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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llie Apr 02. 2022

리더와 꼰대, 생각의 기준을 바꾸기

HR을 이야기하면서 틀림 대신 다름이 중요함을 이야기하고 '나'를 중심으로 내 경험을 정답으로 보는 대신 내 경험을 다른 누군가가 재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의 중요함을 이야기합니다. 이들의 핵심은 관점 내지 생각의 기준을 '나'에서 '나 이외의 누군가'로 이동시키는 것에 있습니다. 대화를 하고 있다면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의 근거와 배경을 생각해보고 이를 기반으로 그의 논리와 생각이 내가 가진 재료로서 경험이 주는 이익과 비교해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름의 성공경험으로 지나온 시간을 채운 리더들은 제법 화려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어쩌면 단기간의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다름을 이해하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인사팀이 없는 상황에서 실무를 정리하면서 팀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습니다. 대리 직급을 달고 있을 때부터 시작해서 없음에서 있음을 만들고 운영하는 경험만 2~3번은 해본 듯합니다. 인사팀을 만드는 상황에서 늘 고려하고자 노력하는 건 '인사팀이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입니다. HR을 하고 있는 '나'를 기준으로 보면 내 자신의 '자리'를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HR의 활동의 영향을 받는 '구성원'을 기준으로 보면 '구성원에게 이로움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채용 프로세스를, 평가제도를, 보상제도를 이렇게 설계하면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HR에 대한 아쉬움들이 조금은 더 나아질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구성원에게 이로움을 제공하는 것'이 구성원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제공해준다거나 혹은 같이 회사나 경영진에 대해 뒷담화를 하는 그런 것이 아님을 말합니다. HR에서 '구성원에게 이로움을 제공한다는 것'은 HR이 '올바른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이를 올바르게 실행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름을 대하면서 그것이 '올바름'에서 어긋나거나 혹은 누군가에게의 이로움이 다른 이에게 상대적 불이익이 될 수 있다면 그건 '구성원에게 이로움을 제공하는 것'이라 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HR이 올바름의 방향성을 가지고 다름을 이해하고 그 다름이 확산되어 으르렁 지대를 거쳐 수렴되는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는 꼰대일까? 리더일까?

이 질문은 스스로 답을 할 수 없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꼰대인지 리더인지 혹은 꼰대와 리더 중 어느 쪽에 조금 더 가까이 있는지, 그리고 지금 내가 어느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우리 자신이 아닌 우리를 보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만 대답이 가능한 영역이라 생각하는 까닭입니다. 이렇게 보면 꼰대와 리더에 대해 우리 자신은 선택권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가 어느 상태에 있는지도 모른 채로 말이죠. 조금은 억울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 현재의 우리가 꼰대와 리더 중 어느 지점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만일 우리 스스로 꼰대가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꼰대로부터 우리 자신을 멀게 하고자 하는 노력은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경험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조금은 우리가 가진 익숙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의도적인 노력입니다. 


꼰대와 리더라는 두 지점을 선으로 연결하여 그 선상에 우리들의 위치를 생각해볼 때 우리 스스로 가능하다면 조금 더 꼰대와의 거리는 늘리고 리더와의 거리를 가깝게 하고자 한다면 그 첫걸음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건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베푼다고 생각하는 '호의'가 상대방에게 '호의'가 아닐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

간혹 마주하는 분들 중에는 나름 많은 노력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나'를 기준으로 보면 다소 이해가 되지 않지만 '나'라는 사람이 '꼰대'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한 나름의 노력입니다. 그러한 노력 중 하나가 나름의 '호의'를 베풀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호의好意'는 그걸 하고자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말 그대로 '좋게 생각하는 마음'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상대방의 생각입니다. 상대방은 '호의'라 생각하지 않는 나만의 '호의'일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호의'에 대한 이해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HR에 있어 '제도 내재화', 오늘날 자주 사용하는 단어로 보면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도와 마찬가지로 '호의'는 눈에 보이는 영역과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이 존재합니다. 앞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호의'들은 많은 경우 '눈에 보이는 영역'에 가깝습니다. 우리 스스로 '꼰대'가 아님을 당장 어필하기 위한 목적이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을 했으니 조금은 꼰대에서 멀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중요한 건 이러한 행위가 향하는 방향성에 있습니다. 행위의 결과에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데 방금 살펴본 행위에서는 그 행위의 결과에 '나'가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 듯합니다. 자연스레 '나'는 이러한 행동을 하니 '꼰대'가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나 아닌 누군가'는 여전히 '나'를 꼰대라 생각하게 될 겁니다. 


과거 우리는 어떠한 행동을 하면 A라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야 라고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행동은 눈에 보이고 '관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는 그 행동과 더불어 그 행동에 담겨 있는 의미를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마트료시카 인형의 외형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트료시카 인형 속에 인형, 그 속의 인형을 보면서 이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가지고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HR에 있어 제도를 어떻게 내재화시킬 것인지, 우리가 추구하는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누군가로부터 내가 꼰대가 아닌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은 서로 다른 영역일 수 있지만 결국 '나'가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동일한 행동도 때로는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나온 시간 중에 '디자인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연사분은 디자인 경영을 이야기하며 디자인이라는 외형을 이야기함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조건으로서 품질을 이야기했었습니다. 글에서 우리가 이야기한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면 디자인은 우리들의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영어 이름을 사용하고 '님'을 붙이고 상대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맞추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이러한 보이지 않는 행동 이면에 존재하는 품질로서 우리들의 생각입니다. 우리의 생각이 '나'를 향한 상태인지 '상대방'을 향하고 있는지에 따라 우리가 하는 동일한 행동은 서로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겁니다. 


때때로 어떤 분들은 조금 급해 보이기도 합니다. 내가 이러한 행동을 하면서 이렇게 노력을 하는데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서운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신뢰를 얻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신뢰를 잃는 건 한순간이라는 말이 있지요. 우리들이 어떤 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 행동에 담긴 진심이 한번에 전달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 행동의 꾸준함이 우리들에겐 필요합니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서 행동의 결론에는 결국 '나'가 있습니다. 우리는 상대방을 위한 행동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나'를 위한 행동일 뿐입니다. 생각의 관점을 '나'에서 '상대방'으로 이동시켜 생각해보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호의'가 어쩌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호의'라 생각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이해한다면 그 이해의 과정이 지속되면서 어쩌면 우리는 조금씩 꼰대보다는 리더의 위치에 가까워지는 우리들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기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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