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 대한, 사람에 대한, HR에 관한 책
철학책이라 생각했는데 HR에 관한 책이었다.
가볍지만 진지하게, 특히 HR에 있어 철학적인 접근을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소개를 시작합니다.
도서명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저 자 : 야마구치 슈
출판사 : 다산초당
리더의 입장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가 필요하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과 그 과도한 사용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알아두어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p74
로고스 logos는 논리를, 에토스 ethoss는 윤리를, 파토스 pathos는 열정을 말합니다. 간혹, 어쩌면 생각보다 자주 우리는 논리를 내세우며 에토스를 무시하거나 혹은 자신에게 있어 관대하고 타인에게 엄격한, 스스로는 파토스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타인에게 파토스가 없다고 말하는 리더들을 만나곤 합니다. 저자는"아무리 이치에 맞는 말이라 해도 그 말을 하는 화자가 도덕성을 의심받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의 힘을 이끌어 낼 수 없고, 본인이 신념을 가지고 열정을 드러내며 말해야 비로소 타인이 공감할 수 있다. p71"고 말합니다. 책임을 강조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책임을 피하는 리더가 말하는 책임은 허울 좋은 말일뿐 타인을 이끌어내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없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 더한다면 로고스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습니다. 그 논리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지, 자신의 주장이나 생각, 나아가 권위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말합니다.
우리는 대부분 현행 시스템이 초래하는 악폐에 생각이 미치기보다는 그 규칙을 간파하여 제도 안에서 능숙하게 살아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무의식 중에 먼저 생각한다. p100
현행 시스템 역시 사람이 만든 것임을 생각하면 언제나 그 시스템은 불완전한 상태임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불완전한 상태는 늘 존재하는 것이기에 그 불완전함을 틀린 것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불완전함을 틀린 것으로 간주하면 어쩌면 지금의 나는 남들에게 인정을 조금 더 쉽게 받을 수 있겠지만 달리 말하면 미래의 누군가에게 똑같은 대상으로 인식될 겁니다. 장기적인 관점이 아닌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면서 우리는 종종 이러한 상황,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책은 '악惡'에 대해 이 랜트의 말을 빌어 이렇게 말합니다.
악이란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p100
우리는 시스템을 따르고 있고 순응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우리도 모르게 무언가 잘못된 것을 행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음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지금까지 하던 방식으로는 안 되는 걸까? 새로운 방식으로 바꾸면 무엇이 달라질까?라는 두 가지 물음에 대해 설득이 아닌 공감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p150
스스로를 완벽하다 믿거나 믿고 싶어 하는 리더는 공감이 아닌 설득을 하려 하곤 합니다. 요지는 리더가 답을 가지고 있고 그 답이 맞음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고 할까요. 중요한 건 실제 그 답이 정답이라 하더라도 그 정답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 기존에 우리들은 단적으로 '까라면 까'라는 문화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그 소통방식에는 공감이 없었고 강제만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들은 기존에 우리들이 경험한 문화가 더 이상 오늘날 적합하지 않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무엇이 필요할까요? 공감하는 커뮤니케이션, 상대방의 생각을 듣고 함께 정답을 만들어가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어제까지 알지 못했던 것을 왠지 모르지만 오늘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아마 이러한 체험을 해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때 '나'라는 단어로 규정되는 개인은, '알게 된' 후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다. (중략) 안다거나 이해한다는 것은 '바뀐다'는 뜻이다. p163
Reflection이라는 단어를 종종 사용합니다. KPI라는 단어의 정의도 그렇고, OKR을 바라보는 제가 가진 관점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어제를 돌아봄으로써 오늘의 나를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하루하루 이렇게 스스로를 '바꿔' 간다면 1년 2년 3년 시간이 지난 후 우리들은 좀 더 멋진 모습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성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나 자신을 꿈꿉니다. 그 성장의 과정에서 어쩌면 우리는 성공의 순간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권력 거리가 좁은 미국에서 개발된 목표 관리 제도는 부하 직원과 상사가 교섭 자리에서 대등한 위치로 나올 것을 전제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상사와 부하 모두 교섭 자체를 불편하게 여기는 국가, 즉 권력 거리가 큰 문화권에서는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다. p182
개인적으로 MBO 등의 제도들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왜곡된 이유로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 외형만을 바라보고 그 외형을 제도의 전체로 이해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권력 거리 관점에서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이유를 바라보는 관점은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생각을 하나 추가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인사 평가 제도를 시행한다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린 탓에 당초의 목적이었던 조직의 성과를 최적화한다는 관점에서는 거의 평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또한 일종의 소외다. 한마디로 소외는 목적과 시스템 사이의 주종관계를 역전시켜, 시스템이 주가 되고 목적이 종속되게 만든다. p198
OKR을 도입하는 어느 기업에서 다른 팀의 구성원 한 분이 질문을 건넵니다. "OKR이 뭔가요?" 그리고 이어서 그가 한 말은 이렇습니다. "솔직히 처음 OKR을 들었을 땐 지금 제가 하던 방식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과 지금의 다름을 만든 그 중간에는 시스템 도입이 있었습니다. OKR방식으로 스스로 일을 하던 구성원은 시스템에 의해 강제로 OKR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기업의 대표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Scrum, Splint 등을 정해진대로 하지 않으면 OKR이 아니다" 시스템, 제도는 궁극적으로 그들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상태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합니다. 시스템과 제도 자체가 목적이 되면 모두가 힘든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조직이나 사회 운영도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더 좋은 것으로 바꿔 나갈 수 있다는 오만한 사고를 수정해 자신의 의도보다 오히려 '긍정적인 우연'을 만들어 내는 체계를 이루는 데 주력하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p220
일을 하다 보면 혼자 앓고 있던 문제가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쉽게 해결되는 경우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의도한 것도 도움을 요청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그런 순간입니다. 이들은 계획적인 일들이 아닌 우연에 가깝습니다. 그 우연을 통해 우리는 새롭게 알게 되고 위의 표현을 빌어 '어제와 다른 오늘의 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에서 small success, fast fail이 포함된 문화를 만드는 것은 중요합니다. 어쩌면 이들을 통해 우리는 '긍정적인 우연'이 일상이 되는 조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불완전한 존재로서 사람이 세울 수 있는 계획 역시 불완전할 수밖에 없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래 취직이라는 말은 '직무'에 임한다는 뜻이지 '회사'에 임한다는 뜻이 아니다. p226
지나온 시간 중 愛社心 대신 愛事心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책은 "공통된 일을 하는 무리에 소속되어 그 집단 내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일'로서 취직을 이야기합니다. 한 가지 중요한 건 우리가 수행하는 직무와 다른 직무와의 연결성, 그리고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일입니다. 이를 다른 단어로 '협업'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직무'에 있어 전문성과 그 '직무'가 가진 '연결성'을 이해하는 것으로서 협업을 글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조직과 사회가 공정하고 공평하다면 그중에서 하위층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도망칠 길이 없다. (중략) 서열의 기준이 정당하지 않다 혹은 기준이 정당해도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믿음 덕분에 우리는 자신의 열등성을 부정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하고 공평한 조직에서 이 자기 방어가 성립되지 않는다. p249
공정성은 오늘날 중요한 화두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공정성이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조금 더 깊고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10년 일한 사람과 1년 일한 사람이 다를 수도 있지만 같을 수도 있습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답이 아닐 수 있음을 말합니다. 어떤 기준이 공정한 기준일까요? 그 기준으로 우리가 판단받았다면 그 결과가 무엇이든 우리는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HR을 하는 입장에서 그래서 늘 방향성을 강조합니다. 방향성이 있다면 기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전히 많은 제도들이 표면적으로는 이상적인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고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만납니다. 성과주의, 성과에 따른 보상과 공정한 보상이라는 말을 하면서 실제로는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 개편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HR이 사람을 통제하는 관점으로서 일에서 사람을 이해하는 관점으로서 일로 그 역할이 변하면서 사람을 이해하는 일로서 철학은 HR에 있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조금 더 확장해보면 HR을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가 일을 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책의 제목이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이지만 책의 저자가 철학자가 아닌 경영, 인사 컨설턴트인 것도 책의 곳곳에 인사 평가를 포함한 HR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HR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도 그렇습니다.
HR에 관심을 가지고 사람과 일에 대한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으로 소개드립니다.
감사합니다.