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pellie Nov 09. 2021

다양성과 신뢰, 그리고 팃포탯 전략

애자일> 다양성> 신뢰

여전히 많은 이들이 HR에서 사용하는 OKRs 등의 방법론들을 일종의 솔루션처럼 생각하는 듯합니다. 적어도 오늘날의 HR은 한 번 적용하면 해결되는 솔루션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보다 HR은 조직이, 그 구성원이 행동하는 방식으로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의 한 역할이라 정의하는 게 적어도 오늘날 HR의 역할을 이야기하는데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전에 마트료시카 인형을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마트료시카는 러시아 인형으로 인형 속에 인형이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들, 적어도 제가 HR을 배우던 시기를 기준으로 보면 그때만 해도 HR은 마트료시카 인형의 가장 큰, 바깥에 있는 인형만 보면서도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HR이 만드는 제도들은 일종의 솔루션에 가까웠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그 솔루션을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한 건 어쩌면 HR이 만드는 제도들은 본질적으로 현상을 해결하는 솔루션이 아니라 현상이 해결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가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HR제도를 단순한 솔루션으로만 생각했었지만요. 


오늘날의 HR을 단순한 솔루션이 아니라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의 역할로 이해해야 하는 가장 큰 변화점은 다양성에 있습니다. 마트료시카 인형의 가장 바깥에 보이는 인형만을 보고 HR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인형들을 살펴보고 인형과 인형 사이의 관계들을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복잡해지기 시작하고 그 관계가 많아지고 복잡해지면서 우리는 어느 순간 다양성을 혼돈으로 인식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양성을 차단해야 할까요? 글의 맥락에서 보시듯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 '아니오'입니다. 


쇼핑카트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물리학자, 지질학자 등이 참여를 합니다. 무슨 말인가? 할 수 있지만 IDEO의 쇼핑카트 만들기 영상에 나오는 이야기이지요. 전공과 무관한데 니가 뭔데? 가 아니라 '어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네'라는 일종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그래서 일을 하면서 동시에 배우는 그런 시간이 만들어집니다. 


오늘날 애자일 조직을 말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IDEO의 쇼핑카트 만들기 프로젝트 역시 일종의 애자일이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애자일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우리가 인정해야 하는 가치가 있습니다. 바로 다양성이라는 가치입니다. 제 경험 중 어느 리더는 팀 미팅에서 구성원에게 의견을 말하도록 하고 자신도 의견을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생각했지만 팀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양성이란 기본적으로 수평관계, 즉 서로가 대등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팀 리더인 그는 회의에서 이미 자신이 의사결정을 할 것임을 전제로 팀원이 하는 말을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다양성이 필요한 이유에 집중하지 못하고 리더로서 자신이 멋진 리더임을 입증하는데 집중한 예입니다. 


이러한 리더들이 갖고 있는 취약점은 다른 이를 신뢰하지 못함에 있습니다. 어떤 경험들로 인해 스스로를 완벽에 가까운 존재로 정의함으로써 다른 이들을 자신의 경험을 정답으로 삼아 판단하는 모습들이 등장합니다. 설사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라면 자신이 이해되지 못함을 감추고 대신 의사결정을 하는 듯한 모습으로서 회피를 하곤 합니다. legitimacy가 상실되었을 때 외형적 power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상대방을 신뢰한다는 것을 전제로 삼아야 합니다.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면 그가 말하는 다양성은 위에서 예로 든 리더의 모습으로 이어질 겁니다. 자신의 경험을 정답으로 삼고 상대방의 생각과 경험을 판단하는 모습 말이죠.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우리 조직이 다양성의 가치를 활용하고자 한다면 먼저 믿어라

입니다. 적어도 기업이 운영하는 채용 프로세스를 통과했다고 한다면, 채용 절차에서 함께 일할 만한 사람이라 판단을 해서 합격통보를 하고 선발을 했다면 '일단 믿어라'입니다. 


물론 그러한 믿음이 때로는 아쉬움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겁니다. 저 역시나 개인적으로도 그런 경험들이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그러한 일로 모든 이들을 의심하고 관리하고 통제하려 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다양성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팃포탯 전략이라는 게 있습니다. '팃포탯은 맨 처음에는 물론 협력으로 시작하고 그 뒤부터는 상대가 전 수에서 선택한 대로 선택한다'는 규칙입니다. 달리 말하면 '팃포탯은 일단 협력하고 그다음부터는 받은 대로 돌려주는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협력의 진화 / 로버트 액설로드 / 시스테마 발췌') 책은 이 팃포탯 전략이 협상에서 우수한 전략임을 이야기하고 있지요. 


다양성, 그리고 이 다양성을 만들어가기 위한 신뢰를 바라보는 접근도 팃포탯의 전략을 따라보면 어떨까 라는 제안을 드립니다. 아울러 HR이 단순한 솔루션이 아니라 일 하는 방식으로서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왜 피드백을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