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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Dec 31. 2021

opellie가 그리는 HR의 모습

2021.12.31, 한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그리며

"내가 그리는 HR의 모습은 무엇일까?"

요즘 부쩍이나 많이 하고 있는 생각입니다. 혹여나 평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정작 궁극적인 모습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스스로에 대한 반문이기도 합니다. 이럴 때 제가 종종 하는 건 말 그대로 생각을 도식화해보는 작업입니다. 그렇게 생각을 구조화해가는 것 말이죠. 한편으로는 OKR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정작 제가 하는 HR을 OKR의 개념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자각도 있었습니다. 

Opellie's HR 도식

이야기의 시작점 : 사람, 조직, 직무

이야기의 시작점은 언제나 그렇듯 사람과 조직, 그리고 직무입니다. 사람은 경험을 통한 학습과 이에 기반한 전문가로서 성장을 위해 일을 수행합니다. 반면 조직은 그 조직의 성과를 위해 일을 할 사람을 필요로 하게 되므로 이 둘은 직무라는 연결점을 통해 서로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일을 수행(Doing)함으로써 우리는 성과(performance)를 만날 수 있게 됩니다.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이죠.

사람 + 직무 + 조직 = 성과

여기에서 성과는 다시 사람과 조직의 성장으로 연결됩니다. 사람에 있어서는 해당 경험을 통한 일에 대한 자신감과 전문성 한 스푼을 추가했음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과 성과 기여에 대한 물질적 성장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조직에 있어서는 단기적으로는 당해기간의 성과일 수 있지만 이러한 성과가 연결되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사람 + 직무 + 조직 = 성과 >> 사람과 조직의 성장

사람의 성장, 전문성

사람이 성장한다는 건 그(녀)가 적어도 해당 분야에서만큼은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상태로 나아가고 있음을 말합니다. 이는 경험학습(직접+간접+추론)이 반복되면서 만들어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문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완성된 상태가 아닌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성을 무한대의 개념으로 이해하게 되면 자칫 전문성 개념이 그냥 듣기 좋은 말로 치부될 수도 있을 겁니다. 따라서 인사제도 관점에서 전문성은 일종의 상태로 정의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를 우리는 전문성 레벨(expert level)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전문성을 어떻게 레벨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정답은 없겠지만 과거 우리가 이와 관련해서 해왔던 모습들을 포함해 살펴보면 크게 3가지 정도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겁니다. 초기 역량모델로서 문제해결역량과 같은 기초역량들을 설정해놓고 그 준거 행위가 관찰되는 빈도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 조금 더 세부적으로 각 직무별로 역량 사전을 구체화하여 성장경로로서 직무역량을 설정하고 각 역량에서 특정 레벨 이상이 되었을 때 상위 역량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만드는 것, 그리고 직무역량 대신 학습역량을 설정하고 teaching, experiencing, thinking의 관점에서 판단 항목들을 설정하는 것의 3가지입니다. 


조직의 성장, 지속 가능한 성장

조직이 성장한다는 건 단순히 매출을 높이는 것만을 의미하는 건 아닐 겁니다. 여기에는 올바른 방향으로 올바른 방법을 통해 나아가고 있음을 포함합니다. 따라서 조직의 성장에 있어 조직이 올바르게 성장하고 있고 성장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무언가를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 몇 번의 글에서 이야기드린 KPI/KRI의 개념입니다. 어떤 분들은 KPI가 MBO의 전유물이며 OKR이 아니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OKR을 이야기했던 앤드루 그로브의 책 인용구에서도 보듯 MBO와 OKR이 서로 반대를 지향하는 개념이 아님을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건 OKR을 하느냐 MBO를 하느냐가 아니라 조직이 올바른 방향을 향해 올바른 방법으로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문가로서 사람의 성장과 조직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자연스레 조직과 사람, 사람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상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이 그려볼 수 있습니다. 

사람과 조직, 조직과 사람, 함께 성장하기 by opellie


'함께 성장하기' -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바람직한 상태

제가 HR을 하며 궁극적으로 그리고 기대하는 바람직한 상태는 따라서 '함께 성장하는 상태'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사람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심리적, 물질적 안정을 확보하고 조직은 성과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어가는 것이 될 겁니다. OKR로 이야기하면 궁극적 목표는 '함께 성장하기'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결과지표에 해당하는 HR제도로 '전문성 및 그 수준에 대한 정의'와 조직의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로서 '조직의 성과지표의 설계 및 운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함께 성장하기'의 key concept-학습

누군가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위의 이야기들이 말 그대로 '좋은 이야기'인데, 달리 말하면 그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렇게 말하는 것 아니냐는 말입니다. 개인과 조직이 모두 성장한다는 말에 NO를 외칠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일테니 말이죠. 설사 속으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말이죠. 위와 같은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 한 가지 그 흐름과 제도에 포함되어 있는 key concept이 있습니다. 바로 '학습'이라는 개념입니다. 

학습은 결코 쉬운 개념이 아닙니다. 본 글에서 말하는 학습은 크게 teaching, coaching, thinking의 3가지 영역으로 구분됩니다. 성장을 위해 누군가의 지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teaching), 누군가와 일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며(experiencing & coaching ), 그러한 지식과 직간접적인 경험들이 주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검증하는 과정(thinking, reflection)을 포함하며 이러한 학습의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추어야 합니다. 우리가 어릴 적에 배웠던 경쟁의 자리에 협력의 개념이 들어오고, 정보의 독점을 통한 권력의 확보의 자리에 정보의 공유를 통한 영향력에 대한 인정이 들어옵니다. 여기까지가 내 것이고 여기까지가 네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조직시민행동(OCB, Organization Citizenship Behavior)라 말하는 행동이 일반화되는 상태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학습은 익숙함과 낯설음 사이에서의 줄타기와 같습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는 과정입니다. 당연한 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생각보다 많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의도적 노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일의 수행을 위한 환경

인사제도 관점에서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일의 수행'이 중요한데 이 일이 보다 잘 수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환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본 글에서는 이를 개인차원에서의 환경(P. Environment)과 조직차원에서의 환경(O. Environment)로 나누어 이야기를 합니다. 

일의 수행을 위한 환경

2008년 정도에 매달 하던 게 있었습니다. 일단 A4용지에 크게 다음 질문들을 적습니다.


1. 지난달에 잘한 일은 무엇인가?

2. 지난달에 아쉬웠던 일은 무엇인가?

3. 이번 달에 할 일은 무엇인가?

4. 현재 작성자의 심리상태는 어떠한가?


OKR의 리뷰가 되었든, 제가 간혹 사용하는 성찰이 되었든 그 용어가 무엇이든 간에 그 내용만 놓고 보면 많이 비슷해 보입니다. 참고로 위의 활동을 했던 시기가 2008년입니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위의 질문에는 한 가지 특이한 질문이 있습니다. 4번 현재 작성자의 심리상태는 어떠한가?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회사 외적으로 작성자가 신경 쓰고 있거나 집 등에서 신경 쓰는 요소들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가능하다면 회사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차원의 환경은 이렇게 '개인'을 기준으로 그들의 직무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을 확인합니다. 집안에 일이 있다거나(privatd domain), 금전적 이슈가 있다거나, 누군가와 관계가 불편하다거나 하는 등등의 이야기들입니다. 누군가는 이를 개인차원의 일로 구분하고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할 수 있지만 조직생활에 있어 이러한 내용들을 이해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배려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건 상대방으로 하여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조직 차원에서 환경에는 일을 하는 물리적 환경, 근로시간, 리더 등의 흔히 HR에서 이야기하는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금 특이점으로 trust, consistency, transparency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가 인사제도를 통해 개인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일관성 있는 의사결정, 상호 간의 신뢰, 정보와 절차에 있어 투명성은 조직 차원에서 일하는 환경을 설계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 생각합니다. 조금은 개념적인 단어들이지만 조직 차원의 일하는 환경에 포함한 이유입니다. 


정리

2021년 12월 31일입니다. HR을 만난 지 16년을 꽉 채우는 날이기도 하고 지난 3년간의 박사과정 coursework이 마무리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간혹 일이 재밌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재밌습니다. 그래서 HR을 좀 더 알차고 멋있는 일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수년 전에 5년 후 당신의 모습을 이야기해달라는 질문을 받고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했었습니다. 다만 HR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거라는 말도 함께 말이죠. 지금도 그렇습니다. 5년 뒤 제 모습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HR에 관한 일들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램이라면 위에 제시한 그림과 이야기들을 현실에서 만나고 있는 상태로 말하고 싶습니다. HR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2021년 한 해 동안 많이 부족한 글들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분들께 2021년 좋은 마무리와 2022년의 설레는 기대가 함께 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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