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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메타버스

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

by Opellie

일전에 대표이사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같이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다른 분이 저에게 한 이야기 덕분인데 한 분이 저를 보며 변화를 즐기는 사람으로 묘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대표이사님과 그 말의 당사자였던 저는 웃고 말았습니다. 저는 사실 안정성이 더 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웃었고 대표이사님 역시 제가 안정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저는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기는 합니다. 다만 그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기보다는 제가 가지고 있는 사고의 영역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누가 맞고 틀렸는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의 접점을 찾아보려는 노력을 합니다. 이런 방식은 제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경험을 돌아보고 일에 대해 생각하는 사고의 연결 가지를 늘려줍니다. 생각의 가지를 늘려도 괜찮은 건 일에 대한 기준으로서 나무기둥이 있기에 가능할 겁니다. 그래서 저는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혹자는 줄기를 보지 못하고 가지만을 바라보면서 저에 대한 조금은 다른 판단을 하는 듯합니다.

소개드릴 책은 김상균 교수님의 '메타버스'라는 책입니다.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이기도 하고 동시에 흥미롭게 보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HR이라는 일에 접목이 가능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합니다. 책 속 대화체의 문장들은 평소 독서를 대화라 이야기해왔던 까닭에 조금은 더 친숙한 느낌도 듭니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우리들에게 친숙한 것들로 연결되는 과정을 책을 통해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도서명: 메타버스

저 자: 김상균

출판사: 플랜비디자인


메타버스 구현에 과학, 공학적 요소가 필요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코카콜라가 만들어낸 메타버스를 볼 때 과학, 공학적 요소가 메타버스의 전부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문학적 감수성과 철학이 담겨있지 않다면 증강현실 메타버스는 단순히 신기술의 전시장이 될 뿐입니다. p066

HR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소통'을 자주 언급하고 있습니다. HR제도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제 역할을 하기 힘듭니다. 소통이란 일종의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입니다. 단순히 이제도는 이런 절차로 진행된다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진행되는가를 전달하는 과정입니다. 메타버스 역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메타버스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해 그 안에 하나의 스토리가 더해질 때 비로소 완전한 존재가 됩니다.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과학, 공학적 요소와 이에 담긴 인문학적 스토리 중 무엇이 메인인가?라는 질문은 우리가 메타버스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비단 메타버스뿐 아니라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마주하는 상황에서도 그렇습니다.


디지털 지구, 메타버스에서 살아갈 때 혹시 내가 누군가의 메시지를 너무 빠른 속도로 읽고 넘어가다가 무언가를 놓치지 않는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읽고 판단하는 시간이 40% 줄었지만, 우리의 뇌가 그만큼 빨리 움직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p105

어쩌면 이미 우리는 이런 현상을 만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모습이 우리들이 꼰대라 부르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모습에서 나타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의 단면을 보고 그 사람을 단정 짓는 우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나무기둥을 바라보지 못하고 새로이 나온 가지만을 바라보며 사람을 변화적이고 진보적인 존재로 단정 짓는 것처럼 말이죠.


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 그 아이는 어떤 탐험의 기쁨을 느낄까요? 날마다 새로운 지식을 배우지만, 지식 하나하나에 깊게 들어가서 이리저리 살펴보기보다는 빠른 시간 안에 머릿속에 욱여넣기에 바쁩니다. 직장 생활로 바쁜 성인들은 얼마나 많은 탐험을 하고 있을까요? 고객 수, 매출, 작업 속도 등의 지표를 놓고, 자신의 일을 최적화하기에 바쁩니다. p214

중학교 시절 주관식 문제의 답을 놓고 선생님에게 이의를 제기했다가 혼이 난 학생이 있습니다. 사회에 나와서 위에서 말한 어느 제도에 대해 그 제도를 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가 낯선 strange 아이가 되었던 직장인이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우리 것으로 순화하는 과정 없이 받아들이는 데에만 신경을 써왔습니다. 탐험할 시간이 없지요. 16년 차 직장인으로 직장인들에게는 탐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일에 대해 여러 생각들을 해보고 작은 시행착오들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말합니다. 리더들은 팔로워들이 일을 중심으로 이러한 탐험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에 대해 좀 더 생각해주고 팔로워들은 일을 그냥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도구이자 삶의 동반자로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지시기 바랍니다. 아이와 어떻게 약속을 정하고, 약속을 안 지키면 어떤 벌칙을 줄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깊은 유대감을 느끼는 공유 관계의 형성에 더 집중하시면 좋겠습니다. 강한 유대감이 있다면 젊은 야만인을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p221

누군가에 대해 공감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리더들이 이를 잘 못합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규정하고 상대방에 대해 공정한 재판장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요. 제 경험상 그들 대부분은 일의 결말을 그리 좋게 만들지 못합니다. 물론 그들은 '공정한 재판장'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책임이 없음을 이야기하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은 그들이 해야 할 역할을 잘못한 거라 할 수 있습니다. 공정한 재판장 역할 이전에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상대방에 대한 공감입니다. 누군가가 술을 먹고 전화를 해도 될 거 같다는 생각을 들도록, 이 사람과 이야기하다가 울어도 혹은 정말 사소한 이야기를 해도 이 사람이 공감해주고 나름의 공정한 판단을 해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먼저 얻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정말로 공정한 재판장이 되고 싶다면 이성적 판단에 앞서 감정적 공감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 배려가 필요합니다.


초인이 되기 위해 니체는 세 단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했습니다. 순서대로, 낙타, 사자, 어린아이입니다. 낙타는 ~ (중략) ~ 사회가 정해놓은 규칙, 기대에 순응하는 모습입니다. (중략) 사자는 ~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기존의 것에서 벗어날 용기를 가진 자, ~ 어린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규칙을 만들며 놀이를 즐깁니다. 자신이 겪어낸 삶의 과정을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삶을 놀이처럼 즐겁게 만들어 갑니다. p223

책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낙타, 사자, 어린아이 중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요? p223

저는 게임을 즐깁니다. 게임에서는 사소한 실패들이 아쉬움은 있으나 돌이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정해진 스토리 이외에 다른 활동들을 합니다. 게임 내 다양한 지형들을 돌아다니며 산 위, 바닷속 풍경을 남기기도 하고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도 합니다. 서로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우리들인데 말이죠. 현실세계에서 많은 경우 우리들은 낙타의 모습에서 멈춰있는 건 아닐까요? 낙타를 현실로 보는 대신 사자가 되기 위한 용기의 기반으로 보면 어떨까요? 무모한 용기가 아니라 갖춰진 용기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어쩌면 우리는 좀 더 쉽게 어린아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인간은 놀이를 통해 자유로워지며, 아름다운 존재가 됩니다. p239

일이 놀이가 될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많이 이상적인 생각이지요. 게임 속에서 무수히 오랜 시간을 들여 게임 속 캐릭터를 키우고 장비를 구하면서 즐거움, 뿌듯함, 아쉬움을 느끼는 것처럼 일을 통해서도 이를 느끼는 과정이 될 수 있었다면 좋겠습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도구로서 일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메타버스가 무엇인가에 대해 한 권의 책을 읽고 온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책을 읽으며 제 머릿속에 남는 단어는 '소통'이라는 단어로 귀결됩니다. 페북에 개인적으로 남긴 글로 글의 마무리를 대신합니다.


제페토를 설치하고 내 사진을 올렸더니 이렇게 아바타를 만들어주었다. 얼굴은 실물보다 나아 보이는데 내가 착용한 안경의 특징은 정확히 구현했다는 생각이다. 어찌 보면 싸이월드의 입체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방식이 무엇이 되었건 우리는 계속 서로 소통하길 원하고 있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기 위한 움직임을 계속할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DBR에 김상균 교수님 기고글에 강원대 캠퍼스를 가상으로 만들어 신입생 안내를 하셨다는 내용을 보며 기업에서도 제페토와 같은 가상공간에 회사와 유사한 인테리어를 하고 직접 만나지 않고도 가상 캐릭터로 서로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코로나 시대에 소속감을 유지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그나저나 적응엔 시간이 좀 필요해 보인다.

감사합니다.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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