구성원을 성악설로 바라보는 관점과 성선설로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 밖에 없고, 법령을 단순히 아는 사람과 법령을 알고 이를 해석할 줄 아는 사람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게 있습니다. 인사담당자/경영진의 의지입니다. 스스로 사람에 대해 성선설 관점을 가진다고 말하는 이에게도 때로는 그 생각을 흔드는 경우를 만난다는 점입니다. 여기에서의 흔들림은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발현되고 우리 인사담당자들이 지키고자 하는 일관성을 무너뜨릴 수도 있습니다. 


HR에 있어 사람은 객체이자 동시에 주체가 됩니다. 사람은 인사제도의 적용을 받는 객체이지만, 동시에 인사제도를 활용하는 주체이기도 합니다. 상품을 만드는 관점에서 소비자는 객체라 할 수 있지만 오늘날 우리가 소비자를 객체가 아닌 주체로 보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고 상품에 대한 평가를 하고 개선의견을 제시하고 심지어 제품의 개발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등의 모습들이 그렇습니다. HR에 있어 사람이 객체이자 동시에 주체가 된다는 말은 달리 표현하면 조직 내 경영진을 포함한 구성원과 HR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 기업 구성원이 주체로서 참여한다는 건 구성원 혼자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구성원 상호간에 & 리더와 구성원간에 서로의 참여를 인식하고 인정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이루어짐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오늘날 우리들이 하고 있는 많은 노력들은 이러한 단순하지만 명확한 모습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니어로서 HR을 알아갈 때에는 절차와 기법 등의 방법론에 조금은 꽂혀 있었습니다. 선배들의 보고서를 보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보고 그들의 방법론을 들으며 그 방법론을 배우고자 노력했습니다. 시니어로서 HR을 하면서 비로소 그 절차와 기법들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이해하지 않은 채 모습을 배울 땐 무작정 외우고 그대로 따라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왜 하는가?를 이해하고 HR에 대한 철학과 판단을 돌아보고 옳음을 추구하는 데 집중합니다. 


어릴 적 가지고 있던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던 것 중 하나가 글씨였습니다. 아무리 보고 봐도 제가 쓴 글씨들이 이뻐보이지 않았거든요. 남중 남고를 나왔으니 여학우분들의 글씨를 자주 접할 기회가 없다고 하더라도 남자들 중에도 글씨를 예쁘게 잘 쓰는 친구들이 있었고, 부러우면 지는 거라며 직접 내색은 하지 않아도 그들의 글씨를 조금씩 흉내를 내보려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다가 글씨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스스로 이쁘게 못쓴다고 말하면서 말이죠. 그 때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글씨는 알아보라고 쓰는 거라고. 화려하고 멋진 글씨도 좋지만 모두가 어떤 글씨인지 알아볼 수 있다면 글씨를 잘 쓰는 거라고. 


HR은 중요합니다. 비단 제가 하는 일이라서가 아니라 그 일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바라보기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HR을 중요하다고 말하는 '본질'을 잃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사람들이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삶을 살아가는데 HR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합니다. 예쁘고 화려한 글씨보다는 외형적으로는 투박해 보여도 마음으로 전달될 수 있는 HR을 고민합니다. 조금은 마음이 어지러운 제 자신에 대한 위로이자 다짐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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