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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최고의 조직

by Opellie

조직문화를 이야기할 때면 항상 과거 제가 만났던 경험이 먼저 생각납니다. 조직문화 스터디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까였던 경험입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제가 조직문화를 다뤄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조직문화팀이나 HRD가 아닌 HRM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죠. 물론 저는 여전히 조직문화에 있어 HR, 특히 HRM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조직문화를 단순히 외형적인 이벤트를 수행하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가지고 있는 인식 내지 생각의 영역을 고민하는 영역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성준 교수님의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놀랍습니다. 수년 전 내신 '조직문화 통찰'이 그렇고 이번에 다시 만난 '최고의 조직'이 그렇습니다. 정말 어려운데 그 어려운 조직문화를 쉽게 풀어내어 독자들이 조직문화를 보다 본질적인 관점에서 단순하지만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제공합니다. 과거 어느 HR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옆자리에 있던 분과 대화를 하다가 조직문화를 이야기하게 되었고 마침 당시 읽고 있던 조직문화 통찰이 떠올라 책을 선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젠 최고의 조직을 이야기해야 할 듯합니다.

책 소개를 시작합니다.

도서명 : 최고의 조직

출판사 : 포르체

저 자 : 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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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조직문화는 회사 사무실 그 자체에 배태된 게 아니라 구성원의 정신 속에 존재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적인 프로그래밍 코드는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하는 것' '해도 되는 것'으로 대변되는 모든 것입니다. p043

HR의 방향성을 이야기하며 '기업과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여기에서 환경은 비단 특정 이벤트나 물리적 환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HRM을 하고 있기에 이 환경에는 인사제도가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사제도는 구성원 입장에서 그들을 통제하는 도구가 됩니다. 여기까지는 괜찮지만 이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 는 등의 메시지들입니다. 그래서 제도는 자연스럽게 구성원들로 하여금 우리 기업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해도 되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기준으로서 역할을 제공합니다.

여기 "수평 조직"을 외치는 CEO가 있습니다. 우리 기업은 수평적이고 자신은 민주적이라 사람들의 의견을 항상 수렴하고 듣는다고 말을 합니다. 그런데 그는 구성원과의 대화에서 종종 이런 단어들을 사용합니다. "됐고", "니가 몰라서 그래", "내가 다 해봤어" 심지어는 구성원을 깍아내리거나 신경질을 내기도 합니다. 이 기업에서 조직문화는 "수평조직"을 말하는 CEO의 인터뷰나 핵심가치를 담고 있는 포스터 종이가 아니라 CEO가 구성원과의 대화에서 보여준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보수적인 조직들은 자극과 반응 사이의 거리가 멉니다. p49

이야기 1. 지나온 시간 중 어느 구성원 분과의 대화가 생각났습니다. "말을 해도 피드백이 없어요. 피드백을 주긴 했는데 의견을 전달하고 나서 한 달이 넘고 나서 피드백이 오긴 했죠. 그런데 그 피드백도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피드백이었어요"

이야기 2. 개인적으로 리더들일 수록 무언가 실수를 하거나 잘못하거나 혹은 구성원과 대화에서 다소 불편한 단어들을 사용했다면 바로 솔직하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팀장으로 일을 하면서 저도 그랬습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조금은 편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실수를 한 거죠. 그날 하루 맘 속에 무언가 개운치 않음을 간직했고 결국 그 동료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전에 제가 한 말 중 이건 실수한 거 같아요. 미안합니다."라고. 그 사과가 하루, 이틀 늦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들의 조직은 어떠하신가요? 그리고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변화 대리인은 이벤트를 만들과 추진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p221

조직문화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 제가 하는 대답은 '일 하는 방식'입니다. 우리 기업에서는 어떻게 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모든 일을 대표이사에게 보고하고 진행해야 하는 조직이 있다면, 적어도 우리 조직에서는 그래야 한다는 인식이 공통으로 형성되어 있다면 아무리 이벤트를 만들고 의견을 수렴한다는 절차를 운영한다 하더라도 보수적인 조직일 뿐입니다. 조직문화를 특정한 보이는 이벤트로만 바라보는 것, 어쩌면 우리가 조직문화를 제대로 만들고 운영하지 못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래전부터 이어오던 제도들은 현재 구성원들의 성향이나 문화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p271

지나온 시간 중에 제 상급자분에게 이런 말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10년 전 HR을 원하신다면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미 그걸 경험했으니까. 어쩌면 저한테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다만 오늘날 10년 전 HR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하신다면 10년 전 HR이 아닌 지금의 HR을 할 수 있다. 는 말이었습니다. 어느 분은 자신이 대기업에서 경험한 적이 없음을 이유로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이어오던 제도들은 현재 구성원들의 성향이나 문화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늘날의 기술 발달과 세대변화를 생각해본다면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집니다. 현재를 살면서 10년 전 HR을 하는 것이 맞을지에 대해 생각해볼 일입니다.

인사 제도도 살펴야 합니다. 이는 관리자와 구성원의 행동을 가이드하는 명시적인 틀입니다. p273

제도는 기본적으로 구성원의 행동을 제한합니다. 이는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제도가 가진 기본적인 성질입니다. 중요한 건 어느 기업에서는 제도를 판단의 가이드로 이해는 반면, 어느 기업에서는 제도를 통제의 도구로 이해한다는 점일 겁니다. 이는 기업과 HR이 구성원에게 제도를 어떻게 전달하고 설명했는지, 실제 상황에 적용함에 있어 어떤 상호작용이 있었는지, 리더들이 구성원과 상호작용에서 제도를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을 제도가 없어도 되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제도가 없어도 그 울타리가 유지된다면 나름 우리 기업에서는 이렇게 일을 한다 라는 암묵적 메시지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를 우리는 조직문화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조직문화를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조직문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전히 조직문화를 외부 활동이나 이벤트의 보이는 활동으로 이해하는 경우를 더 쉽게 만날 수 있기도 합니다. 조직문화는 매우 복잡하고 맥락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A를 하면 B가 된다와 같은 단일의 인과관계가 아니라 조직과 사람, 제도와 사람, 리더와 구성원, 동료와 동료, 각 기능 영역과 기능, 조직과 조직 등 기업이라는 조직 내에서의 다양한 상호작용들이 반복적으로 형성되고 인식된 메시지와 같습니다. 어쩌면 조직문화는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끊임없이 '알아가야 하는'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조직문화의 관점에서 제가 하는 HR이라는 일도 '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끊임없이 '알아가야 하는' 영역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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