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을 하면서 종종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HR을 보다 온전히 하기 위해서 구성원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 그리고 이를 통해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면에서 '연구원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은 의미가 있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구원의 관점과 경영자의 관점에서 경험을 기반으로 느낀 점들이 잘 정리된 책이라 조심스레 소개드리며 opellie방식대로의 책 소개를 시작합니다.
도서명 : 연구원은 무엇으로 사는가
저 자 : 유진녕, 이성만
출판사 : 미래의 창
세계적인 경영 석학 게리 하멜은 그의 저서 <경영의 미래>에서 인간의 본성에 맞는 조직 운영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동안의 경영은 창의성, 열정 등 인간이 지닌 본래의 특성을 무시한 채 통제와 규제, 관리를 통한 경영으로 일관해왔다는 것이다. 미래의 경영은 결국 인간의 본성에 기반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p50
OKR 등 HR과 관련된 제도들을 이야기하며 제가 간혹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보다 본질적인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기존에 우리들의 눈에 비친 포장이 아니라 그 안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이를 개인적으로는 흐름이라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일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은 우리가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함을 의미합니다. 흐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만 속도의 이슈가 있었고, 오늘날 스타트업의 등장과 코로나라는 변수는 그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의 우리들일 겁니다. 우리들이 그 흐름을 받아들인다는 건 우리에게 익숙한 것에서 낯선 것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행스러운 건 그 낯설음이 조만간 익숙함으로 이어질 수 있음일 겁니다.
나의 경우 일관성 없는 상사를 만났을 때 가장 힘들었고, 관계도 좋지 않았다. ~ 이해하기 어려운 다양한 이유로 매일 같이 업무에 제동을 건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을 집어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 자율과 창의가 중요시되는 조직에서 일관성 없는 리더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리더의 생각과 행동이 예측 가능해야 구성원은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일을 추진하고, 몰입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만들 수 있다. p68,70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쉬움이 있다면 일관성을 가지고 있는 리더와 일을 해본 경험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경우 상황에 따라 자신이 했던 말을 바꾸기도 했고, 그 상황이 일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랬던 듯합니다.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건 리더가 자신의 불완전함에 솔직해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말을 바꾸는 경우 어떤 리더들은 자신의 부족함, 실수를 감추기 위해 말을 바꾸기도 합니다. 솔직해진다는 것,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 일관성을 이야기함에 있어 우리가 함께 생각해보아야 할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연구는 오랜 준비와 기반 구축이 필수다. 갑작스러운 최고 경영자들의 지지는 수치에만 현혹되어 벌어진 일이었다. 지금도 기업에서는 개방형 혁신을 추진하면 그 즉시 성과가 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분명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다. p89
여전히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경우를 우리는 쉽게 마주합니다. 성장이라는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스타트업에서 조차 단기적 성과에만 집중함으로써 지속성장을 위한 기반을 잃어버리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는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이슈는 아닐 겁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단기적 성장과 장기적 성장이 모두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단기적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조직 자체가 성과를 낼 수 있는 체질이 될 수 있도록 일종의 생태계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단순한 운영 업무로서 HR이 아니라 경영 관점에서 HR이 그 생태계를 위한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기고자 했을 때 받았던 "왜 안정적인 상태를 포기하고 모험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이기도 합니다.
실패한 연구 과제와 이를 진행하던 연구원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연구원들은 민감하게 지켜본다.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지, 추진상에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이익을 주는지, 시장 등 상황 변화가 있을 때 접어둔 연구 과제를 다시 시도할 수 있게 해 주는지 낱낱이 살핀다. 조직이 실패를 용인한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제도적으로 실패 이후를 보장받을 때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하게 된다. p101
기업, 경영진, HR의 말과 행동, 그들이 만드는 제도들은 구성원에게 일종의 메시지가 됩니다. 자유롭게 말하라고 해서 건의사항을 제시했을 때 그것을 무시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아무도 자신의 의견을 내려하지 않을 겁니다. 실패라는 결과에 대한 사후책임을 묻기 위함이 아니라 실패가 나온 원인을 살펴보고 더 나은 상태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 기업은 구성원에게 나름의 일관성 있는 암묵적인 기준을 전달하고 기업의 결정에 공감하고 더 나은 상태를 만들고자 노력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구성원이 한 말에 그것밖에 못하냐고 질타를 하면 구성원은 더욱 자신의 말을 하지 않게 될 겁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정보를 감출 수도 있습니다. 감춰진 정보는 왜곡된 결정으로 이어지고 이는 당장의 문제가 아닌 미래의 문제로 연결될 겁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같이 확인하고 개선방안을 같이 고민하는 것. 실패했다고 구성원을 못난 사람으로 낙인찍는 게 아니라 같이 노력하고자 하는 리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바람직한 조직과 문화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수 인재를 지속해서 뽑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올리는 것이다. p123
현재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올리는 것, 이를 우리는 실무상으로 EVP로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혹자는 EVP를 복지제도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조직 내 구성원의 만족도는 복지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퇴직의 주요 사유가 인간관계라는 점만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복지제도는 일종의 위생요인에 가깝습니다. 동기를 낮추는 걸 방지할 수는 있지만 동기를 유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재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저는 소통을 말합니다. HR과 구성원, 경영진과 구성원, 부서와 부서 사이의 소통이 원활하면 만족도는 올라가게 됩니다. 복지제도는 재원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지만 소통은 사람이 가진 인식을 다루는 영역입니다.
소통에 답이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견해 차이를 진정성 있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며 실천하면 어떤 충격에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단단한 조직 문화를 만들 수 있다. p154
는 저자의 말을 돌아봅니다.
평가자는 부지런해야 한다. 게으른 평가자는 결과만으로 평가한다. ~ 평가의 대상은 성과이지 결과가 아니다. 성과는 결과와 과정의 합이다. p127
부지런한 평가자는 구성원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성원이 평소 어떻게 일을 하는지, 어떤 결과를 만들어냄에 있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등 평소의 과정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때로는 피드백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반면 게으른 평가자들은 결과만을 평가합니다. 이들은 그것이 가장 객관적이라 말을 하지만 이를 개인적으로는 '이기적인 모습'이라 말을 합니다. 결국 평가 결과에 대하여 why라는 질문이 돌아왔을 때 이에 대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평가의 대상은 성과이지 결과가 아님을, 성과는 결과와 과정의 합이라는 점을 다시금 되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 개발 리더의 성과는 무엇으로 평가받을까? 결국 연구원들이 만들어낸 성과의 합으로 평가된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성과를 만들어준 부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p169
군대 시절 중대장님과 통화를 할 때 일이었습니다. 통화 중 중대장님은 저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셨습니다.이지 제대한 지 10년도 더 넘은 시점에 말이죠. 중대장님은 저에게 부하로서 우리들이 무사히 군생활을 마치고 자신의 말을 들어주어 덕분에 무사히 군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고맙다'고 말이죠. 리더는 스스로 일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을 통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리더의 성과는 리더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라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 낸 성과이기도 합니다.
연구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지만 사실 상 많은 경영자, 리더,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작지만 강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틀 만에 다 읽을 정도로 쉽고 명확하게 일을 하는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는 책으로 소개를 드리며 책 소개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