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lie Nov 28. 2020

HRM에서 조직문화란

조직문화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내내 HRM만 하던 이가 과연 조직문화를 알 수 있겠는가?라고 할 수도 있으나 늘 HRM이 조직문화를 이야기함에 있어 간과되는 현실이 안타까웠기에 조금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여느 글들과 마찮가지로 주관적인 & 경험에 기반한 글입니다.

7년 정도 전이었을 듯 합니다. 제가 활동하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조직문화를 주제로 하는 스터디 모임을 같이 할 사람을 모은다는 글을 만났습니다. 인사담당자로서 조직문화는 늘 관심이 있던 주제이기에 신청을 했고 이후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모임을 주최하는 분으로 조직문화를 다루는 사람으로 본인을 소개한 그 분은 저에게 조직문화를 다뤄본 경험이 있는지를 물었고, 저는 HRM을 한다고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조직문화를 다뤄본 사람들로 모임을 만들려고 해서 참석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도 완전히 아니라고 할 순 없지만 당시만 해도 HR에 대해 스스로 기준을 기준을 수정하고 잡아가는 과정이긴 했지만 이 답변을 받고 조금은 기분이 상했습니다. 사실 그 당시 워딩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 분의 대답에 살짝 욱했던 감정을 기억하고 있지요. 무시당하는 느낌과 마치 본인은 전문가인데 저는 아니라는 식의 그런 말투들이었지요. 제가 살짝 화가 났던 이유를 조금은 완만하게 표현해보면 그 분은 조직문화를 다루는 대상으로 이야기를 했고, 조직문화에 대해 HR이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역할을 무시했고 결론적으로 HRM을 하는 사람은 조직문화를 모르거나 다룰 수 없다는 늬앙스를 전달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HRM에 대한 무시가 곧 제 자신에 대한 무시로도 연결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HRM을 해온 제 경험을 기반으로 조직문화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과거에도 조직문화에 대한 간단한 생각들을 정리해본 적이 있긴 한데 살짝 업그레이드 된 버전 정도로 봐주시면 되실 듯 합니다. 


HRM을 해온 제 경험에 기반해 조직문화는 다루어야 하는 직접적인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조직 내에서 우리가 다루는 다양한 요소들이 조직 구성원의 인식과 행동을 통해 주고받는 영향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공통의 인식체계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직문화는 직접 다루는 대상이 아니라 조직문화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관리함으로서 만들어가는 것으로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조직문화에 있어 HRM은 중요성을 가집니다. 기본적으로 제도는 그 제도의 영향력 범위 내에 있는 구성원의 행동을 제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가 조직문화에 대해 기대하는 바와 유사합니다. 우리가 조직문화에 대해 기대하는 것은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기업의 가치/철학/성과와 부합하게 되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상태가 만들어지면 HRM에서 만든 제도는 더 이상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되겠지요. 


저는 수직계층구조가 강한 조직에서 일을 하다가 온전한 수평조직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이직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만일 제가 수직계층구조에서 하던 행동을 수평구조를 추구하는 기업에서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 되겠지요. 이는 해당 기업에서 인사제도가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인사제도가 궁극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모습으로 가는 길을 막는 행동이 되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제도는 구성원의 행동을 제약합니다. 


이러한 제약을 조금 다른 말로 표현해보려 합니다. "제도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직원이 근태가 엉망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해당 직원이 매일 지각을 하거 전날 술을 먹고 늦거나 출근해서 술냄새를 풍기는 모습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만일 제도가 A의 행위에 대해 그런 행위를 하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주지 않고 반복된다면 다른 구성원들도 그와 100% 같지는 않더라도 그런 행동을 보여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혹은 따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중에 다른 일에서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제도가 정한 범위를 넘어선 행위로서 '일탈행위'가 발생했다면, 최초 발생은 한 개인의 일탈일 수 있지만, 그 일탈에 대해 아무런 메시지를 주지 않는다면 그건 '공통의 인식'이자 '허용되는 행위 기준'으로서 조직문화로 연결됩니다. 제도의 작위와 부작위는 모두 구성원들에게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일련의 메시지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크게 다음의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전달됩니다. 첫 번째는 앞의 사례에서 보았던 것처럼 조직차원의 공식적인(작위와 부작위를 포함하는) 행위입니다. 공식적으로 하면 안된다는 (혹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는 일방적인 특성을 가집니다. 이러한 공식적 행위는 직간접적으로 외형적인 통제를 수행합니다.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공식적 행위는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공식적 행위는 조직 혹은 HR이 제도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조직 내에서의 행동규범 내지 행동가치를 상대방으로 하여금 온전히 이해하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는 한계를 가집니다. 따라서 두 번 째 경로가 필요하며, 여기에서 강조되는 것이 HR의 소통자로서 역할입니다. 해당 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온전히 전달하고 그러한 행위가 왜 잘못된 것인가에 대해 강제성이 아닌 이해를 통해 상대방의 인식을 확보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입니다. 만일 두 번 째 방식이 잘 이루어져 특정 제도에 대해 구성원에게 강제하지 않아도 구성원들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상태가 된다면, 다시 말해 해당 제도가 더 이상 필요없는 상태가 된다면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조직문화가 조금은 더 갖추어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도를 직접 다루지 않는 현업의 담당자분들은 HRM에 대해 알기가 어렵습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특성을 정보의 독점이라는 방식으로 권력화를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으나, 소통자로서 HRM의 역할은 구성원이 HRM과 제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을 더욱 요구합니다. 소통자로서 인사담당자의 역할을 위해 인사담당자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HRM과 인사담당자에 대해 신뢰가 무너져 있다면 인사담당자가 아무리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말해도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이는 없을 겁니다. 


이러한 소통자로서 역할을 위해 인담으로써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요소가 있습니다. 일관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일관성이란 다른 말로 '한결같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상황에 대해 대응을 하지만 그 다양성을 대응하는 기준에서 일관성이 있음을 말합니다. 혹자는 상황에 따른 대응이라고 말하며 그 기준들 마저 뒤흔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사견임을 빌어 그러한 경우는 일에 있어 기준이 있다고 말하기란 어렵습니다. 


일관성이 중요한 이유는 조직문화란 직접 다루는 대상으로서 단시간 혹은 어느 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직문화는 오랜 시간을 통해 형성된 일종의 인식체계에 가깝습니다. 만일 이 시간동안 매 상황마다 일관성 없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면 구성원의 인식에 일관된 신념 내지 믿음이 형성되기 어려울 겁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나름의 인식체계가 형성됩니다. 이들은 수동적이고 자기방어적인 모습들로 나타납니다. 나름의 인식이 형성되기는 하지만 우리가 '바람직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구심이 남습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조직문화는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이지,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 까닭입니다. 제가 간혹 인용하는 말 중 '나쁜 일은 그냥 놔두면 알아서 발생하지만, 좋은 일은 의도적으로 노력해야만 발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조직문화를 생각한다면 굳이 우리가 조직문화를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소통의 이야기를 하면 소통이 중요한데 인사담당자에게만 그 의무와 책임이 있는건가? 라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앞서 자주 사용한 '제도'라는 단어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도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요소입니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 제도를 기획하고 승인한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지고 동시에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입니다. 단순한 예로 온라인 게임을 생각해볼까요. 초기 게임 기획자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관에 유저로서 우리들이 들어갑니다. 우리가 그 세계관을 우리 마음대로 바꾸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NPC와의 상호작용은 가능하지요. 인사제도 역시 이와 유사합니다. 최초 제도의 설계에 있어서는 기획자의 의도가 강하게 개입되지만 그 운영과정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최초의 의도가 흔들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보완이 이루어집니다. 


환경으로서 제도는 조직이 정한 규칙이나 인사제도가 있지만 여기에 또 하나의 중요한 제도가 존재합니다. 바로 리더라는 요소입니다. 


혹자는 리더가 무슨 제도인가?라 반문할 수 있습니다. HRM입장에서 리더는 공식적인 조직입니다. 흔히 팀장, 본부장 등의 단위조직의 장으로 표현됩니다. 이들은 그들이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해당 단위조직의 구성원의 일과 조직, 기업에 대한 인식형성에 영향을 줍니다.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라면 이들 리더분들이 중간자로서 상하간의 소통을 왜곡되거나 누락없이 그 맥락을 포함하여 온전히 전달하고 연결하는 소통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앞서 제도에 대하여 제도가 없어도 되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드렸지요. 만일 단위조직의 리더들이 이러한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있다면 HR은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보다 해당 리더분들에 좀더 집중할 수 있을 겁니다. 인사담당자 1명이 100명의 직원과 소통하는 것보다 인사담당자가 10여명의 리더들을 뒷받침해주고 해당 리더들이 소수의 구성원과 소통하는 것이 더 나은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단위조직의 리더는 그 자체로서 코치coach가 되고, HR담당자는 코치의 코치가 됩니다. 코치로서 리더들이 리더로서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도구와 지식을 전달하고 소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슈들에 대하여 코칭을 제공하는 역할로서 인사담당자의 역할이 재정의될 겁니다. 이러한 연결고리가 자연스럽에 이루어지면 어떨까요. 우리가 이야기하는 '바람직한' 조직문화의 모습과 어느 정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리더를 이야기하면서 앞서 단위조직의 장으로서 리더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은 리더가 있습니다. 다들 짐작하시는 경영진입니다. 대표이사 / 오너 등으로 표현되겠죠. 이들이 중요한 이유는 일관성이라는 특성과 연결됩니다. 만일 경영진이 일정한 철학 내지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 기업에서 일관성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제가 보았던 어느 기업은 구성원을 채용할 땐 정말 신중히 접근하지만 일단 채용하고 나면 구성원에 대해 최대한 잘해주려 노력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대표님과의 이야기에서 고스란히 나타났습니다. 대표이사분이 팀원이었을 때 기업이 구성원을 착취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고 그것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회사를 만들 때 자신이 경험했던 그런 기업을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이야기이지요. 이는 기업이 운영하는 제도들을 통해 고스란히 구성원에게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조직문화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우리는 1+1=2와 같은 형태로 질문을 하고 답을 할 수 없습니다. 조직문화란 매우 복합적이고 주관적인 항목들이 모여서 만드는 공동체와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조직문화를 이야기할 때 '맥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HRM에서도 data와 이의 분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혹자는 AI로 데이터를 분석하면 조직문화를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하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는 data만을 이야기하면 우리가 그리고 있는 조직문화를 온전히 말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data를 조직 내에서 다소 주관적인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교육이 있습니다. HRM 영역에서 딥러닝을 활용하여 분석해보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강사분이 하시는 이야기가 머리에 남습니다. data분석이라는 게 뭔가 코딩을 잘해야만 좋은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데이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예를 들어 HRM에 관련된 수많은 데이터가 있다고 할때 그 데이터 중에서우리 기업에서 HRM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아낸다고 하면 AI를 설계하는 사람들보다 HRM실무자들이 그 항목들을 더 잘 찾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HRM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은 그들의 경험을 통해 일과 우리 조직에 대한 맥락을 가지고 있는 까닭입니다. 조직문화에 대한 data는 우리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우리의 생각을 보다 정교하게 하고, 그 생각을 하나의 모델로서 만드는데 도움을 제공하지만 우리가 그 일 내지 조직에 대한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도구가 제공하는 숫자들이 우리들에게 아무런 의미를 제공할 수 없음을 말합니다. 


"일 하는 환경을 세팅하는 것"

실무에서 제가 HR을 다른 구성원분들에게 간단히 설명할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일 하는 환경을 세팅하여 일을 통해 성과가 보다 잘 나올 수 있게 하고, 일 하는 환경을 세팅하여 그들이 일 하는 방법론을 경험하고 돌아보고 더 나은 일 하는 방식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말합니다. HR을 단순히 주어진 행정업무를 운영하는 영역으로 바라보지 않고 성과를 만들어내고 그 과정을 통해 구성원이 성장하는 관점에서 조금은 경영의 영역에 가까운 관점으로 일을 바라봅니다. 


우리가 조직문화를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람직한 조직문화가 기업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됨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바람직한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이 제도와 같은 인위적인 통제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이 아닌 스스로 통제하며 행동하고 그 행동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태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한 상태를 만들기위해 HRM은 제도를 통해 '일 하는 환경'을 만들어갑니다. 시작점에는 인위적 / 의도적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제도를 통해 수행하지만 그것이 제도를 통해 구성원을 통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서로 다른 구성원이 함께 일하고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세팅하기 위한 역할을 이야기합니다. 


HRM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조직문화 이야기입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일은 왜 중요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